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너리즘에서 벗어나는 방법 (1)

했다, 실패 아홉 번째 인터뷰 : 박철균

by failit

*했다, 실패 매거진은 우리 주변에 있는 평범한 사람들의 실패담을 듣고 이야기 나누는 인터뷰 형식의 글입니다. 성공 이야기를 다루지 않습니다.



매너리즘(mannerism): 항상 틀에 박힌 일정한 방식이나 태도를 취함으로써 신선미와 독창성을 잃는 일. ‘타성’으로 순화.


어떤 일을 하다 보면 처음은 다 어려움을 겪게 마련이다. 일단 하다 보면 그 어떤 어려운 일도 시행착오를 거쳐 손에 익게 되는 순간이 온다.


익숙해졌다 생각할 때, 타성에 젖어 일하는 나를 발견한다면 어떻게 하겠는가? 시작할 때의 에너지도, 열정도 다 사라져 버렸다면? 꿈과 목표가 사라지면 실패라는 사람, 그리고 그 사람은 매너리즘에 빠져버렸다.


여기 매너리즘에 빠진 자신을 실패 중이라고 주장하는 한 인터뷰이를 만나보았다.



1부. 오늘의 할 일은 하루 종일 넷플릭스 보기


Q. 간략한 본인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박철균입니다. 32세, 남자고 인천에 거주하고 있습니다. 잘 다니던 대기업을 3년 만에 때려치우고 개인 사업자로 지내는 중입니다. 요즘은 마약 관련 드라마 보는 낙에 살아요. 넷플릭스에 밤새 빠져있습니다.


Q. 이전 인터뷰이들과 다르게 ‘실패 중’이라고 들었어요. 어떤 실패를 하고 계신가요?
퇴사하고, 개인사업을 작게 하고 있는데 생각보다 일찍 목표를 달성한 후, 그 뒤로 하고 싶어도 몸은 안 움직이는 '쉬고 싶다 병'에 빠진 것 같아요.


Q. 어떤 개인 사업을 하고 계신가요?
방역이요. 쉽게 말해 벌레 잡는 거죠. 대기업 다니다가 갑자기 벌레 잡는다고 하면 좀 당황스럽죠? 명예보다는 실용적 측면으로 가치관이 옮겨가게 되면서 개인 사업을 하게 되었어요.


Q. 상극에 있는 선택이라 신선한데요?
그렇죠. 예전에는 대기업 임원이 꿈이었는데 이제는 서민 갑부가 꿈이 된 거예요.


Q. 대기업을 관두고 서민 갑부를 목표로 잡으신 이유는 먼가요?

대기업에서 일하는 것 중 안 좋은 것 중 하나가, 해왔던 프로세스를 그대로 유지하려는 관성이 있어요. 새로움을 시도하려 해도 쉽지 않죠. 변화를 좋아하지도 않고요. 저는 아직 젊고 비전을 더 크게 꾸고 싶은데 회사 내에 변화의 바람, 효율성 부분이 막혀있는 느낌이었어요.

동기부여 측면에서도 인센티브가 없었어요. 입사 1년 차에 목표대비 600% 실적을 달성했어요. 아무리 영업을 잘해도 그냥 월급쟁이 었어요. 열심히 하고 있긴 한데, 불확실한 미래가 보였죠. 입사 전에는 명예가 좋은 줄 알았는데, 대기업 타이틀 달아보니까 그게 주는 마음의 위안은 1년밖에 지속이 안되더라 구요.

Q. 새로운 걸 전혀 할 수 없는 환경이었나요?
말로는 하라고 하지만 실행으로 이어지지 않았어요. 저 나름대로 효율적인 업무 방식이고 회사에 득이 될 거라 판단해서 조합원 카페를 만들어 카페의 장으로 활동을 했어요.


건설에서 조합장이라고 하면 어디서든 다 만나줄 정도로 파워가 있거든요. 회사를 위해 더 적극적으로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 낸 건데, 회사에서는 그렇게 하지 말라고 해서 의욕이 떨어졌죠. 어려울 것도 없고 시간만 쓰는 건데도 안 된다고 하더라고요. 당시에는 이해가 잘 안 갔어요.

출처: 윤태호, 미생


Q. 그런 일련의 과정 거치면서 내 사업을 해야겠구나 결심하신 건가요?
처음에는 사업까지는 아니고 이직을 생각했어요. 해외 영업 쪽으로 직무를 옮기려고요. 그러던 차에 지인이 동업하자고 제안을 준거죠. 시키는 대로 하는 사람 말고, 같이 구상해서 동업할 수 있는 사람을 원했어요. 파트너로서 기획도 마케팅도 영업도 함께 할 수 있는 사람을 원했고, 이직에 대한 욕구가 크던 찰나에 수용하게 되었어요.


Q. 해외영업 직무로는 왜 옮기고 싶으셨어요?
외국어를 좋아해서 영어를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의 직무를 원했어요. 중소기업 해외영업 직무에 합격하기도 했는데, 대기업 국내 영업직을 선택했어요. 네임 밸류 보고 간 거죠. 개인적 욕구보다 사회의 기준에 부합하는 곳을 의식한 거예요. 입사 때는 사회적 성공. 명예를 우선시했어요. 대기업 임원이 되고 싶었어요. 그게 꿈이었어요. 3년 정도 지나니 서민 갑부로 바뀌었지만요.


Q. 실용 측면으로 가치관이 옮겨갔다고 하셨는데, 대기업 임원도 금전적 부분에서는 부합할 수 있을 것 같거든요. 어떻게 다른 걸까요?'
음.. 실용이 단순히 돈이라기보다 삶의 질도 높이면서 시간도 편히 사용할 수 있는 게 실용인 것 같아요.

대기업 임원을 보면 평일에도 일하고 주말에는 또 골프 치러 가야 하잖아요. 제 주변 상사들은 그런 분들이 꽤 계셨거든요. 그게 좋아 보이지 않았어요. 회사 다니면서 집안에 충실하기가 어려운 구조였어요. 주말에도 자기 삶이 없고요. 전 가족이 중요한데 이전에 회사 다닐 때 가족 행사에도 참석 못하게 되는 경우가 많았어요.


제가 퇴사 다음 날에 처음 한 일이 뭔지 아세요? 집 주스포츠센터 가서 수영을 등록했어요. 시간 구애받지 않고 제가 하고 싶은 시각에 수영 할 수 있는 게 너무 행복하더라고요. 사실 이전 회사에서는 헬스도 하지 말라고 했거든요. (뭐라고요? 아니 건강하면 회사도 좋은 거 아닌가, 그것보다 인권문제 아닌가요!!!)

하지 말라고 해도 결국 했어요. 새벽 5시 반에 등록해서 다니고 (대단해요. 진짜) 새벽 2시까지는 영업에 회식에 술 마시고요. 그러한 삶을 3년을 산 거죠.

Q. 이야기하신 것 중에 잘 이해 안 가는 부분이 시간의 효율이 중요하다고 말씀하셨는데, 서민 갑부가 되려면 개인적으로 엄청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하지 않을까요?
맞아요. 발품 팔아야죠. 그런데 남의 주머니에 돈 채워주는 거랑, 제 주머니에 돈 채우느라 시간 투자하는 건 느낌이 다르죠.


Q. 제3자가 듣기에 일에 있어서 워커홀릭일 것 같은데, 맞나요?
네, 좀 그런 면이 있어요. 회사 다닐 때도 그렇고, 제 사업하면서는 오히려 더 심하면 심했죠. 하지만 좋아요. 제가 제 시간을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는 게 개인 사업의 가장 큰 장점이에요.

제 시간을 주무를 수 있잖아요. ‘돈’ 보다 ‘시간’을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부분이 삶의 질과 연관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시간과 돈의 밸런스’ 그게 제가 생각하는 삶의 질이에요.


Q. 속된 말로 ‘벌레 잡는 일’하면서 겪게 되는 실패는 없었나요?
주변 시선이 달라졌죠. 이전에 생각하던 멋있는 삶은 더이상 없어요. 이전에는 정장 입고 여의도 출근했는데, 이제는 완전 아저씨 취급받아요. 운동복에 소독복 입고 다니니까요.


Q. 힘든 점, 고충을 좀 더 듣고 싶어요
몸으로 일해야 하는 점이 힘들죠. 특히 여름에 더위에 방역할 때는, 육체적으로 피로해요.


Q. 여름 하루 일과는 어때요?
아침 7시부터 밤 11시까지 일해요.(네??) 노가다 하는 아저씨들보다 더 오랜 시간 일하는 거죠. (웃음) 하루에 많이 하면 9개 장소까지 해봤어요. 그렇게 하니깐 입술에 물집 잡히긴 하더라고요. 제 일 하는 거라 회사 다닐 때보다는 심적으로 편해요.

Q. 사업한 지 얼마나 되었나요? 만족스럽나요?
이제 1년 8개월 되었어요. 아직까지는 만족스러워요. 수치적으로만 봤을 때 임금은 회사 다닐 때보다 올라갔고, 바쁜 시기 지나면 비수기에는 해외로 제 마음껏 여행도 다닐 수 있고요. 대신 걱정되는 게 앞서 말했듯이 매너리즘에 빠진 것 같아요.


꾸준하게 해야 하는데 생각보다 너무 빠른 시간에 바빠진 거예요. 초기에 목표를 달성했다고 보면 돼요. 여기에 안주하면 안 되는데, 쉬고 싶어 진 거죠. 겨울에는 일이 없다 보니 몸이 편해지고 더 나른해져요. 이 시기에 홍보를 열심히 해야 하는데 집에서 지내게 되는 거예요


Q. 초기 목표가 무엇이었나요?
일 년 동안 ‘거래처 30개 이상 만들자’ 였어요. 월급 많이 받는다고 행복하지 않다 여기기에 돈 많이 버는 게 이 사업의 목표는 아니었어요. 목표를 찾아가다 보면 돈은 자연스레 따라온다고 여겼거든요.

Q. 거래처 수가 목표가 된 이유가 있을까요?
아무리 작은 사업이라도 고정거래처가 중요하다고 여겨요. 고정 거래처라는 것은 즉 고정 급여가 되니까요. 베이스를 깔아놓고 움직여야 안정적으로 새로운 신규 사업도 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Q. 현재 거래처 수는 몇 개에요?
50개요. (와, 직원 없이 혼자서 관리하기에 많은 거 아녜요? 목표 달성하셨네요!) 영업 출신인데 이 정도는 해야죠. 어쨌든 초기 목표를 빠른 시간 안에 달성했어요.



인터뷰이: 박철균
글: 움직이는 석굴암
사진: 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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