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번째 인터뷰 : 이현성 [진짜 내가 살고 싶은 삶] #2
*했다, 실패 매거진은 우리 주변에 있는 평범한 사람들의 실패담을 듣고 이야기 나누는 인터뷰 형식의 글입니다. 성공 이야기를 다루지 않습니다.
Q. 회사 생활을 하며 행복하지 않았다고 하셨는데, 그럼 현성님이 생각하는 '행복'이란 무엇인가요?
A. 제가 어떤 'WHAT’이라는 사람이 돼야겠다 보다, ‘HOW’ 어떻게 살아야 할지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어요. 입사 동기 중에 회사에서의 명확한 목표가 있던 친구가 있었어요. 임원이 되고 사장이 되고 싶다던 아이였죠. 그 이야기를 들을 때, 나는 그러고 싶지 않더라고요. 남들이 보기에 사장 임원이 되면 좋겠지만, 저는 그 이야기를 듣고 불편한 감정이 들었어요.
‘그렇다면 나는 회사에서, 내 삶에서, 과연 어떻게 살아야 하지?’ 고민하게 되었죠.
고민 속에서 ‘WHAT’에 대한 성공, 목표 달성을 위한 삶보다는, 행복한 삶을 위해서는 과정 즉 ‘HOW’ 삶의 흐름이 더 중요하구나 깨달았어요. 저는 직업적 자아실현에 행복을 느끼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죠. 직장에서 돈을 벌지만,
그 돈을 가치 있게 쓸 시간이 확보되지 않는다면
일 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어렸을 때는 직업을 갖고, 직업을 통해 자아실현을 하려고 했었는데요. 저에겐 직업이 크지 않다는 것을 일을 하며 깨달은 거죠. 나는 무엇을 하고 싶은지, 어떻게 살고 싶은지에 대한 고민이 굉장히 늦게 시작된 편이에요. 회사를 다니면서 고민하기 시작했으니까요. (평생 안 하는 사람도 많아요. 전혀 늦지 않습니다! 겸손하신 현성님)
Q. 행복이 참 광범위한데요. 지금까지 하신 이야기를 종합해보면 가족, 가정을 중시 여기는 것 같은데 맞나요?
A. 네, 그랬던 적이 있어요. 아이를 굉장히 좋아했는데, 회사 생활을 하며 아이가 없는 삶을 고려하게 되었죠. 아이가 없다면 좀 더 나의 삶에 충실한 삶을 살 수 있을 것 같았거든요. 지금 제 삶의 포커스, 행복은 저에게 집중되어 있습니다.
Q. 생각에서 끝나지 않고, 자신만의 행복을 찾기 위해 행동으로 이어지셨나요?
A. 네, 사직서를 제출했고, 현재는 약대 진학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https://youtu.be/AH3kBgNjGBQ (회사라면 소리끄기!)
Q. 그렇게 결정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워라밸을 실현하기에 약사라는 직업이 적합하다고 생각하셨나요?
A. 여가 시간에 제가 하고 싶은 것을 하기 위해서는, 제가 잘 하는 걸로 안정적인 밥벌이부터 해결해야 해요. 쑥쓰럽지만 공부는 제가 잘하던거라 약사에 도전하기로 마음 먹었죠. 제게 직업은 자아실현의 장이 아니에요. 단순히 노동에 대한 대가고, 그 대가로 노동 이외의 시간을 즐기는 하루를 보내고 싶어요.
직장인이 일반 대기업을 다니면 그게 불가능해요. 많이 받아도, 제가 즐길 시간이 적거든요. 내게 어떤 직업이 노동에 대한 대가도 충분히 있고, 남은 시간도 효율적으로 쓸 수 있을까 고민한 결과가 약사였어요. 의사처럼 고액은 아니지만 수입이 괜찮고, 9to6의 워크 시간을 가지니까요.
제가 계획한 삶을 [온전히] 살 수 있는 하루를 원해요.
제가 오늘 미술관을 5시에 가고 싶다면 갈 수 있는 환경, 저녁에 친구를 만나고자 하면 만날 수 있는 삶을 살고 싶어요. 대기업 건설회사를 다니면서는 그런 삶은 힘들다고 판단했어요.
Q. 지금 퇴사한 지 1년 조금 된 것 같은데, 만족하시나요?
A. 퇴사 과정에서 인상적인 장면이 2가지가 있는데 말씀드린 과장님이 아이랑 영상통화하는 모습과 다른 하나는 제 퇴사를 회사에 말했던 순간이에요.
남들이 보기에 능력 있고 안정적인 삶을 살고 있는 팀원들이 다들 "부럽다, 축하한다" 말씀하셨어요. 대단하다고 하시면서 한 번씩 하는 말씀들이 나는 생각은 했지만 실천하지 못했다고요. 지금 회사 내에 성공가도를 달리는 사람들이 그런 말씀을 하셨을 때 제 결정에 확신이 섰어요. (정말 좋은 팀원들 속에서 일하셨군요! 이런 팀 없어요.ㅇㄱㄹㅇ!!!)
A. 기존의 선택들과 달리 제가 어떤 삶을 살아야겠다 고민 후 스스로 내린 결정이라 만족해요. 약대 시험이 올해 8월에 있어서 준비하고 있습니다. 약학대학교에 들어가면 끝이 아니라 또 4년을 공부해야 하지만요.
Q. 다시 새로운 삶을 시작하시는 거네요 응원합니다. 한편으로는 앞으로 공부해야 할 시간이 꽤 걸려서 조금 불안하시기도 할 것 같아요.
A. 불안보다도 계산해보니 제가 다시 돈 벌 수 있는 나이가, 빠르면 35세 더라고요. (35세면 아직 창창하고 어린데요? 역시 겸손하셔,, TT) 약사가 되면 노후까지 보장되고, 제가 원하는 삶을 그릴 수 있긴 한데 너무 오랫동안 준비해야 하니 버려야 할 게 많더라고요.
그 과정에서 버린 것이 '육아', 즉 제 아이예요. 키우는 것도 고려해야 하고, 아이 초등학교 입학식에 할아버지랑 같이 왔냐는 말 들으면 아이가 얼마나 속상하겠어요. 두 마리 토끼를 잡기란 힘드니깐요.
당장 2019년 8월까지는 약대 진학을 위해 매진하는 게 목표입니다.
Q. 오늘 여러 주제로 이야기가 오고 갔는데요. 자아실현에 대한 내용이 인터뷰 중에 계속 나왔던 것 같아요. 현성님이 생각하시는 자아실현은 무엇인가요?
A. 어릴 때는 대단한 사람이 되기를 바라죠. ‘대통령이 될 거야. 노벨상을 받을 거야.’ 이런 것들이요. 사회적으로 족적을 남기고, 흔히 말해서 이름을 남기는 난사람이 자아실현에 성공한 사람이라 여겼어요. 그런데 제가 원하는 사람, 삶은 그게 아니에요.
저라는 놈은 제가 잘 알아요. 게으르고, 일하기 싫어하고, 열심히 살고 싶지 않아 한다는 걸요. 소위 '난사람' 아니에요. 난사람은 부지런하고, 열심히 사는 사람들이죠. 그걸 좋아하는 사람은 그렇게 살면되지만, 저는 그러고 싶지 않아요. 편안하게 살고 싶어요.
Q. 현성님에게 '편안한 삶'이란 무엇인가요?
A. 제가 열심히 살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참 모순적이게도 원하는 삶을 위해서는 열심히 노력한 과정이 있어야 얻을 수 있지만 그건 일종의 투자예요.
5년을 열심히 살아서 30년을 열심히 살지 않았으면 해요. 제가 제 시간을 컨트롤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 과정에서 직업적으로 동네 약사 할아버지가 떠올랐죠. 물론 약사도 힘든 부분이 있겠지만 제가 약사의 실상을 잘 몰라서 일 수도 있지만요. 제가 생각하는 직업으로는 완벽해요.
Q. [FAIL IT_공식 질문] '실패'에 대해 한마디 해주신다면요?
A. 실패는 계속 곁에 있어요. 죽을 때까지 저를 위협하겠죠. 저는 실패가 성공의 반대말 같지는 않아요. 어떤 걸 달성하고 달성하지 못하고 이런 게 아니라, 음...(침묵) 설명하기 어렵네요. (하하, 저도 항상 어려워요, 눈물)
한국에서는 성공을 바라볼 때 결과를 보잖아요. 돈을 많이 벌면 성공, 돈을 못 벌면 실패로 보는데 단순히 그렇게 나눠지는 게 아닌 것 같아요. 망한 사람도 사업이 잘될 때가 있었을 텐데, 우리는 특정 시기만 보고 실패라 부르는 것 같아요. 전체가 아닌 부분만 보고요. (스티브잡스도 서른에 자기가 창업한 회사에서 쫒겨났었죠)
지금 저를 보고 사람들은 실패라고 느끼겠지만, 사실 훗날 본다면 실패가 아니라고 생각해요. 인생은 점이 아니고, 선이고 흐름이라 여기거든요. 성공과 실패 꼭 이분법적으로 생각하지 말고, 성공도 꼭 성과로 측정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100명이 있으면 100명마다 생각하는 인생의 성공은 다른 거고, 그것을 남의 가치판단 체계로 '성공이다, 실패다' 재단할 수 없다고 생각해요.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요?
A. 당장 몇 년은 열심히 살 것 같아요. 그런데 사람들이 열심히 살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열심히 살려고 스트레스받지 마세요. 저는 앞으로 10년 후에 덜 열심히 살기 위한 방법을 찾았습니다.
Q. 앗!, 제 3자 입장에서 대단히 모순인데요? (웃음)
A. 대한민국 사회는 열심히 살아야 한다고 직간접적인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잖아요. 부모님이나 다른 사람의 시선들을 고려하지 말고, 자신한테만 집중하면서 나머지는 덜 열심히 살라는 말이에요. 온갖 것들을 챙기지 말고요. 그런 것들을 챙기기 전에
나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무엇을 좋아하고, 원하는지,
진짜 살고 싶은 삶이 뭔지요!
이런 것들은 열심히 해야죠. 대신 남한테는 덜 열심히 사셨음 해요. 남한테는 노 오오~~~~ 오오력은 하지 말고 노력만 하기! 타인에게 본인을 맞추려고 하지 말기! 가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에요.
1.
10년 전 인기 있던 '무릎팍 도사'에서 발레리나 강수진은 어린 시절로 돌아가고 싶냐는 강호동의 물음에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단호히 말했다. 힘든 연습과 인내의 시간들, 고통과 슬럼프들에 정말 괴로웠다고 솔직히 말했다. 분명, 그녀도 남들처럼 쉬고 싶었을 텐데, 발의 모양이 변형되면서까지 연습을 했던 이유가 뭘까?
발레가 좋아서? 남들보다 잘하고 싶어서? 최고의 발레리나가 되고싶다는 열망?
이유가 어찌되었든 자신의 이름을 딴 식물과 거리가 있고, 나라에서는 노년의 그녀를 위해 일을 대신 구해준다는 그녀의 특권이 하루 아침에 생기지 않았을 거다. 이런 엄청난 대우는 적당히 해서 받는게 아니다. 고된 연습의 시간을 말해주는 그의 발 사진만 봐도 알 수 있다. 그녀가 투자하고 노력한 시간이 있었기에 그녀는 세계 최고가 되었다.
한 걸음 옮겼다고, 히말라야 정상에 바로 오를 수는 없다. 눈보라에 강한 바람에도 묵묵히 조금씩 자신의 길을 걸어가는 사람만이, 정상에 올라 구름을 내려다보며 따뜻한 차 한잔을 마실 수 있는 것이다.
결국, 편안한 삶도 노력하지 않고서는, 거저 얻어지지 않는다.
현재의 삶이 편하다면 이전 삶의 노력 덕분이다. 어른의 삶은 어린 시절의 자신을 위한 선물이다.
2.
+ 매우 긴 사족 (시간이 없는 분은 읽지 마시고 pa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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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를 끝내고 돌아오는 길, 수많은 생각이 꼬리를 물었다. 인생의 결단을 내린 그가 부럽기도 하고 멋지기도 했다. 1부에 등장한 루피 같은 만화 캐릭터를 실제로 만난 기분이랄까? 자신의 밥벌이에 대한 현실적인 이야기를 하면서도, 남들이 부러워할만한 직장을 때려치우고 새로운 시도를 하는 그에게 낭만적 혁명가의 모습을 느꼈다.
혁명이 별거인가? 자신의 기존 사고방식을 깨부수면 그게 자기 혁명의 시작이지. 낭만을 잊은 시대에 살면서 생계 수단이 급급한 N포 세대의 그가 이런 결단을 내리기까지 얼마나 치열한 고민이 있었을지 미루어 짐작해 본다.
신입사원도 명퇴의 대상이되고, 공채 제도는 폐지되고 있다. 인력 시장에 신입의 수요는 없고, 경력사원 공급까지 넘친다. 이런 비 낭만적인 시대에도 자신이 원하는 삶과 더불어 밥벌이도 함께 이야기하는 그가 현실적인 낭만파로 여겨지는 이유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이런 상황일 땐 어떤 반응을 보이고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는 본인만 알 수 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을 하기로 결심하고, 자신이 구원할 수 있는 단 하나의 삶을 구원하기로 마음먹고 길을 떠난 이현성님은 진짜 해적왕 루피일 수도 있다. 더 나은 삶을 위해, 이미 가지고 있던 것을 버릴 수 있다는 것.
얼마나 큰 용기인가,
그의 실패를 계속 응원하고 싶다.
인터뷰이: 이현성
글: 움직이는 석굴암
사진: 검
자료: MBC, KBS, 조선일보, 잡코리아, 구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