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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ailit Feb 22. 2019

열심히 살지 마세요? (1)

네 번째 인터뷰 : 이현성 [진짜 내가 살고 싶은 삶] #1

*했다, 실패 매거진은 우리 주변에 있는 평범한 사람들의 실패담을 듣고 이야기 나누는 인터뷰 형식의 글입니다. 성공 이야기를 다루지 않습니다.



 3월은 많은 의미를 가진다. 거리에는 파릇파릇 봄의 시작을 알리는 꽃망울들이 올라오고, 학생들은 새 학년, 새 학기 부푼 마음을 가지고 등교를 한다. 10대의 3월은 항상 즐거움의 대상이었다. 설레는 기분이 가득했다. 20대의 초반까지 그 마음을 유지하다, 20대 중반을 넘어서자 그 마음은 점차 변했다. 


20대 중, 후반에게 3월은 더 이상 설렘의 대상이 아니다. 바야흐로 3월은 상반기 공채 시즌의 시작이다. 


저성장 시대에 사는 청년들에게 취업 도전과 실패는 뻔한 레퍼토리 일까? 오늘도 새벽 6시면 노량진 공무원학원으로 향하고 있을 내 친구 지혜는 다른 이야기를 해줄 것만 같다. 


오늘의 실패 인터뷰는 취업만이 다가 아니라는 것을 고민하게 만드는 이현성군의 이야기다. 어쩌면 우리 대다수의 직장인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1장. 저는 전공이 싫었어요. 


Q. 당신은 누구인가요?
 A. 
안녕하세요. 이현성입니다.  (나이: 31, 사는 곳: 신촌) 

세 번째 인터뷰이_이현성 군


Q. 어떤 실패를 하셨나요?

A. 저는 도시공학을 전공했습니다. 학부 때 전공이 저랑 맞지 않는 것을 알았고, 취업할 때 탈전공, 탈도시를 하기 위해 노력했는데 잘되지 않았습니다. 


제 취업 목표는 어떤 직업을 가져야겠다 보다 ‘전공과 상관없는 곳에 취업하겠다’에 있었거든요. 그런데 막상 취직을 하려고 보니 쉽지는 않았어요. 한 곳을 바라보지 않고 흘러와서 그런지, 대학 다닐 때도 큰 목표가 있지 않았어요. 


돌이켜보면 삶에 큰 위기가 없었어요. 사실 조금 재수 없어 보일 수 있지만, 저는 우리나라 교육시장 즉, 고등학교 입시에 성공한 케이스입니다.  



(갑자기 이 음악이 생각나는 것은 왜일까요? 'We all lie~ Tell you the truths~ ♬' 인터뷰이는 2018 하반기 최고 인기였던 SKY Castle 드라마를 떠오르게 하는 명문대 중 한 곳을 졸업하였습니다.) 


https://youtu.be/PdDfuWJc9dA

인기리에 방영된 Sky Cstle.


그 이후 나름 대학생활도 열심히 했고, 앞으로의 인생이 탄탄대로일 줄만 알았습니다.


한 번에 취직이 안되니 초조해졌죠. 그동안의 제 삶에서 겪어본 적 없는 경험이었거든요. 솔직히 어디든 붙을 줄 알았어요. 준비한 지 3학기 즉 1년 6개월 정도 지나다 보니 자존감이 깎여 나갔습니다. 


열심히 대학생활을 했다는 증거 자료를 손수 제출해주셨다.

Q. 요즘 대다수의 청년들이 겪는 문제죠. 자존감이 깎여 나갔던 시기라고 표현하셨는데, 당시 상황을 더 자세히 설명해주실 수 있으실까요?

A. 그 당시에는 힘들었지만 돌이켜보면 엄청 힘든 시기는 아니에요.(웃음) 취업 준비를 어디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몰라 당혹스러웠죠. 서류를 준비할 때는 무엇부터 해야 하는지 무지했죠. 당시 일과를 말씀드리면 일어나서 자소서 쓰고, 같이 취업 준비하는 친구들이나 취업한 선배한테 메일을 보내서 피드백받는 삶의 되풀이 었습니다. 


Q. 몇 군데 정도 원서를 쓰셨나요? 소위 말하는 어느 정도의 스펙을 가지고 계셨는지요? 
 A. 입사 지원은 한 학기에 30군데 정도 했습니다. 3개 학기를 준비했으니 합치면 90개 정도 되겠네요. 스펙이라고 말하면 학점은 B+정도 3.4/4.3 평범했어요. 토익은 800중 후반 정도였고요. 인턴 한 경험도 있었죠. 크게 튀지는 않아도 나쁘지는 않았다고 생각해요.

(인터뷰어 생각으로는 스펙적으로는 상당히 구리다고 생각하신다는데, 인터뷰어 입장에서는 저랑 비교하면 학교, 학점, 토익, 전공, 매우 좋은 스펙으로 느껴졌답니다.TT) 

2018년 신입 구직자 평균 스펙_출처: 사람인


Q. 제가 알기로는 공대생은 인문대생 보다 상대적으로 취업 문이 넓은 걸로 아는데요.  30개의 입사지원서는 공대생 치고는 주변 친구들과 비교했을 때 많이 쓴 편인가요?

 A. 네, 저에 비해 상대적으로 친구들은 취업이 빨랐어요. 건설사나 부동산 회사로 들어갔는데, 저는 건설, 건축 쪽 회사로 가고 싶지 않았기에 더 힘들긴 했어요. 

앞서 말했듯이 탈전공에 목표가 있었거든요. 친구들이 취업해서 떠나고, 저는 남아서 계속 후배들과 취업준비를 하는데 제가 미처 생각 못한 실패를 겪었죠. 인생의 첫 좌절감이었습니다.


Q. 반복적으로 전공을 살리고 싶지 않았다고 말씀하시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전공이 어느 정도로 본인과 잘 맞지 않으셨나요?

A. 배우는 4년 동안 재미가 없었어요. 이쪽 학부로 들어온 배경을 설명드리자면 사실 제가 원해서 온 학과가 아니거든요. 이과생이었는데 의대는 애초에 생각도 안 해봤고 순수과학 쪽도 싫었어요. 남은 게 공대인데 가장 공대스럽지 않은 곳이 어딜까 찾다가 들어온 곳이 도시공학과였습니다. 어떻게 보면 자초한 결과죠. 


Q. 대다수의 대한민국 청소년들이 겪는 경험이죠. 

A. 저도 그렇다고 생각했어요. 다들 나와 비슷한 선택을 했을 거라고 스스로 위로했죠. 그런데, 입학하고 보니 건축과 친구들은 들어오고 싶어서 들어온 경우가 대부분이 거예요! (놀람)

열정 만수르&낭만파, 원피스의 루피나 조로 같은 친구들이었군요
 자기가 하고 싶은 것,
자기 꿈이 확실해 보였어요. 저는 그렇지 않았고요.

 돌이켜 생각하니,
가장 하고 싶은 것을
선택했기보다
가장 하기 싫은 것을 배제한 결정이었던 것 같아요. 


(대부분 그렇지 않나요. '점수에 맞춰서 대학교 전공 선택하기', 제 주변도 그랬어요. 현성님 친구분들이 대단히 낭만적이고 멋진 분들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만화적 인물처럼 느껴져요.)


학부 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회사를 들어갈 때, 전공을 벗어난 다른 일을 하자는 생각이 간절했어요. 직무도 제 전공과 상관없는 ‘영업’ 분야에 지원하기도 했고요. IT회사나 전자회사 등 건설업이 아닌 곳도 지원했죠. 


Q. 탈 전공을 위해 계속 시도하셨는데도 취업문이 열리지 않았군요?

A. 네, 아마 면접관님들은 제가 그 기업에 진심으로 가고 싶어서 지원한 것이 아니라는 게 보였나 봐요. 결국에는 돌고 돌아 탈전공을 하지 못하고 건축과 중에서도 제 전공과 가장 밀접한 곳인 ‘대림산업 (미주)’에 입사하게 되었습니다. 인생에서 처음으로 제 의지대로 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할 수 있음을 인지하게 된 거죠.


참 아이러니하게도 대림산업 취업 시 도움받은 것은 전공이에요. 최종에서 떨어지는 경우가 많았는데, 대림산업은 그렇지 않았죠. 이 친구는 묻지 마 지원자가 아니구나.’ 느낌을 주었던 것 같아요. 전공이 도시공학에 인턴도 부동산 쪽에서 해서 계속 이 회사를 꿈꿔온 사람처럼 보였을 것 같아요. 제 마음 상태보다는 제가 행동한 것들을 보시더라고요. 


2019.2.11 매일경제_ '건설업 인사담당자가 원하는 신입'이라는 내용의 기사


Q. 제 3자 입장에서 취업만 보면 성공했다고 생각이 드는데요. 대림산업은 고소득을 보장하는 이름만 들으면 다 아는 대기업이니깐요. 성공이란 생각이 들지 않으셨어요?

A. 성공이라고 말을 못 하겠어요. 제가 원했던 기업이 아니었거든요. 물론 합격했을 때, 감사히 여겼지만, 만약 당시에 다른 기업들도 여러 개 붙고 대림산업이 그중 하나였다면 입사하지 않았을 것 같아요. 

합격 메일

어떻게 보면 고등학교 때 대학교 전공을 선택한 것처럼, 밀려서 들어가게 된 거죠. 회사에 붙었을 때도 자랑하지 않았어요.


Q. 그래도 입사 후 처음은 다들 즐겁잖아요. 일 하시다가 그만두게 된 이유가 있을까요?  직무 적성이 잘 안 맞으셨나요?

A. 1년 6개월 정도 일을 했는데요. 일이나 이런 것은 괜찮았어요. 건방지게 ‘무리 없이 이번 생을 살 수 있겠구나’ 생각했죠. 회사 팀원 분들이 정말 좋았어요. 다들 저를 막내 동생처럼 잘 챙겨주고, 실수도 안아주셨어요. 환경적으로 굉장히 나이스 했죠. (팀원분들 이야기할 때 미소가 만연하셨다.)


그런데 회사 생활을 하며 행복하지 않았어요. 저뿐 아니라 제 옆자리, 앞자리에 있는 분들의 모습도 행복해 보이지 않았어요. 그걸 깨달은 순간 퇴사를 꿈꾸게 되었어요. 


조기 퇴사 이유_자료 출처: 잡코리아


Q. 왜 행복하지 않으셨을까요, 야근이 많았나요? 

A. 회사에서 비인간적으로 새벽까지 일을 시키고 그러지는 않았어요. 저녁을 회사에서 먹는 정도가 야근의 범위였죠. 시간으로 따지면 8시 정도요. 야근 때문은 아니고, 결심하게 된 일화가 있어요.


 저랑 친하게 지낸 과장님이 있는데요. 기러기 아빠도 아닌데 매번 자기 애랑 영상통화를 하는 거예요. 왜냐면 과장님이 집에 들어가면 애가 항상 자고 있으니깐, 볼 시간이 없다는 거에요. 가족을 굉장히 사랑하는 분인데 가족이랑 시간을 보낼 시간이 없는 상황이 계속 벌어지는 거죠. 

여기서, 과연 내가 바라는
온전한 내 삶을 살 수 있을까?

생각이 들면서 회사 생활이 평생은 안 되겠다 결심이 섰어요. 


현성님은 직장 내 새로운 돌파구를 찾았을까요, 퇴사를 하셨을까요? 

                                                                                                                            2부에서 계속됩니다.  


인터뷰이: 이현성
글: 움직이는 석굴암
사진: 검
자료: 사람인, 잡코리아, 매일경제,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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