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진짜 다 알아?

by 스프링버드


샐리,


여기 어린 고양이가 있어. 눈을 똥글똥글 굴리면서 창문 밖 세상을 열심히 관찰하는 집고양이야.



브렌던 웬젤 글, 김지은 옮김, 올리, 2021


고양이는 수많은 창문을 알고 있어. 다양한 모양의 창문들을 말이야. 좁고 넓고 네모나고 둥근 창문들을 내려다보고 올려다보면서 고양이는 세상을 내다봐. 층에서 층으로 오르락내리락 옮겨 다니면서. 고양이는 벽도 다 알아. 창문이 아닌 곳은 당연히 벽일 수밖에. 고양이는 그 밖의 다른 많은 것들도 알고 있대. 그런데 '다른' 게 뭔지는 말하지 않아. 고양아, 넌 뭘 더 알아?





고양이는 여러 가지 것들을 '유리 한 장 너머'로 봐. 집의 유리창들은 아주 다양해. 먼지투성이 유리창, 얼룩덜룩한 유리창, 가려진 유리창, 괴상한 유리창, 네모, 세모, 둥근 창, 창, 창들. 고양이는 그 갖가지 유리창 너머로 바깥세상을 내다봐. 세상에는 눈동자들도 떠다니고 간식들도 엄청나고 대왕 고양이도 있고 무시무시한 괴물도 있어. 세상은 아주 신기하고 재밌고 이상야릇한데 무섭진 않아.


고양이는 층에서 층으로, 창문에서 창문으로 옮겨 다니며 바깥 풍경들을 구경하지. 고양이는 창문도 알고 벽도 알고 벽 너머 세상도 알고 또 다른 많은 것을 알고 있다고 자신해. 하지만 고양이가 말하는 '다른 많은 게' 도대체 뭘까? '틈새에 숨어 있는 것까지 속속들이 다' 알고 있다고는 하는데.



모든 풍경과 모든 층에서 일어나는 일.
모든 창문, 모든 세상, 그 너머에 있는 것.
꼭대기에서 바닥까지 머리부터 발끝까지.
이제 더 이상 할 말이 없을 정도로 모두 다......


진짜? 고양이는 정말로 다 아는 걸까? 우리가 평소에 만나는 고양이들은 진짜로 모든 걸 아는 것처럼 보이긴 해. 왠지 모르게 그래 보여.





이 그림책은 어린 집고양이의 세상 탐색을 재밌게 보여주고 있어. 창문 밖으로 내다보는 다양한 바깥 풍경들을 보며 고양이는 세상을 놀이처럼 공부하는데, 고양이와 세상 사이에 유리창 한 장이 있구나. 바깥 풍경이 아무리 다양해도 그건 딱 유리창 하나만큼의 세상이겠지? 유리창이 아무리 많아도 세상을 다 보여줄 순 없어. 게다가 이 어린 고양이는 집 안에만 있잖니. 집 밖으로는 나가보질 못했어. 맨 마지막 장에서 드디어 고양이는 현관문 너머 진짜 바깥세상을 만나게 되는데, 고양이의 놀란 표정이라니!


아무 생각 없이 즐겁게 이 귀여운 고양이를 감상해도 좋아. 집고양이의 안전한 세상 탐험을 웃으면서 봐도 좋아. 웃으라고 만든 책이니까. 그런데 자신만만한 이 귀여운 고양이를 보고 웃으면서 혹시 누가 떠오르진 않았니? 우리가 하는 짓이 딱 고양이 같다는 생각이 들진 않았어? 이 그림책이 단순히 어린이용이 아닌 건, 작가가 고급 유머를 구사하고 있기 때문이야. 생각 없이 웃었는데 알고 보니 웃음거리가 된 대상이 바로 우리 자신이지 뭐니. 작가는 우리한테 묻고 있어. "모든 풍경과 모든 층에서 일어나는 일. 모든 창문, 모든 세상, 그 너머에 있는 것. 꼭대기에서 바닥까지 머리부터 발끝까지. 이제 더 이상 할 말이 없을 정도로 모두 다" 아는 거 맞아요? "틈새에 숨어 있는 것까지 속속들이 다" 알고 있는 거 맞나요? 이 세상을 다 안다고 자신하는 우리한테 "진짜로?" 하고 작가는 묻고 있어.


어린 집고양이는 모든 걸 다 안다지만 그건 집안의 작은 세상, 유리창만큼의 작은 바깥세상이지. 그 세상은 닫힌 작은 세계야. 정확히 말하면, 고양이는 모르는 것만 빼고는 다 알고, 아는 걸 빼고는 다 몰라. 우리는 고양이를 보고 웃지만, 진실은 우리가 고양이라는 거겠지? 그러니 우리가 고양이처럼 작은 집안에서 내가 아는 게 전부라고 착각하고 있진 않은지 가끔씩 되물어볼 필요가 있을 것 같아. 자신을 믿는 것도 좋지만 자신의 눈으로 세상을 판단하고 재단하고 고집하고 있지는 않은지 가끔은 진지하게 되돌아보면 좋겠어.


그리고 유리창과는 달리, 열어야지 세상이 보이는 문이 있다는 사실도 명심하렴. 세상에는 우리가 열어보지 않은 문들이 많아. 그 문들 너머에는 탐험할 수 있는 갖가지 새로운 세상이 펼쳐져 있겠지. 길이 막혔다는 생각에 마음이 어둡고 무거워지거든, 이 말을 기억하렴. 우리는 아직 모든 문들을 다 두드려본 적 없다.





* 인용한 그림은 온라인서점 알라딘에서 제공하는 자료입니다.







keyword
수요일 연재
이전 05화첫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