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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밤새 Oct 26. 2023

재능이란 무엇인가

재능(才能)


어떤 일을 하는 데 필요한 재주와 능력. 

개인이 타고난 능력과 훈련에 의하여 획득된 능력을 아울러 이른다.


네이버 국어사전에 이렇게 나온다. 재능이란 무엇일까? 얼마 전 유튜브를 보니 술을 잘 마시는 동료 연예인에게 '간에 재능이 있다'라고 하더라. 맞다. 술 잘 마시는 것도 재능이다. 골방에서 하루 종일 술만 마셔서 알코올중독자가 되면 그걸 재능이라 할 수 없겠지만, 친구들의 고민을 들어주느라 지치지 않고 술자리에 참석할 수 있다면 술 잘 마시는 걸 재능이라 부를 수 있을 것이다. 


보통 재능이라 하면 예체능에 타고난 신동 이미지를 떠올린다. 하지만 가족이나 친구 모임에서 분위기를 화기애애하게 이끄는 사람, 묵묵히 상대방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사람, 다툼이 있을 만하면 교통정리를 잘하는 사람도 모두 그 방면에 재능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재능은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나를 인정받게 하고, 또 타인을 도울 수 있는 도구가 된다. 타고나서 잘하는 것이 재능이라는 정의에는 모두가 동의한다. 하지만 하고 싶은데 잘하지 못하는 것은 재능일까? 재능이 아닐까? 재능은 삶의 어느 시점에서도 완성형이 아니기 때문에 현재 시점에서 그 일을 잘하지 못한다고 해서 결코 재능이 없다고 속단할 수는 없다. 훈련에 의해서 재능이 완성된다면 지속적인 훈련을 위해서는 애정이 필요할 것이고, 그 애정이 마음속에서 장시간 사라지지 않는다면 그 애정 자체가 재능이라고 나는 믿는다. 이 이야기를 이제부터 하고자 한다.


내가 재능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기가 쉽지 않은 현실에 대한 고민 때문이었다.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 자체도 어려운 세상에서 그걸로 먹고사는 것은 더더욱 어렵다. 그래서 대부분의 현실 사람들은 '하고 싶은 것 하며 사는 사람이 몇이나 된다고, 참고 꾸준히 직장생활 하는 것이 최고야'라고 말한다. 거의 불문율처럼.


하고 싶은 걸 하려면 시간과 돈이 필요하고 시간을 확보하려면 일을 안 하거나 일하는 시간을 줄여야 하니 또 돈이 필요하다. 결국 '돈돈만사성'이라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이렇게 돈에 초점을 맞추고 살다 보면 점점 내 정체성은 희미해지지만, 나를 잃어가는 불안함에 대한 보상으로 '은퇴 후에는 하고 싶은 걸 하고 살면 되지. 그러려면 지금 열심히 벌고 모아야지' 정도로 타협하게 된다.


대한민국에 흔하디흔하다는 치킨집과 카페를 창업하려 해도 재능을 생각하게 된다. '내가 잘할 수 있을까? 나한테 이 일이 맞을까?' 하고 말이다. 재능을 무시하고 산다고 해서 삶에 재앙이 닥치거나 이상한 일이 일어나지는 않는다. 오히려 별다른 일이 일어나지 않고 평탄하게 살 가능성이 많다. 또 어떤 일을 즐거움 없이 한다고 해서 꼭 못하게 되는 건 아니다. 우리는 적응력이 뛰어난 동물이라 어떤 일이든, 어떤 환경에서든 그럭저럭 해낸다. 하지만 그럭저럭 무탈한 삶이라고 해서 그것이 스스로에게 만족스럽고 진정성 있는 삶이라는 뜻은 아니다. 


재능을 생각하고 고민해야 하는 이유는 짧은 생애 동안 나도 만족스럽고 남도 위하는 삶을 살기 위해서다. 즉 행복한 공생을 위한 도구로서 재능을 찾고 발견해서 내 삶에 써먹어야 비로소 나다운 삶을 살 수 있다는 말이다.


100억이 넘는 재산을 사회에 기부하고, 수많은 학생에게 장학금을 준 것으로 유명한 「줬으면 그만이지」의 주인공 김장하 선생은 어릴 적, 가난 때문에 고등학교 진학을 포기하고 아버지를 도와 농사를 짓고 있었는데 농사가 전혀 체질에 맞지 않았다고 한다. 그런 손자의 모습을 지켜보던 할아버지가 어느 날 친구가 하는 약방일을 해보지 않겠냐고 권했고, 이 일이 훗날 김장하 선생의 운명을 바꾸게 된다. 낮에는 약방의 허드렛일을 하고 밤에는 한약 공부를 하며 3년의 시간을 보내던 중 우연히 발견한 한약업사 시험 공고를 보고 지원해 한약업사가 된 것이다.


만약 김장하 선생이 농사일을 계속했다면 사회에 큰 기부를 할 만큼 많은 돈을 벌 수 있었을까? 체질에 맞지 않는 일이었으니 그러지 못했으리라 짐작한다. 이렇듯 재능은 삶에서 무척 중요하다. 그러나 이 시대의 중년과 장년, 노년까지도 '재능'이라는 단어에 둔감하고, '재능'을 다른 사람들이나 젊은이의 이야기라고 단정한다. 재능을 말하기에는 너무 늦은 나이라 생각하며 대충 타협한 회색빛 삶을 살아간다. 


과연 그럴까? 그래야만 할까? 그렇게밖에 살 수 없는 걸까? 제2의 인생은 없는 걸까? 먹고사는 데 열심인 모든 분들을 탓하자는 게 아니다. 먹고사는 데에만 삶의 모든 에너지를 쏟는 게 문제다. 더 좋은 걸 가질 수 있는데, 낡아빠진 옛날 장난감을 손에 쥐고 놓지 않는 아이처럼 사는 건 아닌지 자신을 돌아보자는 말이다. 그렇지 않다는, 나에게도 재능을 있을 거라는, 다른 삶에 대한 믿음이 손톱만큼이라도 있는 분이라면 이 책을 끝까지 읽어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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