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메리골드 Feb 09. 2024

튈르리 정원에 앉아 생각에 빠지던 순간을 잊을 수 없다

다시 파리에 간다면

튈르리 정원에 앉아 생각에 빠지던 순간을 잊을 수 없다.



따뜻한 5월에 동생과 함께 파리를 여행했다.

대한항공 마일리지를 모아서 한 명은 무료로 이코노미행 티켓을 끊을 수 있었기에 즉흥적으로 떠난 여행이었다.

파리만 갈 수 없으니, '해리포터를 사랑하는 우리는 런던으로 기차를 타고 떠나자!'라는 생각

파리 In, 런던 Out 행 비행기를 끊었다.


5년 전 파리는 테러가 심했고, 우리는 겁이 많았다.

첫날에는 에펠탑 근처 호텔에 머물렀고, 그 이후로는 안전한 구역만을 찾아다니며, 루브르박물관 앞에서 머물렀다.



파리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버스를 타고 호텔로 향하던 길,

비가 내리며 흐린 하늘에도 차창 너머로 보이는 개선문을 보며 마음이 들떴다.


곧장 짐만 풀고, 핑크색 트위드재킷으로 갈아입고 호텔 근처 식당을 찾아 저녁을 먹으러 나섰다.

호텔 앞 거리로 나서기만 했을 뿐인데, 그림처럼 에펠탑이 보였다.

오월의 파리는 아름다운 분홍빛 꽃나무가 가로수였고, 초록빛깔이 넘실거리는 나뭇잎은 너무나 싱그러웠다.



저녁을 먹기 위해 구글 지도를 보고 계획에도 없던 근처 식당을 찾았다.

프랑스식 육회라는 말에 이끌려 '타르타르'를 주문했는데, 너무 비려서 한입 먹고 더 먹을 수가 없었다.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다 용기를 내서 육회를 데워줄 수 없냐고 물었다.

종업원은 정말 이상한 표정을 지었지만 친절하게도 데워주겠다고 했다.

하지만 다시 데워서 나온 타르타르는, 여전히 먹을 수 없는 맛이었다.



그때부터 파리에서는 맛있는 음식을 먹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뜻밖의 미슐랭 투어를 시작했다.

미슐랭이라고 비싼 식당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동안 내가 접근할 수 없을 것 같다는 영역이라는 것은 편견이었다.

파리에는 미슐랭 원스타부터 쓰리스타까지 식당들이 다양했고, 런치코스로는 30달러를 주고도 미슐랭식당에서 코스요리를 먹을 수 있었다. 아직도 파리를 떠올리면 바로 옆테이블과 같이 식사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던 아주 좁은 테이블로 가득 찬 미슐랭식당이 떠오른다.



두 번째 날 아침이 밝았고, 루브르박물관 근처의 호텔로 옮겼다. 프런트 직원이 직접 방까지 함께 올라가서 방 구조에 대해 설명해 주었다. 여행을 많이 다니며 체크인을 수없이 해봤지만, 처음 있는 일이었다.


파리는 원래 이렇게 친절한 도시인 걸까? 여행을 하며 언제나 이방인이었던 내게는 익숙하지 않은 친절함들이 가득했다.


아침을 먹기 위해 근처 카페로 향했다. 크루아상과 오렌지주스, 핫쵸코를 주문했다.

튈르리 정원이 보이는 카페였다. 이른 아침이라 우리밖에 손님이 없었고, 사진을 찍는데 흰머리의 할아버지 웨이터가 끼어들어 웃음이 터진 사진을 남겼다.



튈르리 정원은 목적지가 아니었다. 그냥 지나가는 길이었는데, 정원 한가운데에 분수대가 있고 유럽 하면 떠오르는 진녹색 철제의자가 둘러져 놓여있었다. 시간이 남으니 의자에 앉아 잠깐 쉬어볼까라는 생각에 머무르게 된 곳이었다.


이상하게도 의자에 앉는 순간 평화로워졌다. 시간이 넘쳐흘러서 마음은 여유로 가득 찼다.



파리에 다시 간다면,

어떤 보다도 튈르리 정원의 분수대 앞 의자에 앉아 생각에 빠지고 싶다.


오늘 내 마음은 튈르리 정원에.



작가의 이전글 2024년 나에게 하는 다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