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생활에서 마스크가 해지된 지 꽤 되었지만
그간 의원에서는 마스크를 의무적으로 착용 중이었다.
6월 1일 드디어 해방의 날!
의외로 마스크를 벗는 분들은 별로 없다.
처음엔 진료실에서도 마스크를 써야 한다는 사실에 답답해했는데, 어느덧 마스크를 벗는 게 더 불편해져 버린 듯하다.
코와 입을 덮고 있던 마스크가 걷히고 나니 상상했던 얼굴 그대로인 경우도, 전혀 다른 경우도 있다.
목소리도 그대로이고 하는 이야기도 분명 같은데 가끔은 내가 상상했던 모습에서 너무 벗어나 차트의 이름을 다시 확인하기도 한다.
분명 마스크 위로 드러난 눈매, 마스크 뒤쪽으로 추정되는 얼굴이 동글동글 동그란 그였는데
마스크를 벗자 다소 날렵한 턱선에 예리한 코, 약간은 예민한 모습이 나타난다.
그제야 그간 그가 했던 예민한 이야기, 날카롭게 찌르는 이야기들이 다시금 떠오른다.
선한 눈망울에 올 때마다 눈물을 글썽이던 그녀는
마스크를 벗자 의외의 강단 있는 야무진 도톰한 입술의 모양새가 나온다. 안심이 된다.
우리는 얼마나 보이는 모습에 가려져 상대를 제대로 보지 못하고 있는 걸까.
동그란 모습의 그가 이제는 날카로운 예민한 모습으로 보여지지만, 이 또한 진실일까.
마스크 없이 만나는 얼굴들에서 느껴지는 인상, 미세한 표정의 변화, 목소리...
이미 내가 알고 있는, 경험했던 정보들로 읽는 상대의 모습들은 과연 얼마나 그를 대변하는 것일까.
2주 정도 고민하다 용기를 내어 마스크를 벗어본다.
"선생님이 바뀌셨나요?"
"아이고~ 저 맞아요^^;;;;;"
갸우뚱 밖으로 나가 데스크에 또 묻는다.
그녀의 시선에 나의 모습은 어떻게 달라진 걸까..
슬며시 마스크를 다시 집어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