모두가 행복해지는 생일파티
지난 주말 남편의 생일이었다.
이미 수주전부터 아이들은 생일파티 계획을 세웠고, 자신들이 좋아하는 쇼핑몰에 데리고 가서 미리 선물도 고르게 한터였다. 아빠는 크게 관심이 없는 프라모델이었지만, 레고 조립을 좋아하는 아이들은 아빠도 조립하는 일을 좋아할 것이라 막연히 생각했나보다. 프라모델 매장에 아빠를 세워놓고 골라보라며 뿌듯한 표정으로 서있던게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넓은 매장을 둘러보다가 고가의 제품 앞에 서있는 아빠를 보자 위기의식을 느꼈는지 구역을 정하고 이 안에서 고르라는 말도 야무지게 해주고, 결정을 쉽사리 하지 못하는 아빠에게 팁을 주기도 했다.
생일 아침, 늘 늦잠을 자던 둘째아이가 모두를 깨웠다.
"일어나!! 아빠 생일파티 준비해야해!!"
일사분란하게 첫째와 엄마는 침대에서 내려오고 주방으로 향했다.
첫째는 미처 포장하지 못한 선물을 처음으로 포장해보며, 예쁘게 되지 않는다며 아쉬워했다.
나는 잘 못하는 베이킹이지만 후다닥 카스테라를 만들었다. 남편이 (내가 만든 빵 중에서) 그나마 제일 맛있게 먹는 빵이라 카스테라가 만장일치로 선정되었던 것. 완성된 카스테라에 아이 둘이 모여 휘핑한 생크림을 짜고 초코칩으로 데코를 해본다.
원래 아빠라고 적어둔 것이 카스테라의 열기에 녹아버렸다. 다음부터는 전날 만들어두어야겠구나 다짐해본다. 엄마도 카스테라에 생크림 올릴 생각은 안해봐서 몰랐단다. 처음이라 포장도 어렵고 케이크 처럼 만드는것도 서툴수 있다며 여러번 하면 더 좋아질수 있다고 서로 토닥여준다.
아이둘이 쿵짝이 맞아 집에 있는 막대 과자를 꽂고, 크림으로 초코칩을 고정해서 촛불을 만들어본다. 이런걸 상상해서 만들어내다니 유치원생과 초등생의 상상력은 무한하구나 싶다.
온가족이 생일 축하 노래를 부르고 촛불끄기도 하고 끝. 무엇보다 파티 선물을 받은 아빠가 가장 행복했고, 그 옆에 뿌듯한 표정으로 아빠를 바라보는 아이들 역시 행복이 넘쳐났다.
아 이런게 소소한 행복이구나, 이런 작은 행복들이 모여 내 삶을 이루고 살아가게 하는구나 하는 생각에 이 기쁜 분위기에 혼자 살짝 울컥하는 마음이 올라왔다. 아주 극한의 T 인 남편은 결코 알수 없는 감정이리라.
너무 신이 난 남편이 그날 과도한 답례품을 남발하는 문제가 있긴 했지만 이 역시 모두의 행복도를 높여주었다. 가족의 생일을 오랜 시간을 들여 준비하고, 모두가 함께 파티 준비에 동참하는 일은 생각보다 가족의 끈을 단단하게 만들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