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팀의 철학은 '마음으로 쓴 곡은 언젠가는 큰 사랑을 받는다.'입니다. 가끔 작곡가들이 유명한 가수에게는 아끼는 곡을 주고, 유명하지 않은 가수에게는 대충 만든 곡을 주는 경우를 보았습니다. 하지만 저희 팀은 가수가 유명하든 유명하지 않든, 잘 만든 음악은 언젠가 빛을 본다는 마인드로 최선을 다해 곡을 만들어 왔습니다. 미스터트롯에서 국민 손자가 된 정동원 군이 빛을 보기 전 만든 '효도합시다', 송대관&전영랑 명창님과 함께한 '약손', 조항조 선생님의 '고맙소'도 훗날 큰 빛을 본 곡들입니다. 잘 만든 곡, 즉 마음으로 만든 곡은 시기의 문제이지, 언젠가는 큰 사랑을 받는다는 철학을 가지고 정성 들여 곡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한국저작권보호원의 2021년 블로그 포스팅 중 작곡팀 <알고 보니 혼수상태> 관련 글 중 일부이다.
"너를 닳고 닳고 닳게 해야 보상을 해주는 거지. 그래야 더 달지 않아?" 이 말은 최근 유튜브 쇼츠 영상에서 비(정지훈)가 후배들에게 나태해지지 말라고 하면서 한 조언의 일부다.
<알고 보니 혼수상태>의 곡들은 트로트라도 너무 올드하지 않고 서정적이라 좋아하고 그들은 작곡가 선배로서 나의 흠모 대상이다. 나는 요즘 멜로디와 가사를 거의 내가 쓰고(70~100%) 편곡과 보컬은 AI에게 맡기는 방식으로 주로 발라드와 트로트 곡들을 작업하고 있다. AI 플레이리스트가 돈이 된다고(사실 나도 여기에 솔깃해서 초반에 플리 음악을 열심히 만들었다), '딸깍'하면 곡이 나온다고 사이비 강의팔이들이 SNS에 설쳐대는데(진짜 AI 작곡 강의를 하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오해 없으시길), 그렇게 해서 운 좋게 알고리즘을 타고 돈이 될진 몰라도 어떤 분야든 AI를 쓴다고 좋은 작품이 뚝딱 나오진 않는다.
AI의 도움을 받아 좋은 곡을 완성도 있게 만드는 작업도 꽤나 힘들다. 아직 AI 작곡 기술이 미세하게 오류가 많고 DAW에서처럼 부분 수정이 아니라 매번 새로 생성하는 원리라 생성할 때마다 다른 결과물이 나오는 것도 큰 스트레스다. 만든 후에는 또 썸네일과 영상을 제대로 만들어서 대중에게 알려야 하는데 이것 역시 어렵다. 그런데 유튜브 스튜디오에 들어가서 세밀히 살펴보면 좋은 곡들은 '좋아요'를 많이 받고, 그 곡에서 구독도 많이 일어난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비록 규모가 매우 작지만 말이다.
"관객을 모른다고 인정함으로써 저는 관객으로부터 해방되고 싶어요. 어차피 모른다는 거죠.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는 거고. 관객들의 호응에 대해서는 어차피 모르고 예측이 불가능하다면 소신껏 하자는 거죠. 자기 자신한테 충실한 게 제일 좋은 것 같아요. 본인을 만족시키려고 한 번 애써 보세요.
저는 그렇게 하려고 최면을 많이 걸었던 것 같아요. 내가 제일 첫 번째 관객이다. 내가 보고 싶은 영화를 찍는다. 자신의 재능을 믿고 자신부터 자신의 재능을 존중하면서 소신 있게 나아갔으면 좋겠습니다."
이 말은 최근 인스타그램에서 본 봉준호 감독의 말이다.
나는 봉준호 감독과 <알고보니 혼수상태> 작곡팀의 마인드로 곡을 계속 만들려 한다. 그리고 정지훈의 마인드로 인정받지 못하는 긴 시간(과정)들을 버텨보려 한다. 노력은 적당히 하고 인정은 빨리 받고 싶은 마음이 나를 비롯한 보통 사람들에게는 많은 것 같다.
내가 선택한 봉준호, 알고보니 혼수상태, 정지훈의 마인드와 방식이 반드시 정답은 아닐 것이다. 대중의 선호도를 잘 조사해서 성공한 사례도 있을 것이고, 상업적 요구에 의해서 만든 곡이 히트한 경우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히트 치려고 만든 곡은 히트한 적이 없다'는 말은 전에 김도훈 작곡가도 어느 영상에서 말했던 것 같다. 그래서 나는 이런 마인드를 믿고 계속 가보려 한다.
나와 대중을 동시에 감동시키는 작품이 가장 좋다. 성공과 인정은 그 뒤에 따라올 수도 있고, 안 올 수도 있다. 이런 곡 만들기를 꾸준히 하기란 힘들다. 하지만 뭔들 힘들지 않겠는가. 놀기만 해도 지루하고 힘들고, 일만 해도 힘들다. 하기 싫은 일을 하면 더 힘들고,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인정 못 받는 것이 그나마 낫다. 비교를 하자면 나보다 잘하는 사람은 끝이 없지만 나는 내 그릇대로 최선을 다하면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릇의 크기도 경험과 연륜에 따라 자꾸 변한다는 사실. 인생에는 상수가 별로 없다. 태어났고, 죽는다는 사실만이 상수다. 나머지는 다 변수.
나는 박봉에 얽매여 있는 현재의 직장 생활을 벗어나서 음악과 글만으로 먹고 살 만큼 벌고, 이 분야에만 집중과 몰입과 공부를 하면서 여생을 보내고 싶다. 이것이 내 꿈이다. 꿈이 이루어질지는 잘 모르겠다. 꿈의 운명은 나의 노력만으로는 안되고, 운을 손에 쥔 신(God), '인정'이라는 투표권을 쥔 타인들에 의해 좌우되기 때문이다.
어찌 됐든, 마음으로 쓴 곡으로 첫 번째 관객인 나를 만족시키기 위해 계속 열일해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