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곁에 실패: #3 홍정표 PD
세상 인정하기 어려운 게 실패다. 하지만 '잘' 인정하면, 사람은 크게 성장한다. 현 넷플릭스 프리랜서PD 홍정표가 그렇다. 그는 소상공인을 위한 브랜딩&컨텐츠 사업을 운영했지만, 결국 실패했다.
그리고 더 현명해졌다.
『했다, 실패』 첫 번째 인터뷰.
이 세상 털털함을 넘어선 PD홍정표의 실패담을 들어보자.
베테랑PD, 제작사를 때려치우다.
Q. 안녕하세요. 간단하게 자기소개 부탁드릴게요.
안녕하세요 저는 개인사업가이자, 넷플릭스의 외주 프리랜서 PD인 홍정표입니다.
Q. 오늘 들려주실 이야기는 어떤 이야기인가요?
음 오늘 할 얘기는, 제가 영상 컨텐츠를 제작하는 PD로 8년 정도 일을 했을 때,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2년 전의 일이네요. 그때 좀 갈증을 느꼈어요.
Q. 갈증이라 하면?
내가 하고 싶은 기획을 마음대로 하려고 제작사에 들어간 건데, 현실은 달랐으니까.
그래서 ‘이럴 바에는 자체 컨텐츠를 제작해서 수익을 만들어보자’ 생각을 하고, 아는 사람들과 회사를 만들었던 얘기예요.
(너무 담담해서 더 마음이 아ㅍ)
Q. 그럼 한번 본격적으로 길게 들어볼게요 시작으로 돌아가서, ‘어떤 걸’ 하고 싶으셨던 거죠?
그때가 모바일 방송국이라는 게 생기기 한두 해 전이었어요. 제가 다니던 회사 내에서도 모바일 컨텐츠에 대한 가능성을 충분히 깨닫고 있었어요.
사실 이전 세대의 컨텐츠는 하나를 선정해서 찍어내는 공장 시스템이잖아요. 반면 모바일 컨텐츠는 작지만 다양한 취향을 공략하는 형태가 될 것이다라고 예측하고 있었어요.
그런 모바일 컨텐츠를 상업적으로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 브랜딩에 활용할 수 있지 않을까? 큰 기업이 아닌 작은 브랜드들의 취향도 잘 살려낼 수 있지 않을까? 그게 우리 화두였어요. 하지만 그걸 회사에서 실현하기는 현실적으로 좀 어려우니까.
그래서 ‘그냥 내가 사업체를 차려서 컨텐츠를 만들어보자’ 결심한 거예요. 취향 타는 사람들이 잔뜩 모인 미디어 커머스 시장에서, 다양한 취향을 살린 컨텐츠를 만들자.
Q. 다양해지고 긱해지는 요즘 사람들의 기호에 맞게 컨텐츠를 제작하자는 거였군요
그렇죠. PD나 작가는 각자의 취향을 살린 컨텐츠를 여럿 만들고. 취향 타는 소비자는 그걸 골라서 보게 되는. 뭐, 둘 다 잡으려 했던 거죠.
사업은 실전이더라, 좀 많이
Q. 아무래도 회사차원에서는 ‘많이 팔릴 수 있는가?’가 중요하니까. 방향성이 다르긴 했네요.
그렇죠. 그런데 막상 나와보니 현실의 벽이 강했어요
우리가 사업을 할 때 고려해야 할 게, 수익성과… 아 사실 수익성이죠. 근데 그거에 대한 고민이 부족했죠.
내 자본이 100인데, 초기엔 얼마만큼을 쓰고, 직원을 몇 명을 뽑아서 하면 굴러가겠구나. 딱 그 정도까지는 고민을 했는데, 그 이상 디테일하진 않았던 거예요. ‘시장은 얼마나 열려있고, 호의적일까?’ 하는 시장분석도 좀 부족했었고요.
또 하나의 실수는 시간 분배였어요. 제작 시간이 너무 많이 쓰이는 거예요. 영상 컨텐츠를 만들려면 기획하고, 촬영하고, 편집하는 일련의 과정이란 게 있잖아요? 근데 크건 작건 시간이 똑같이 걸리는 거예요. 이게 되게 컸어요.
Q. 제작에만 집중하면 좀 달랐을 수도 있는데, 재무인력이 부족해서였을까요?
정표 : 인력부족 탓은 아니었던 것 같아요. 보통 작은 규모라 하면, 10명 이하 정도잖아요? 사실 법인체로 넘어가기 전인 소규모 팀에는 재무인력이 별도로 필요하진 않아요. 운영자가 재무 플랜을 알고 있기만 하면 됩니다. 그 생각은 지금도 동일해요.
팔릴 수 있는 게 없었다는 문제도 겹쳤어요. B2B든 B2C든 결국 팔려야 돈이 벌리잖아요? 우리가 팔 수 있는 건 ‘브랜딩 컨텐츠 제작 경험’이었어요. 그전까지 상대했던 클라이언트는 대기업 컨텐츠 사업부였고요. 장기적인 브랜딩을 목표로 하는 곳들이요. 근데 소상공인은 입장이 달랐죠. 그러다 보니까…
Q. 쉽지 않구나
정표 : 쉽지 않아요. 여건이 다르니까. 애초에 살 수 없는 컨텐츠였죠.
Q. 장기적인 브랜딩으로 제시하는 금액이나 업무기간이랑 상황이 달랐던 거군요.
맞아요 그러다 보니 소상공인들은 기다리지 못하고 계약을 끊어버려요. 이게 되게 재미있었어요. 아 재미있었다는 건 돌려서 얘기한 거고 (웃음). 사실 짜증이 너무 많이 났었죠
6개월 간의 브랜딩 계약이었는데, 중간에 버티지 못하고 계약을 끊어요. 근데 브랜딩이라는 게 한두 달 해서 되는 게 절대 아니잖아요? 소비자 인식을 바꾸는 건데…
그렇게 프로젝트 서너 개 중에 계약이 하나가 끊기니까, 다른 업무에도 지장이 생기는 거예요.
현금 유동성이 떨어지면서, 다른 일들도 할 수 없게 돼버린 거죠.
(역시 사업은 실전이었어)
인터뷰이: 홍정표 (프리랜서PD)
글: 말하는 개
사진: 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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