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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랑 Jan 09. 2024

연인, 기다리는 사람

그리움이 찾아올 때

연인 OST를 듣는데 울컥하고 눈물이 치솟았다. <기다리는 사람_스트레이>


드라마를 다 보진 않았고 유튜브 짧은 영상으로 보는데도 등장인물들의 감정이 느껴져서 

꼭 언젠가 날 잡고 몰아서 봐야지 생각한 작품이다.

안은진, 남궁민 배우의 연기는 말할 것도 없고 어느 작품이든 케미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둘의 케미는 기대 이상이었다. 안은진 배우의 마음의 떨림이 짙게 실린 눈빛 연기와 남궁민 배우는 눈빛은 말할 것도 없고 진심이 가득 배어 나오는 목소리는 사이사이 숨소리조차 그대로 감정이 전해져 매분 매초 몰입하게 만드는 것이 있었다.


장면마다 깔리는 음악도 와닿았는데 <달빛에 그려지는_미연> 대표 타이틀 곡도 아름답고 애잔함이 느껴지지만 최근에는 <기다리는 사람_스트레이>의 곡이 가슴에 깊이 와닿아 듣고 있다. 그런데 들을 때마다 마음이 아려와서 오래 듣지는 못하겠다.


"기다렸어요.

깊고 깊은 꿈에서

그대를 그대만을

여기서 아주 오래

모란 꽃신이

달빛 아래 빛나면

가만히 들어봐요

분꽃이 피는 소리

그리워, 사무치게

바람에 실려오는

청보리 그대 향기

슬퍼 말아요 그대는

울지 말아요 다시는

언제나 여기 오래

나 기다리고 기다릴 테니

그리워, 사무치게

바람에 실려오는 청보리 그대 향기"


그리움이 절절히 마음을 파고드는 가사에 나 또한 옛 인연을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다.

연인에게 보내는 편지 같은 노랫말인데, 그 편지가 닿지 않는 곳에 있는 것만 같은 맘이 아려오는 짙은 아픔이 느껴진다.


나도 누군가를 이렇게 기다리게 하진 않았을까. 

싶어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했고

누군가를 이렇게 기다리는 마음에 공감하며 나의 기다림의 끝, 그것이 해피엔딩일지 새드엔딩일지 그려본다. 


오랑캐에게 욕을 당한 길채는 장현에게 이 사실을 담담한 듯 속엔 두려움, 떨리는 마음을 가득 실은 채 묻는데

장현은 길채의 아픔을 헤아리며 "안아줘야지."라고 대답한다. 많이 괴롭고 힘들었을 테니 안아줘야 한다고.

그 말 한마디에 켜켜이 쌓여 얼음처럼 굳어진 상처가 녹아지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누구에게나 어린 시절의 상처든 지금의 어려움이든 깊은 마음속에 넣어두고 녹슨 채 방치해 둔 아픔들이 있을지 모른다. 떨리는 마음으로 용기 내어 솔직한 심정을 토로했을 때 말없이 안아주는 그런 존재가 있다면 세상을 살아가는 따듯하고 든든한 힘이 되지 않을까. 


있는 그대로 바라봐 주지 못했던 사람에게 미안하다. 그리고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바라봐주지 못한 그 사람을 이해한다. 


 버림받는 것이 너무 두려웠다. 데이트를 할 때면 나다운 모습을 잃고 맞춰주기에 급급했다. 좋은 모습만 보여주고 싶었다. 나답지 않은 모습으로 관계를 유지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었고, 나도 사랑하지 않는 모습을 다른 누가 사랑해 주길 바라는 건 무리한 요구이고 또 욕심이라는 걸 알았다. 그래도 잠깐이나마 사랑을 주고받았던 그때의 기억이 생생해서 나 혼자 오랜 시간 그리움의 늪에 빠져서 허우적거리고 있었나 보다. 


지금은 어디에 누구와 있든 그가 행복하길 바란다. 건강하게 자주 웃길 바란다. 그 웃음소리가 호수에 돌처럼 던져져 큰 파장을 그리며 내 마음에 닿길 바란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나 또한 긍정적인 마음을 보낸다. 그리움, 슬픔 보다 기쁨, 설렘을 안고 웃으며 지내는 시간을 늘려가 본다. 이것이 나를, 누군가를 위한 더 현명한 방법인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가끔 이렇게 그리움이 찾아온 날엔 그 마음도 외면하지 않고 충분히 느껴주면서.  


결국엔 모두 하나이던 시절로 다들 돌아가는 시기가 온다고 한다. 이곳에서만 느낄 수 있는 그리움을 충분히 느끼고 자연히 흘려보내면서 기다린다. 서로를 웃게 하는 그런 인연을. 잊히진 않을 것 같다. 만나면 꿈같았던 장면들, 행복하다는 게 이런 거구나라는 걸 느끼게 해 준 기억들이 종종 나도 모르게 떠오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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