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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ailit Feb 15. 2019

실패한 성공, 성공한 실패 (1)

했다, 실패: 세 번째 인터뷰: 김가영 #2

*했다, 실패는 우리 주변에 있는 사람들의 실패담을 듣고 이야기 나누는 인터뷰 형식의 글입니다.


사랑과 영혼에서 도자기를 빚는 아름다운 모습 이면에는, 잠시만 힘을 잘 못주어도 휘어버리는 흙의 얄궂은 변덕이 있었다. 인터뷰 전 잠시 체험했던 도예는 생각보다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이 과정을 10년간 반복하며 겪었던 실패와, 창작물을 만들어내는 사람으로서 겪는 어려움과 실패에 대한 이야기가 더욱 궁금해졌다.

도예 작가 김가영이 반복된 성공과 실패 속에서 배운 실패를 받아들이는 방법에 대해 들어보자.






1장. 도예작가로서의 시작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31세 안산에 사는 도예작가 김가영입니다. 



오늘 잠깐이나마 체험하며 도예라는 것을 익혀나가는 과정에서 ‘실패’라는 것이 없을 수 없는 분야라는 것을 느꼈는데, 시작할 때 많은 실패를 경험하셨을 것 같아요.

사실 저는 저학년 때는, 크게 실패가 없었어요. 사실 그 이유는 다들 문화센터에 처음 다닐 때처럼 딱히 만들고 싶은 것들이 없었기 때문이에요. 


마치 하고 싶은 것이 생겨야 실패를 한다는 것 같네요

네 맞아요. 그러다 3학년 때부터, 한번 만들어보고 싶은 것들이 생겼어요. 그 이후 많은 실패들이 생겨났어요. 그리고 제가 작업을 하며 겪은 실패들은 대부분 ‘가마’에서 벌어졌던 것 같아요. ‘가마’에 물건을 넣으면 완성될 때까지 제가 손쓸 방법이 없어요. 그러다보니 실패가 마음에 남게 되는 것 같아요. 더군다나 저의 작업에 있는 물결들은 사실 가마에서 쉽게 구워질 수 있는 형태가 아니었어요. 

김가영 작가의 물결이 담긴 도자기


그러면 제작하기 쉬운 형태 아닌데 어떻게 시작하게 되신 건가요?

당시에 그저 머릿속으로 ‘한번 해봐야지’ 생각했던 것을 만들었던 문양이에요. 당시에 3년 정도의 도예 경험으로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했었지만, 알고보니 만만치 않은 형태였던 거예요. 아무것도 모르니까 쉽게 생각했던 거죠. 그리고 하필이면 처음에 만들었던 가마에서 제가 생각했던 대로 결과물이 나왔던 거예요. 그래서 더욱 쉽게 생각했었죠. 

하지만 그 이후로는 좀처럼 제대로 만들 수가 없었죠. 몇 번이고 모두 실패했어요.


속된 말로 첫 끗발이 개끗발이었네요. 

이 형태가 일종의 지지대를 설치해서 가마에 구워야 되는 형태인데, 지지대 자체가 무겁다 보니 주저앉거나, 벗어나는 일들이 빈번했어요. 결국 졸업전시 때 만든 것도 늦봄쯤에 한 차례 성공한 작품이고 그 이후로는 단 한 번도 성공한 적이 없어요. 

그래서 졸업하고 나서도, 엄두를 못 내고 도전도 못하고 있었어요. 다행히 최근에 제 나름대로 방법이 정리되어 만들어 본 형태가 지금의 작은 사이즈의 물결이 된 거예요.

김가영 작가의 지금을 만들어 낸 학생 프로젝트 이미지



“무언가를 찾아 나서는 도전은 언제나 초심자의 행운으로 시작된다.”
 - 파울로 코엘료 ‘연금술사’ 中




가마에서 나오는 변수들은 컨트롤을 할 수 없는 건가요? 

가마 자체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제가 그 당시에 그 형태를 가마에서 견디도록 만들 방법도 원리도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던 거죠. 

물론 가마에서의 변수도 굉장히 커요. 오늘 보신 가마가 전기 가마인데, 가스를 주입하는 형식이거든요. 전통방식의 가마에요. 백자를 구웠을 때 훨씬 더 푸르게 나오는 방식인데, 제가 작업실을 옮긴지 1년 정도 되었는데 이전 작업실에서의 결과와 현재 작업실 가마에서의 결과가 너무 달랐어요. 결국 1년 정도를 마음에 들지 않는 색, 형태가 나왔었어요. 사람마다 가마에 불을 지피는는 것도 다르고, 가마 사이즈에 따른 불을 조절하는 방식이 변수가 되는데 고작 1년 동안 그런 것들을 익힐 수가 없었던 거죠.


가마 속은 마치 깊은 수렁과 같다.


물결 모양을 처음 하려던 이유가 있나요? 현재 느껴지는 것은 더 큰 물결들을 만들기 위해 차근차근 작업을 하고 있다고 느껴지네요. 로고도 물결 모양으로 만드셨고. 물결이 가영씨에게 의미하는 바가 있나요?

처음에는 형태 자체가 마음에 들었다면, 시간이 지나면서 물결들이 마음을 차분하게 해 준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람들이 항상 강이나 바다를 바라보고 살 수 없는 거니까, 사람들 삶에 있는 물건의 형태가 물결을 주게 된 것 같아요.



가영씨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어 주는 물결을 사람의 곁에 있는 물건을 통해 투영시키신 거네요.

 

제가 오늘 체험해보며 느낀 점이 있었는데, 처음 한 줄, 한 줄 쌓아갈 때는 엄청 흥미를 갖게 되다가 어느 순간 이후 반복적인 작업이 주는 일종의 시험이 있더라고요. 포기하고 싶고, 건너뛰고 싶은 욕심 등. 

어쩌면 도예를 한다는 게 인생에 대한 생각을 하게 만든다고 해야 되는걸까요?

다른 분들도 그러겠지만 저는 도자기를 만들 때 인생에 대한 생각이 많이 드는 것 같아요. 단계도 너무 많고, 오늘 만들었다고 내일 바로 볼 수 있는 것도 아니니까요. 한 달, 두 달 이후에야 오늘 했던 것들 것들을 마주할 수 있고 내 맘 같지 않을 때면 사람 사는 것도 이런 건 아닐까 생각할 때가 종종 있어요. 

아 이런 생각을 매일 하는 건 아니에요 절대.



2장. 대입재수 너마저


도예를 하는 것이 처음 미술을 시작하셨을 때의 꿈이셨나요?

처음 미술을 했을 때, 제 성격이 섬세하고 예민한 편이라 금속 공예가 맞을 거라고 생각을 했어요. 그러던 고3 때 방문했던 졸업전시회에서 본 도자기는 제가 알던 도자기랑 달랐던 거예요. 그래서 그때 도예에 처음 관심을 갖게 된 것 같아요. 그러다 제가 재수를 하게 되면서 생각할 시간이 있게 되니 도자기도 해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거 같고요.



재수를 하지 않았다면 다른 삶을 살고 있으셨겠네요? 

맞아요 맞아요. 제가 재수를 하지 않았다면 금속공예과를 갔을 텐데(하하) 

대입재수 너마저..


그런데, 그랬으면 지금처럼 꾸준히 흥미를 가지고 할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해요. 왜냐면, 금속은 아무리 힘들어도 눈 앞에서 결과물을 만날 수 있잖아요. 하지만 도자기는 ‘기다림’이 필요한 작업인데 저는 그 과정에서 계속 흥미를 느끼고 있는 것 같아요.


사람들은 기다리는 것을 정말 힘들어하는데, 특히 사람들은 기다림에 굉장히 박하잖아요. 기다림이 주는 매력이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저는 기다림이 주는 독특한 매력이 있는 것 같아요. 

시 구절인데 “희망으로 꿰어졌다가 절망으로 풀어진다”는 구절이 있어요. 

항상 그랬어요. 구워지기 전에는 이것도 해보고 싶고 저것도 해보고 싶은 희망이 생기는데 그게 너무 좋았어요. 기다림 자체가 다음을 준비하는 고민의 시간인 것 같아요. 

물론, 시의 구절처럼 그 결과물이 절망으로 풀어지는 경우들이 많았죠(하하)



그러면 가영씨에게 가마에서 구워지길 기다리는 시간은 다음을 위한 기대감을 키우는 시간인 거네요. 가마에 도자기를 넣을 때, 이미 가마에 넣은 결과물이 아니라 다음 작업을 기다린다는 것이 인상적이네요.

눈 앞에 정해져 있는 것보다 제 손에 없는 것들이 더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어 주는 것 같아요.


2편에 계속

인터뷰이: 김가영 (도예작가)  https://kimgayoung.modoo.at/
글: 검
사진: 말하는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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