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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ailit Jan 13. 2019

사업은 실전이더라, 좀많이 (2)

브랜딩을 기다리지 못하는 사람들

1편에 이어-

재무 설계, 투입되는 업무시간의 비효율까지. PD홍정표가 말해준 실패의 요인은 많았다. 

하지만 가장 흥미로웠던 건 다른 무엇도 아닌 시간의 문제였다. 

홍 PD와 소상공인의 시간은 왜 다르게 흘렀을까.


PD홍정표의 이야기 2부.




브랜딩을 기다리지 못하는 사람들

요즘엔 너도나도 다들 브랜딩브랜딩 하잖아요? 근데 현실적으로 소상공인에게는 참 어려운 얘기란 말이죠.

그들 관점에선 [브랜딩]이란 게 참 공허하게 들릴지도 몰라요. 기다릴 수가 없는걸 뭐.

어떻게 생각하세요?

정표 : 음 저는 클라이언트 스스로가 브랜딩 준비가 되었느냐가 중요한 것 같아요 사업체가 작아도, 스스로 브랜딩 준비가 되어있으면 가능해요. 근데 사실 소상공인 대부분은 당장의 매출 증대가 더 중요해요. 브랜딩이 된 것처럼 보이는 정도가 딱 만족 수준이에요. 



결국 클라이언트 본인이 장기적 관점에서 브랜딩 할 준비가 갖춰졌느냐가 제일 중요하다?

정표 : 맞아요. 우리가 브랜딩을 해주는 건 그다음 일이에요.

한두 달 반짝 브랜딩 하고서 효과와 수익을 보겠다는 건 투자가 아니라 투기인 거예요.

결국엔 클라이언트 스스로가 마이 브랜드를 만들겠다는 목적을 품고, 긴 시간을 버틸 수 있는 힘을 갖고 있는가? 그게 중요하죠. 그런 관점에서 큰 브랜드들이 유리한 건 분명 있어요.



브랜딩은 존경받는 그날까지 버티는 거랬어요



소상공인들도 각각의 취향을 살린 브랜딩을 할 수 있다. 그런 의의를 갖고 시작하신 거잖아요?

근데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걸 느끼고 나서 ‘풀이 꺾인’ 느낌은 안 받았는지?

정표 : 아 그렇진 않았어요. 소상공인과 함께 ‘뭘 하느냐’가 중요한 거지, 소상공인 대상으로 브랜딩 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결론지은 건 아니기 때문에. 영상 컨텐츠가 소상공인 브랜딩과 잘 안 맞았을 뿐이에요. 시간과 돈이 많이 드니까.


만약에 대상 업체가 배달업체라고 해보면, 영상 쪽으로 할 수 있는 게 많아요. 관련 종사자도 많고, 소비자와의 컨텐츠 접점도 많으니까. 배달부랑 만날 때마다 다 접점이잖아요? 그러니 해도 낭비가 아닌 거죠. 하지만 저희가 주로 만났던 가게 중심의 클라이언트한텐 단가가 안 맞았던 거죠.



다 경험해보고 난 뒤에, 이전 회사가 그리웠던 적은요?

정표 : 전 예전 회사가 그립지는 않아요.
이전 회사의 장점과 지금의 장점을 비교해볼 수는 있겠지만, 그리워하는 거랑은 다른 얘기예요.
제가 있던 곳은 제작사였어요. PD가 크리에이터로 일하기엔 좋죠. 근데 사업적으로 볼 때는 사실 아슬아슬해요. 대한민국 제작사 시스템 재무구조가, 마이너스를 왔다 갔다 하거든요.



아 그건 몰랐어요. 다들 잘 운영되잖아요?

정표 : 그게 무지하게 신기하다니까?? (웃음). 이게 왜냐하면, 방송사나 방송제작사들은 컨텐츠 제작 비용이 계속 들어오니까. 투자금이 들어오니 만들어서 파는 거거든요. 그래서 돈의 흐름은 참 좋아요



이해했어요. 자금 흐름이 확보되니 제작은 가능하지만…

정표 : 가능하지만…잘못하면 무너지는 거죠. 돈을 쌓는 게 아니라 흐르게 하는 구조라 그래요. 현금 유동성이 약해요. 난 그래서 제작사 대표들을 존경하게 되었어요. 어우 마음고생 심하겠구나.
 

아아, 윤태호 작가님, 당신은 도대체…(출처 : 미생 中 )




크게 보는 눈을 얻다
(건강과 돈을 내어주고)

                                                                 

사업가로서 경험까지 하고, 다시 PD로 돌아오셨는데. 본인이 변한 게 있다면 어떤 부분일까요?

정표 : 제가 행동이 많이 달라졌어요. 아 그리고 정확히는 PD로 돌아왔다기보다는 한 템포 쉬어가는 느낌이 맞아요. 휴식기가 필요했던 거죠.
운영 주체로 일을 많이 하면서 정신적으로 황폐해지니까 ‘아 당분간 내가 제일 잘하는 걸 하고 싶다’라는 생각으로 PD를 다시 시작한 거라고 보면 되고요.



그렇군요. 뭐 어쨌든 수당 받는 PD 역할로 다시 돌아온 거네요

정표 : 그렇죠 그런 건데, 되게 신기해요. 월급 받는 입장을 버렸다가, 다시 돌아오니까 신선해. ‘이들이 나에게 돈을 주네?’



그전까지는 내가 돈을 줘야 했는데?

정표 : 2년 가까이 안 받고 주기만 했는데!
 내 통장에서 돈 빼서 내가 나한테 월급 주고 있었단 말이야!(많이 격해지셨습니다) 
 또 오랜 기간 조직의 장으로 있다가 조직원으로 돌아오니까. 업무의 흐름이 다르게 보이더라고요.



아 헤드의 의도가 보이는 거구나

정표 : 헤드가 뭘 의도하는지가. 조직원은 뭘 해야 하는 상황인지가. 쟤한테는 조언이 필요하고, 쟤한테는 휴식이 필요하구나. 저 친구한테는 열정을, 저 친구한테는 현실을 말해줘야 도움이 되겠구나. 그런 것들이 상당히 능숙해졌어요



짬에서 나오는 바이브 같은 거?

정표 : 심지어 그 바이브가 증폭되는 느낌. 사업의 운영자 입장에서 클라이언트를 관찰하다 보니까 사람 보는 힘도 생겼고. 프로젝트를 보는 넓은 시선도 생긴 거죠. 


그래서 고민이… 저는 사실 지금 프리랜서인데 말이죠. 일에 관여를 더 많이 해버리기 시작했어요(웃음)

갑자기 나한테 물어보기 시작하네? 휴식기 느낌으로 시작한 건데. 하하

아무튼 좋았어요 (얻은 게 많으니까).

잃은 건 괜찮아요. 특히 돈 잃은 건 괜찮아요. 다 돌아와요.


그 어떤 짬.바. 가 느껴지는 손짓



금전적으로는 대인 배시네요.

정표 : 아니 그게 아니라, 괜찮다고 생각을 해야 돼. 안 그러면 내가 힘들어(웃음).

어떡하겠어 이미 잃은 건데 뭐. 문제는 건강과 시간이죠. 회복이 안돼(웃음). 보통 건강을 먼저 잃어요. 정신 차리면 시간과 돈도 잃었어.



초반에도 그런 마인드셨어요?

정표 : 전혀. 전혀 아니죠. 몇 백몇 천씩 날아가다 보면 절대 안 그래요. 근데 또다시 생각해보면, ‘돈은 쓴 만큼 벌어서 회복하면 되니까. 싶어서. 근데 이것도 100% 내 마음 아닐 수도 있다? (나도 내 맘을 모르겠어)



그래도 겪어봤으니 다음에는 좀 쿨해지실 수도…?

정표 : 다음에는 천에서 억 단위로 겪겠지? 그때 가면 또 그걸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하하하하하


홍정표 PD는 힘차게 웃었다


 


마치며…

재밌는 이야기였습니다. 마지막입니다. 

지금 크리에이터를 준비하는 친구들도 비슷한 생각일 것 같아요. 조언을 해준다면?

정표 : 컨텐츠 관련 시장은 아마 계속해서 커질 거예요. 기술이 이미 준비가 되어 있으니까.
하지만 현실적으로 말해주자면, 먹고살기 힘들긴 해요. 유명한 유튜버는 몇 천만 원을 번다더라, 광고수익이 건당 얼마더라… 그건 소수의 얘기고(뼈 때리는 이야기입니다)


 또 10년 뒤에는 흐름이 바뀌어있을 수도 있는데, 그 기간 동안 내공 쌓은 1인 크리에이터는 승승장구하고, 갓 시작한 친구들은 내공이 없으니 자꾸만 실패하는 거거든요.


그래서 비빌 언덕이 필요해요. 팀이나 회사에서 감을 배우는 게 되게 중요해요. 

1인 크리에이터의 약점은, 1인이라는 것 그 자체예요. 재미있는 컨텐츠들은 사실 한 명의 머리에서 나오는 게 아니잖아요? 메인 작가 옆에 수많은 디렉터들이 붙어서 코멘트하는 거거든요.



재미있네요. 창의성을 이야기할 때 개인의 역량 개발을 많이들 말하는데.

정표 : 아무리 잘하는 친구라도, 혼자서 하려면 힘들어요. 검증이 안된 아이디어니까. 팀으로 하는 게 퀄리티가 훨씬 좋죠. G드래곤이 아닌 이상… 

근데 생각해보니까 G드래곤도 실력 있는 프로듀서들이랑 엄청 얘기할 거 아니에요. 하하.


보헤미안 랩소디 영화 보면, 프레디 머큐리가 솔로로 나갔을 때 얘기 나오잖아요. 천잰데도 자기 기대만큼 결과물이 안 나온다니까. 그래서 팀이 필요한 거죠.



판을 잘 고르는 것도 중요해요. 내가 잘 놀 수 있는 판인지, 패러다임에는 맞는지 고민 많이 해야 합니다. 

잘 만드는 건 크리에이터의 역량인 거고.

그걸 [어디서 어떻게 팔아야] 할지 고민하는 운영자의 역량도 키워야 합니다. 



인터뷰이: 홍정표 (프리랜서PD)
글: FAILURES
사진: FAILURES
그림: 됸뎐
https://blog.naver.com/failormoon/221427895017


#PD #홍정표 #소상공인컨텐츠 #사업은실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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