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조의 처절했던 발길질 (1)

열 번째 인터뷰: 유재균, 일시정지 시네마 대표

by failit

*했다, 실패 매거진은 우리 주변에 있는 평범한 사람들의 실패담을 듣고 이야기 나누는 인터뷰 형식의 글입니다. 성공 이야기를 다루지 않습니다.




2019년 2월, <일시정지 시네마>는 문을 닫았다.

얼마 전 <일시정지 시네마>라는 춘천의 독립영화관이 문을 닫았다. 이 영화관은 독립영화라는 문화가 낯설었던 춘천에 새로운 문화를 나누겠다는 마음에서 지어졌고, 사람들의 응원과 박수 속에 홀로 힘겨운 사투를 벌였다고 한다.

그의 현실이 낭만적인 동화가 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들이 너무도 많았다.


함께 고독한 낭만가 유재균 대표의 처절했던 실패, 그로 인해 지금 어디로, 어떻게 나아가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자




1부. 우아한 백조의 처절했던 발길질


Q. 안녕하세요. 간략한 본인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일시정지 시네마 대표 유재균입니다.

이 남자, 내일 가게가 문 닫는데 표정이 이렇다.


Q. 우선 내일이면 마지막인데, 폐관을 하는 심정이 어떠세요?

많은 사람들이 제 기분을 물어보는데, 시원섭섭이 아니고 너무 시원해요. 하면서 너무 힘들었던 일이기 때문에 그런가 봐요. 하면서도 계속 저에게 물음을 던질 수밖에 없던 일이었죠. 이제 맞나? 뭐 워낙 사람이 안 오니까. 관심은 굉장히 많이 받았어요. 감사하죠.


독립영화관이 저희뿐만 아니라 전체적으로 힘들어요. 한국 독립영화를 제작/상영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시스템도 부족하고요. 저희는 늘 한 명도 오지 않을 때가 제일 많고, 대부분 한 명, 두 명 방문하던 공간이에요.

폐관에 대한 많은 사람들의 아쉬움이 묻어있던 로비 공간


사실 제가 대표지만 문화공간으로써는 빵점짜리 공간이죠. 대부분 취지에 공감은 하지만 이 장르의 영화는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의 관심이었어요. 그저 응원만 해주는 분들이었죠.


Q. 조금은 아쉬움이 있으셨겠어요.

네. 그래서 실제로 내일 마지막으로 상영하게 되는 영화도 비슷한 일을 겪었던 한 영화관에 대한 영화인데 너무 공감되는 이야기가 담겨있어요. 이게 운영을 하다 보면 점점 관객을 원망하게 돼요


“아니, 왜 안 오는 거지”

“도대체 이 좋은 영화를 왜 안 봐” 이런 식?ㅋㅋㅋ


Q. 내일은 어떤 영화를 상영하시나요

*라스트 신이라는 영화인데 부산 국도예술관이라는 독립영화 전용관이 없어지는 과정을 담아내는 다큐멘터리인데, 엉엉 울 수밖에 없었어요. 저에게는 무엇보다 감정이입이 되는 영화니까 어쩔 수 없나 봐요. 다 저랑 비슷한 감정을 가지셨더라고요.

박배일 감독 - '라스트씬(Last Scene, 2018)' 장면 中

*라스트 씬(Last Scene, 2018)

부산의 대표적인 예술영화관 국도예술관의 폐관 전 한 달의 기록. 극장을 지켜온 사람들은 담담히 마지막 날을 준비하고, 이 공간을 아끼고 사랑했던 관객들은 저마다의 추억을 풀어놓는다. 소중한 공간과의 이별 앞에서 지난 정권의 잘못된 문화정책이 필연처럼 떠오른다.

[출처: 네이버 영화]



Q. 처음 문을 열 때 목표가 있었나요?

목표는 잘되는 게 목표였는데!?


사실, 지원 사업으로 시작했던 거라서 ‘하루 20명은 오겠지’라는 속 편한 생각으로 시작했어요. 무모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돌이켜보면 말도 안 되는 목표였던 거예요. 사실 저희가 그때그때 다르지만, 한 달에 평균 30-40명 오거든요. 하루에 1명 꼴?

근데 당시에는 하루 20명씩만 와도 월세는 나오겠다는 생각? 진짜 무모했죠.

감사한 팬들만으로는 한계가 있었다.


Q. 다음 목표는 정하셨나요?

우선 개인적인 목표는 제가 미디어 아트 작업을 진행하던 것들이 있어서 그것부터 천천히 준비하게 될 것 같고요. 일시정지 시네마는 음..이제 돌아다니면서 상영회를 운영할 계획이에요.

춘천에 이미 많은 문화공간이 생겼어요.

그래서 굳이 제가 공간을 운영을 할 필요가 없을 것 같더라고요.


Q. 다른 방식의 시도를 시작하신 거네요

허무에 빠져있을 수는 없으니까, 움직이게 되었어요재작년부터 돌아다니면서 *‘책방순회상영’이라는 이름으로 영화를 상영했어요. 독립 출판이 독립영화와 같은 맥락이다 보니 춘천에 독립 책방이 3개나 생겼다는 것이 매우 고무적이었어요. 그래서 좋은 관계를 맺으며 몇 차례 상영회를 하면서 느끼는 게 있었죠.


서툰 책방에서 진행되었던, 책방순회상영 / 출처: 서툰책방 블로그


*책방순회상영

2017-2018, 총 2회에 걸쳐 춘천 독립서점 3곳과 협업한 독립영화 상영회

[출처: 일시정지 시네마]


*서툰책방 블로그 https://blog.naver.com/seotun_bookshop



Q. 어떤 것들을 느끼게 되셨나요

아 그래, 내가 이 공간에 앉아서 관객들이 오지 않는다고 원망할 바에야 찾아가자. 제가 처음 이 공간을 차렸을 때도 정말 독립영화를 모르던 사람들도 가볍게 독립영화를 즐기는 것을 목표로 했었던 거지, 독립영화 마니아들이 와서 즐기는 공간을 만드는 것이 목표는 아니었거든요.


Q. 아 일반 관객들이 대상이셨군요

하지만, 독립영화가 낯선 사람들은 재방문 비율이 굉장히 낮아요. 저희 영화관에 여행객이 많이 오는 것도 영향이 있기도 했고요.


그런데, 책들은 영화보다는 조금 더 진입장벽이 낮은 것 같더라고요. 판매하는 컨텐츠가 유형으로 눈에 보이기도 하고, 카페 기능도 있다 보니 저희 공간보다 사람이 많은 걸 보고 ‘아 이거다 여기 편승해야겠다. 우리는 독립문화를 지향하는 하나의 공동체다!!’라는 생각으로 스윽 편승했죠.’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우리는 독립문화를 지향하는 하나의 공동체니까


Q. 요즘 말로 버스 타셨네요

그리고 책방 순회상영이 굉장히 잘 되었어요. 공간마다 조금의 편차는 있지만 제가 생각했던 것과 잘 맞아떨어지는 것 같았어요. 사람들이 모이는 곳에 직접 찾아가서 상영을 하니 사람들 반응이 생겼어요.



2부. 진짜 힘들었던 것들은...


Q. 평소 사람들을 모으는 것 때문에 스트레스가 크셨겠어요.

네네네 X100. 저희는 사람 모으는 게 너무 힘들어요. 감독님을 모시는 행사가 한 번 잡히면 스트레스가 너무 심했어요. 감독님을 모셨는데 자리가 비어 있으면 와.. 너무 민망한 거예요. 완전히 텅텅 빈 적은 없었지만 가끔은 한 명, 두 명. 그러면 너무 죄송했죠.

저희가 늘 하던 온라인 홍보만으로는 사람들이 오지 않잖아요. 관객과의 대화를 하면 그래도 조금은 반응이 있지만, 목표하는 인원을 채울 수는 없었어요. 그러면 또 아는 사람들을 부르기 시작하죠.


“한 번만 와라”, “와 주라”


Q. 지속적으로 운영해야 하는 입장에서는 정말 어려운 일이겠네요

영화뿐만 아니라 지역에서 활동하는 문화기획자, 축제기획자들 모두 같은 고민이 있으시더라고요. 어차피 이런 곳에 오는 사람들은 이런 문화를 좋아하거나, 지인이거나 한계가 명확해요. 확장이 안 되는 거죠.


그런데 저도 계속 그 그런 식으로 하고 있는 거니까, 이게 맞느냐에 대한 의심이 계속 들었던 거죠. 사실, 그리고 오는 분들도, 물론 영화도 좋겠지만, 공간이 좋아서나 영화가 마냥 좋아서가 아니라 많은 분들이 지인이라서 오는 게 많았죠. 그것도 일종에 응원과 도움뿐인 거죠 그냥.


Q. 아. 지속성이 떨어지겠네요. 진짜 힘드셨던 부분은 응원 속에서 느껴지는 한계에 있었을 수도 있겠어요.

공간의 매력이 더 많은 것도 좋겠지만 영화관은 결국 매개 역할을 해야 하는 거잖아요. 그리고 영화관을 갈 때 대부분, 오늘 영화나 한번 보러 갈까 라는 마음으로 갈 텐데, 이 곳에 오는 분들은 대부분 큰 마음먹고 오는 거죠.


‘도와주자’, ‘응원해주자’, ‘체험해보자’


하지만, 대부분 부담스럽게 시작했던 분들의 방문은 지속적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지금 기차표 끊었다.


Q. 관객을 원망한 적이 있다고 하셨는데, 어떤 감정이셨어요?

이게 복합적인 감정인데.. 물론 왜 안보는 지는 알아요. 영화라는 게 우리의 홍보로는 턱없이 부족해요. 개봉을 하면 사실 배급사나 영화사에서 하는 홍보가 중요한데 독립영화는 워낙 예산이 적다 보니 홍보에 돈을 쓸 수가 없는 거죠.


네이버 메인에 상업영화 광고 보셨죠? 단 몇 분 노출하는 데 몇 천만 원의 비용이 소모되잖아요. 그런데 보통 독립영화는 전체 마케팅 비용에 많이 써도 2000만 원 내외인 걸로 알고 있어요.


독립영화의 현실은 광고 매체에 투자하는 건 고사하고 사람들 입소문을 내는 것도 벅찬 거예요.

그러면 결국 사람들은 영화가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게 되는 거죠.


Q. 영화의 인기 자체가 일시정지 시네마의 운영에서도 영향을 미쳤겠네요

네 엄청 중요해요.

그런 것들은 저희가 데이터로 가지고 있는데, *피의 연대기라는 영화가 저희 역대 1위 스코어를 가지고 있어요. 그 영화는 입소문이 굉장히 잘 났어요. 상상마당에서 배급을 했었는데, 그때 상상마당에서 홍보에 비용을 더 썼는지는 알 수 없지만, 영화가 당시에 잘 된 편이에요.


잘 된다는 것이 뭐 그렇게 파격적으로 잘된 건 아니에요. 결국 손익분기점은 못 넘겼다고 들었어요. 요즘 독립영화가 1,000명 넘기가 쉽지 않거든요. 1,000명. 1,000명이 안 봐요.

그때, 피의 연대기가 장기간 상영을 통해 10,000명 상영에 성공했어요. 그래서 당시 10,000명 기념 파티도 하고 했었죠.


‘피의 연대기’는 어느 정도 마케팅도 되었고, 영화도 괜찮았던 거죠. 사람들이 입소문 내주고, 또 영화가 괜찮은 선순환 구조가 생기며 나름대로 흥행했고, 저희도 행사를 따로 한 것도 아닌데 덩달아 많은 사람들이 찾아주셨죠.

그래서 상영시간이 겹치면 사람들이 우글우글하고. 크..


피의연대기 상영당시 로비 대기 관객

*피의 연대기

한 달에 한 번, 일 년에 12번, 살아가면서 적어도 400번… / 귀찮은 ‘그날’의 이름은 대자연, 마법, 반상회 = ‘생리’! / 여성의 몸’과 ‘생리’에 관한 범시대적, 범세계적 탐구 다큐.

[출처: 네이버 영화]



Q. 말씀만 들어도 흥분되네요. 굉장히 의미가 있으셨겠어요.

와 이게 너무 신기한 거예요.

와달라고~ 와달라고~ 해야 나오는 그림, 막 지금처럼 폐관을 해야지 나오는 그림이(ㅋㅋㅋㅋㅋ) 한 영화를 통해 나왔던 거죠. 그래서 너무 좋았어요. 그 이후에 지원금으로 감독님도 모시고 행사도 진행할 수 있었고 너무 좋았죠.

아 이게 내가 생각하던 바로 그 모습인데
인터뷰이: 유재균
글: 검
사진: 움직이는 석굴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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