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만 추구할 순 없으니까요 (2)

했다, 실패 다섯 번째 인터뷰 : 청년 농부 유정현

by failit

*했다, 실패 매거진은 우리 주변에 있는 평범한 사람들의 실패담을 듣고 이야기 나누는 인터뷰 형식의 글입니다. 성공 이야기를 다루지 않습니다.



청년 농부 유정현. 청년 인력이 부족한 농촌에서 그는 젊은 편이다. 아니 정확히는 어린 편이다. 하지만 속은 그 누구보다 어른스럽다. '가치'만을 보고 섣불리 친환경 농법을 선택할 수 없는 어르신들의 마음을 알아준다. 그래서 그는 재촉하지 않는다. 어엿한 어른 농사꾼 유정현. 그에게는 실패를 견뎌내는 힘이 있다.

그런 그가 지금은 '본업과 겸업 사이에서 심각하게 고민 중'이라고. 그의 나머지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본업과 겸업 모두 한다는 거, 말만큼 쉽지가 않다 / 사진출처 : 조선일보 DB



2장. 겸업, 겸업은 힘들어.


Q. 농사도 지으시고, 동시에 조합 관리자 역할도 하고 계시고. 바쁘시겠어요.

A. 사실 그게 지금 가장 큰 문제예요. 본업은 농부니까. 주 수입원은 농사고 그 외 활동은 부수적인 거거든요. 물론 판로 확보를 위해서 시작을 한 건 맞아요. 하지만 지금처럼 안정화가 되고 난 뒤에도 계속 관리를 도맡아서 하고 있다 보니까… 그래서 지금 제 본업에 소홀해져 있어요.


Q. 최근에 하신 농사도 실패였던 건가요? 과일? 농사를 지으셨다고 들었는데.

A. 네 정확히는 과채 농사를 지었어요. 과일 채소 농사를 지었죠. 보통 초반에는 상추 같은 채소류를 많이 하는데, 하다 보면 과채로 갈아타기도 하죠. 하우스를 하시는 분들도 있고… 제가 했던 멜론 농사는 일단 어려워요. 그때그때 꼼꼼하게 관리해줘야 해요.


Q. 아 과일이 더 어렵군요?

A. 네. 왜냐면 당도가 높으니까. 병충해의 위험에 더 취약해요. 친환경 농법으로 농사를 하다 보면 병충해를 관리하기가 훨씬 더 어렵고요. 약을 치질 않으니까.


Q. 그, 정확히 어느 정도까지가 친환경 농법인 거죠?

쉽게는 농약이나 기타 약품처리를 하지 않는 선부터 친환경 농법이라고 보시면 되어요. 근데 약을 치지 않고 관리하다 보니, 낙과나 벌레 먹은 과일들이 많이 나와요. 그런 과일들은 시장에서 상품성이 없다고 해서 팔 수가 없는 거죠.


그래도 요즘은 많이 나아진 게, 못난이 과일 전시회라는 것들을 해요. 사실 벌레 먹은 과일은 '당도가 높고 맛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니까요. 그래서 '낙과는 모양이 안 예쁜 거지 상품성은 충분하다.' 그런 인식개선을 위한 전시회예요. 덕분에 소비자들 인식이 많이 나아지긴 했어요. 하지만 여전히 상황은 어렵죠.


저도 이번에 가뭄이다 병충해다 뭐다 하면서 재배도 잘 안되었고, 낙과도 많이 생겼어요. 그러다 보니 사실상 본업인 농사에는 실패를 한 거죠.


Q. 두 개를 병행하는 게 부담이 되시나요?

부담이 있죠 확실히. 부담이 있긴 한데, 이게 또 보람이 있거든요. 농민 분들의 소득도 증가되고, 정책적으로 대우도 받고 하다 보니, 활동을 하면 할수록 농민 인권이 올라가는 게 느껴져요. 그래서 보람은 있어요. 보람은 있는데, 그거랑 별개로 본업에 충실하질 못해서 소득이 점점 줄고 있어요. 그래서 고민하는 중이에요.

내가 내 일에 좀 더 집중해야 하는 것 아닐까? 누구한테 맡겨야 하지 않을까?


Q. 해야 하는 일과 하고 싶은 일, 나를 위한 일과 모두에게 좋은 일. 그 사이의 간극을 잡기가 어려운 거군요

네 맞아요. 그래서 불안감이 생겨요. 농사가 잘 될 때는 불안감이 없죠. 근데 제 일이 잘 안되기 시작하니까, ‘이제 슬슬 이걸 그만둘 때가 되었나?’ 하는 생각이 드는 거죠.

특히나 요즘 같은 경우는 더 그래요. 최근 몇 년간 기후가 좋지 않았어요. 재작년은 정말 대가뭄이었고요. 대가뭄이 지나니까 갑자기 한 달 이상 비만 내리고. 근데 제가 날씨를 뭐 어떻게 할 수도 없으니까(웃음). 그러니까 농사는 계속 안되고, 많이 지쳤었죠.

의미 있는 일을 하는 건 좋아요. 근데 내 일에 집중을 못하게 되는 건 힘들어요.



우리 정현 씨(좌측 세 번째) 얼른 집에 가서 농사지어야 하는데... / 사진출처 : 식량 닷컴


Q. 누구나 그럴 거예요. 나 자신의 수익도 분명 중요한 거니까.

그렇죠. 사실 지금 이 활동이, 내 소득에 이익이 생기는 활동은 아니에요. 단체 전체나 농업 문화적으로 이득이 생기는 거라 의미가 있는 거지, 제 통장에 뭐가 들어오는 건 아니에요..

음, 단체가 커지면 좀 나아질 것 같기도 해요. 인원도 한 서른 명 이상 되면 활동비도 생기고, 단체 활동만으로도 추가적인 수익도 생기고 할 텐데. 인력이 적다 보니 실비, 활동비 이상을 버는 건 어렵죠.


이런 생각을 하는 게, 단체 운영을 할만할 인재풀이 없어서에요. 경기도 인근 지역은 청년 인력이 충분한 곳도 있어요. 듣기로는 50~60명 정도래요. 근데 제가 있는 지역은 일곱 명 정도...? 그중에서도 누군가가 주도적으로 이끌 분들이 필요한데, 연세 많으신 어르신들이 대부분이에요. 해주세요 하고 맡기기가 어려워요. 나이 50 이신 분이 막내 소리 들으시니까 (웃음)

그 가운데서도 이해 계산이 빠르신 분들은, 이 역할을 맡기를 꺼려하시죠. 본업에 충실하지 못하게 될 걸 눈치로 아시는 거예요.


Q. 도시에서 일을 따내고 수익을 만들 땐 대체인력이 많아서 문제인데, 농촌은 반대군요?

맞아요. 농촌은 도시랑 반대로 고령화도 심하고 젊은 인력이 없으니까. 이런 단체나 새로운 사업을 빠르게 치고 나가는 데에 어려움이 많아요. 그래서 자꾸 본 농사는 실패하고 단체 활동 유지에 바쁜 상황이 발생을 해요.


Q. 음, 단체 관리자 역할을 얼마나 하신 거죠?

농사 경험 7년 중에 단체 운영만 4년을 했어요. 그러다 보니 관이나 농민단체에서 ‘상주인력으로 오지 않겠느냐?’라는 제안을 많이 받아요. 그만큼 저도 저의 능력을 인정받고. 또 그만큼 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분들도 많이 만나고. 제안도 들어오고. 그게 참 좋은 거긴 한데, 그만큼 일은 늘어나고 본업에 집중할 시간은 줄어드는 건 변함이 없거든요..

대외적으로는 성공합니다. 내 할 일은 실패해요. 겸업을 한다는 게 그렇더라고요.

그래서 올해 농사도 실패하는 중이고요(웃음). 내년부터는 본업에 충실해보려고 방법을 강구하고 있어요.


Q. 지금의 실패를 곱씹어볼 때, 개선되었으면 하는 점은 무엇일까요??

농업에 대한 접점을 늘리는 게 제일 필요할 것 같아요. 사실, 학생들이 도시에서 학교 다니면서 겪어볼 수 있는, 체험해볼 수 있는 직업군 안에 농부가 있진 않거든요. 그러다 보니까 농부라는 직업이 뭔가. 생경한 직업이 되어버리는 거죠.


저만 해도 그래요. 저도 아마 부모님이 귀농 안 하셨으면 농사짓는 거 생각도 못했을 거예요. 그전까지는 농사를 해볼 일이 없었으니까. 젊은 사람들 다 그럴 거예요. 농사를 접할 기회가 없어요. 그나마 가족끼리 주말농장? 혹은 먹거리에 조금 관심이 있으신 분들이 찾아오는 경우. 그래서 농사가 사람들에게서 자꾸 멀어지는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 대체 인력이 없어서 제가 일이 많아지고…(웃음)



어린 친구들에게
'농부'란 직업이 가까워지길 바랍니다.

'그만 본업에 집중할 수는 없을까?' 고민하는 저에게
근본적인 해결책은 '미래 인력' 이니까요.




인터뷰이: 유정현
글: 말하는 개
사진: 움직이는 석굴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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