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가 찜한 약속 장소가 일본식 파스타, 오믈렛 전문점이다(feat. 고에몬 강남). 배부름이 예상되었고 그럴 거면 미리 좀 걸어두는 게 좋을 것 같아 약속 장소로 가기 전, 아차산 정상 삼분의 일 지점까지 살짝 걸었다.
고에몬의 식사는 예상했던 맛있는 맛. 꽤 많은 양으로 든든히 배를 채웠으니 커피를 마시기 전 좀 걸어보자 했다. 반포한강공원을 목표로 약 한 시간 이십 분 정도의 걷기. 익숙하지 않은 동네의 아파트를 지나, 공원을 지나, 맛집을 지나 걷는 길은, 마치 관광객이 된 듯 한 기분.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잔씩 들고 한강변 계단에 앉아 가진 힐링 타임 후, 지하철을 타기 위해 고투몰로 향하는데, 반포 한강공원에서 고투몰로 이어지는 지하도가 멋지다. '서울의 24시간'이라는 주제로 그려진 벽화가 시선을 끈다. 차를 가지고 갔더라면 한참을 모르고 살았을 멋진 공간. 그렇게 벽화를 보며 고투몰까지 다시 걷기.
첫눈 오는 날 만나자며 말도 안 되는 작별 인사를 하고 지하철에 올랐는데, 바로 집으로 가기엔 밖으로 보이는 날씨가 너무 아깝다. 자양역(뚝섬)에 내려 걸어가 보기로. 집에서 뚝섬한강공원까지는 종종 걷는 익숙한 경로라 결정은 쉬웠다. 11월까지 드론라이트쇼가 열린다는 사실, 나만 몰랐던 건 아니겠지.
지난여름, 태양을 피하느라 멀리 했던 한강은 여전히 포근했다.
한강변을 느리게 걸어 집에 도착, 휴대폰을 보니 하루동안 27,777보를 걸었다고 한다.
날씨가 원인이든, 맥주가 원인이든 365일 다이어트 생각인 게 무색하게 여름동안 2킬로가 찐 상황, 구체적이고 목적 있는 다이어트는 엄두가 나지 않아 쉽고 간편한 걷기라도 열심히 해보자는 생각으로 틈틈이 걷는 중이었는데, 뜻밖의 기록을 달성해 버렸다. 이대로면 내가 바라는 마이너스 2킬로그램, 곧 실현되는 게 아닐까.
현지인인 듯, 여행자가 된 듯, 실컷 걸었던 날, 휴대폰의 걸음수 알림이 없었더라면 힘들게 걸었다고 끝났을 오늘, 수치로 알려주니 뿌듯함과 성취감으로 훈훈하게 마무리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