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에는 사람이 없는 편이 좋다>를 읽고
내 주변엔 도서관에서 빌린 책을 못(‘안’이 아니다) 읽어서 무조건 구입하는 사람들이 제법 있다. 그들이 멋있어 보여서 나도 그런 사람이면 좋겠다고 종종 생각했다. 한쪽 벽이 허물어질까 무섭게 책을 가득 쌓아놓고 온라인 서점의 상위 1% 고객이 되는 그런 사람. 허나 나는 어쭙잖은 미니멀을 흉내 내느라 어질러진 꼴은 못 보아 넘기는 사람, 궁금했던 신간을 도서관에서 빳빳한 상태로 만나면 횡재라도 한 것처럼 입이 찢어지는 사람이다. 이따금 기대를 무너뜨리는 책이라도 만나면 ‘안 사길 잘했다’면서 더욱 부지런히 도서관에 드나드는 그런 사람 말이다.
이랬던 내가 책을 내고 나자 상황과 마음이 사뭇 달라졌다. 내 책이 더 많은 이의 눈에 띄길 바랄수록(솔직해지자) 아니, 더 많이 팔리기 바랄수록 도서관에서 다른 작가의 책을 빌릴 때마다 죄책감이 밀려왔다. 공공도서관에만 깔려도 초판은 소진되겠지 싶어서 희망도서 요청 게시물을 올린 뒤, 도서관에 책이 깔리기 시작하면 책 판매가 안 된다는 어떤 작가의 글을 읽곤 더더욱 마음이 불편했다.
그래서 이 책의 제목이 내 속을 좀 찔렀다. 어려운 출판 시장을 위해서라도 책은 사서 읽자. 뭐 그런 의미라고 짐작했다. 하지만 언제나 허를 찌르는 우치다 다쓰루 작가는 잘 팔리지 않는 책, 존재하는지조차 몰라서 사람들이 자주 찾지 않는 책, 쉽게 읽히지 않으나 반드시 있어야 하는 책들을 위해 오히려 도서관은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왜 사람이 없는 편이 좋다고 했을까? 작가는 독자들이 놓친 수많은 책과 관심 있어본 적 없는 지식이 늘어선 서가를 거닐며 독자가 스스로의 무지와 부족함을 깨우치길 바랐다. 그러기 위해서 도서관은 고요 속에 잠겨야만 하며 그 침묵 속에서 거대한 지식을 향한 겸손을 배울 수 있다는 것이다. 나 역시 그 순간들을 자주 경험했고 그때마다 도서관을 더욱 사랑하게 됐다. 읽을수록 나의 무지를 깨닫고 아무리 읽어도 결국 다 읽지 못한다는 인생의 유한함을 깨달을 때마다 책을 더욱 사랑하게 됐다.
그렇게 책 자체의 매력에 푹 빠졌으면서도 내 책을 낸 뒤론 다른 작가의 책만 보면 이 책은 몇 쇄 찍었나... 습관처럼 들춰보고 앉았었다. 이런 내게 작가는 ‘독자는 소비자가 아니고 (P166) 책은 상품이 아니다’ (P181)라고 말한다. 작가의 이런 문장 앞에서 내 안의 속물근성은 여지없이 들키고 만다. 그래도 다행은 그 부끄러움 뒤로 이렇게 계속 좋아해도 괜찮다는 생각이 몰려온다는 것. 도서관과 서가 사이의 고요에 잠기고 무한한 지식을 향한 흠모를 맘껏 품을 수 있다면 역시 도서관에는 사람이 없는 편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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