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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밤새 Oct 30. 2023

주목받는 것과 재능의 상관관계


지난 추석 연휴에 하동에 있는 휴양림에서 가족들과 1박을 하고 돌아오는 길에 광양시 진월면에 있는 섬진강 가에 들렀다. 갈대를 보러 갔던 우리는 이것이 갈대냐 억새냐를 두고 재밌게 옥신각신했다. 그곳에는 기대하지 않았던 코스모스 군락이 있었는데, 옆 동네 하동군 북천면에서 열리고 있는 코스모스 축제와 비교되었다.


북천의 코스모스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주목받는데 비해 진월의 코스모스는 아는 이 없고, 찾는 이 없어 쓸쓸해 보였다. (빨간 우체통 모양의 화장실이 있는 걸로 봐서 광양시에서 관광지로 조성하려 했는데 잘 안된 모양이다.) 쓸쓸한 건 내가 감정 이입을 한 것이고, 어쩌면 진월의 코스모스들은 인간들의 소란스러움에 시달리지 않는 호젓함 속에 더 행복하지 않았을까.


똑같이 가을에 아름답게 핀 코스모스들. 진월의 코스모스도 당연히 꽃이다. 재능을 꽃에 비유한다면 세상에는 주목받지 못해도 아름다운 꽃들이 얼마든지 있다. 북천의 코스모스가 주목을 받고, 축제가 활성화된 것은 운도 상당히 따랐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진월의 코스모스에서 진한 감동과 여운을 느꼈으므로 거기에 있던 그 꽃(재능)이 내게는 더 소중하다.


진월면의 코스모스


히트곡이 아닌 언더그라운드 음악, 나만의 숨은 명곡, 베스트셀러는 아니지만 내가 좋아하는 책, 구독자는 적지만 내가 좋아하는 브런치 작가, 인간관계가 넓진 않지만 내겐 더없이 소중한 친구, 별다른 말은 없지만 언제나 내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배려심 깊은 친구... 숨은 꽃들은 곳곳에 있고 소중하다.


그래서 주목받는 것과 재능을 결부시킬 필요는 없다. 북천의 코스모스만 꽃은 아니지 않은가. 물론 사람은 본능적으로 주목(인정)받는 것을 좋아하고, 자본주의는 그걸 부추기므로 때로 진월의 코스모스처럼 내 재능이 쓸쓸해 보일 때가 있다. 그래서 '재능 = 잘하는 것'이라 할 때, 이 '잘하는 것'의 정의를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


우리는 보통 주목받고 순위에서 앞선 것을 '잘하는 것'이라 여긴다. 요리를 잘한다고 하면 일류 셰프들을 떠올리고, 시를 잘 쓴다고 하면 유명한 시인들을 떠올린다. 하지만 엄마의 요리, 갓 한글을 배워 쓴 할머니들의 시를 생각해 보라. 테크닉이 부족해도 그 진정성 때문에 엄마의 요리와 할머니의 시가 내겐 더 '잘하는 것'으로 다가온다. 이렇게 생각해 보면 잘한다는 것은 결국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느냐'의 문제이다. 사람의 마음을 한 번에, 혹은 몇 번 만에 움직이지 못할 수도 있다.


내 서툰 피아노 연주에 3년 동안 아무도 감동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우선 내가 감동받았다면 나는 피아노에 재능이 있는 것이다. 그 서툰 피아노 연주에 대한 애정이 식지 않아 내가 5년, 10년 동안 계속 친다면 언젠가, 당연히 나 아닌 타인도 감동을 받을 것이다. 그래서 재능은 나와 남을 행복하게 한다.


애정이 있어서 시작한 일을, 단기간에 주목받지 못한다고 해서 우리는 쉽게 포기한다. '브런치 작가에 겨우 합격해서 꾸준히 글을 써봤는데, 구독자도 안 늘고 아무도 주목하지 않네. 재미없네.', '피아노 배워봤는데, 한 곡 완곡하기도 쉽지 않네. 잘 치는 사람 널렸는데, 내가 뭣하러 힘들게 이 짓 하고 있지?'


애당초 그 일에 애정이 없었다면 쉽게 포기해도 된다. 세상엔 시도해 볼 수 있는 일들이 수없이 많고, 인생은 지극히  짧기 때문이다. 하지만 붕어빵 속의 팥앙금처럼 마음속에 계속 남아 있는데, 주목받지 못해서, 성공하지 못해서 그만두려 한다면 다시 생각해 보자. 세상에 쉬운 일은 없다. 숨쉬기도 우리 뇌와 오장육부가 멀쩡해서 쉬워 보이지 실제로는 간단하게 진행되는 일이 아니다.


'재능'이란 단어의 의미를 너무 삭막하고 살벌하게 생각하지 말자. 재능은 잘하는 것이고 잘하는 것은 진정성이 핵심이다. 진정성이 있다면, 그 일에 애정이 있다면 나는 재능이 있는 것이다. 그 진정성으로 누군가를 감동시키고, 나도 뿌듯하다면 그것이 바로 개인적이면서도 이타적인 삶이다.




시간이 걸릴지라도 당신이 그 일에 진심이라면, 내가 진월의 코스모스에 반했듯이 누군가 당신의 꽃(재능)에 감동해서 살아갈 힘을 얻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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