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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을 위한 설득, 설득을 위한 디자인

좋은 결과물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실무 이야기

by 너머

아무리 기깔난 디자인 결과물을 만들어도, 그 자체만으로 프로젝트는 끝나지 않습니다.

실무에서는 '왜 이렇게 나왔는지'를 설명하고 설득해야 합니다.

디자인은 결국, 결과물 이전에

설득의 언어를 만들어야 하는 일입니다.







좋은 결과물만으로 충분하지 않습니다


프로젝트가 주어지면 디자이너는 열심히 시안을 만듭니다.

레퍼런스를 모으고, 기획안을 분석하고, 그리고 창의력까지 쥐어짜서


때때로, 스스로도 놀랄정도로

기깔난 결과물이 나올 때도 있습니다.

그럴 때 자기확신에 차 디자이너 동료들에게 어떠냐 물어보면

대체로 "좋다"고 하죠.

하지만 그 결과물만 덜렁 들고 미팅 자리에 들어가서는 안됩니다.

결과물이 준비되었다면 이제 설득을 준비해야 합니다.







비디자이너를 설득하는 일


대부분의 조직에서는 디자인을 결정짓고

집행할 결정권자가 비디자이너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생각보다

훨씬 더 '미감'이 낮을 수도 있습니다.


그들은 당신의 결과물이 아니라,

이것이 비즈니스에 왜 최선의 비주얼인지를 듣고 싶어 합니다.


논리로 설득할 수 있어야 합니다.

설득이 빠진 결과물은 아무리 훌륭해도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습니다.







설득을 위해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습니다.


실무에서 시안은 대개 3개 이상 준비합니다.

그 3개의 시안이 다 중요해서 혹은 다 최고의 방법이어서가 아닙니다.

하나는 성의없어보이고, 두 개는 뭔가 아쉽고

그러니 가장 안정적인 숫자가 3이어서 미니멈 3개 시안을 만드는 것이죠.


그렇다보니 아까 언급한 것처럼 대작이라 여겨지는 '밀고 싶은 디자인'이 생길 경우

2가지의 방법으로 PT를 구성합니다.


1. 가장 좋은 시안을 앞이나 뒤에 배치하기

2. 나머지 시안들을 살짝 덜 매력적으로 만들기.


저도 사람과 상황에 따라 두 가지 방법을 번갈아가며 사용합니다.

가장 편한건 아무래도 시안의 퀄리티를 어느정도 유지해야하는 1번보단,

맘 놓고 버리는 시안을 올리는 2번이 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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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득을 실패하는 디자이너, 설득을 성공하는 디자이너


선택이 주어지면 사람은 '옳은 것'이 아니라 '최선처럼 보이는 것'을 고르려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월등한 선택지를 '밀고 싶은 디자인'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그래야 설득의 핵심 전략이 됩니다.


하지만 여기서 문제가 발생합니다.

디자이너 눈에 아쉬운 시안이,

비디자이너 눈에는 충분히 괜찮아 보일 수도 있다는 것.


결국 미팅룸에서 야심차게 준비한 대작이 아닌 버리려 했던 시안이 채택되는 날도 있습니다.

시장에 보이는 '저 제품 디자인 왜저래', '디자인팀이 진 제품'은 다 이런 이유가 있을수도 있습니다.

디자인 제안서를 들고 들어갔다가. 말도 안되는 시안이 채택되어 벙벙한 채로 미팅룸을 나선 지난 모든 날들을 겪고난 후 이제는 모든 시안에서 조금씩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어 둡니다.







또 다른 디자인이 필요한 순간


결국 우리는 결과물을 만들고,

설득용 PT를 만들고, 그걸 다시 설득하기 위한 다른 디자인까지 만듭니다.

디자이너가 비주얼을 내놓지 않으면

아무것도 상상하지 않는 조직과 스스로 머릿속으로 그리려 하지 않는 사람들.


아직까지도 우리는 그렇게 디자인을 만들고, 설득하고,

설득을 위한 디자인까지 만들어 떠먹여 주어야 합니다.


그게 오늘도 우리가 하는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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