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너리즘에서 벗어나는 방법 (2)

했다, 실패 아홉 번째 인터뷰 : 박철균

by failit

*했다, 실패 매거진은 우리 주변에 있는 평범한 사람들의 실패담을 듣고 이야기 나누는 인터뷰 형식의 글입니다. 성공 이야기를 다루지 않습니다.


1부에 이어


2부. '매너리즘은 삶의 일부분'


Q. 듣다 보니 솔직히 철균 님은 실패한 적이 없는 것 같아요.
제 기준에는 실패가 아닌데, 사회에서는 그걸 성공이라고 보진 않더라고요. 친척분들이 제가 너무 빨리 회사에서 나왔다고 말씀하세요. 어른들은 회사 그만두었다는 게 좀 무모하게 보이나 봐요.

Q. 타인의 시선에서 그럼 실패라는 걸까요?
네, 그렇죠. 아직 이렇다 할 큰 성과가 없기에 타인의 시선, 사회 기준에서는 실패로 보겠죠.
지금은 말 그대로 혼자 먹고사는 정도밖에 안 돼요. 근데 나중에 결혼할 생각을 하면 그 이상을 벌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처자식이 있을 테니까요. 그런데 저는 매너리즘에 빠져있어요. 저도 몰랐던 귀차니즘이 있더라고요.

대다수의 노동자가 매너리즘에 빠진다

최근에 알았어요. 제가 굉장히 게으르다는 것을요. 매일 넷플릭스 3-4시까지 보다가 자요. 신규 거래처도 영업하지 않고, 고정거래처만 다니고요. 관성적으로 일하게 돈 거죠. 개인적인 차원에서는 제가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게으름, 매너리즘에 빠진 게 실패예요. 이러면 안 된다는 걸 아는데 몸이 안 움직여요.


Q. 왜 매너리즘에 빠졌을까요?
추가적으로 노력 안 해도 잘 굴러가는 것이 이미 있으니까, 안일하게 생각하는 거죠. 지금은 누워서 쉬고, 고정거래처 왔다 갔다 하는 게 편해요.


출처: HMG 저널

Q. 초반에 열정과 힘을 많이 써서 그런 게 아닐까? 정말 '번아웃'이 아닐까 싶은데요.
그럴 수 있죠. 욕심이 있는데도 안 움직이니까 문제죠. 욕심을 버리거나 움직이거나 결정해야 하는데, 이도 저도 아 상태예요. 혼자서 시간을 매니징 하는 게 더 독이 되는 것 같아요. 회사 다닐 때는 강제적인 동기부여가 되는데, 나 스스로 동기 부여하기가 쉽지 않네요.

Q. 말씀하시는 욕심이 무엇인가요?
당연히 돈을 더 벌고 싶어요. 돈은 남들보다 더 벌고 싶어요.

Q. 기준이 어느 정도예요? 아까는 시간이 더 중요하다고 하셨었는데요. (돈이에요, 시간이에요?)

기본적으로 월 1000 순수익으로 가져가고 싶어요. 저는 큰 욕심안 내고 이 정도 생각해요. (월급쟁이 입장에선 월 천 생각하기 힘든데요 하하)


Q. 퇴사후에 이전 회사 생각난 적 있어요?
열심히 일 했던 게 도움이 많이 돼요. 아직도 다른 경쟁업체에서도 연락 오고, 이전 회사에서도 다시 오라고 계속 연락이 와요. 심지어 지난주에도 왔었어요. 그럴 때마다 내가 3년 동안 열심히 했구나를 느껴요.


Q. 철균 님 아무리 봐도 실패한 게 없는데요. 제가 인터뷰이 섭외 실패한 것 같아요. ㅜㅡㅜ
하하, 지금 돈 많이 못 버는 거랑 매너리즘 빠진 게 실패인데요


Q. 사실 돈도 어찌 보면 기존 목표를 달성하셨잖아요?
네, 잠깐이지만 월 1000 이상 달성한 경험도 있긴 해요.


Q. 제가 느끼기에는 다시 새로운 목표를 재설정하면 될 것 같은데요.
맞아요. 머릿속으로는 알아요. 새로운 목표도 있어요. '고정 거래처의 대형화'라는 목표가 있어요. 카페 하나보다는 대형 호텔 하나를 하는 게 훨씬 이득이거든요. 이제는 양보다는 질 좋은 거래처를 찾겠다는 목표가 있어요.

양보다는 질

Q. 매너리즘에 빠진 지 얼마나 되셨어요?
1년 정도요.


Q. 1년 8개월 일 했는데 1년이 매너리즘이라고요?
8개월 일하고 1년 쉬고 있는 거죠. 그래서 실패라고 말씀드렸잖아요.(하하) 사업 초반에 잘 되다가 실패하는 사람이 많거든요. 첫 성공에 정신 못 차리다가 그리되는데요. 제가 그렇게 될까 봐 살짝 두려워요.


Q. 첫 승리를 조심해야겠요. 실패 중인 사람은 처음이라 다음 인터뷰 질문을 무엇을 해야 할지 난감하네요. 매너리즘에서 빠졌어도 고정급여도 있고, 이 생활에 만족스럽다면 이렇게 쭉 살면 안 되나요? 왜 굳이 빠져나오려고 해요?


이렇게 살면 결혼은 할 수 없으니까요.
혼자 살면 괜찮은데
결혼도 제 삶의 중요한 목표거든요.

Q. 목표 도달 전에 매너리즘 온거네요?
네, 아주 잠깐 제가 설정한 목표에 가까워지긴 했지만, 잠깐이었고 꾸준한 게 아닌데 정신 못 차리고 있는 거죠. ‘이 정도면 되었다’ 이 생각이 진짜 위험한 것 같아요.


Q. 더 할 수 있지만 더 하기 싫은 거 아니었을까요? 마음이 ‘너도 좀 쉬어’ 요구하는 걸 수도 있어요.
네, 그럴 수도 있어요. 매우 달렸다는 표현이 좀 부끄럽지만 (실제 달렸잖아요. 겸손하시네요ㅠㅠ)

잠을 길게 못 자요. 해야 할 생각이 계속 나서, 중간에 계속 깨요. 자다가 할 일이 생각하면 깨요. 깊게 못 자요. 30분 1시간 끊어서 자요.


Q.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는 지금 생활이 행복하지 않아요?
대학생 때부터 하고 싶었던 게, 하루 종일 누워서 미드 보는 거였는데, 이번 겨울에 처음 했어요. 어릴 때는 미드 1-2편 보는 것도 불안해서 못했어요. 막상 해보니까 하루 이틀은 좋은데, 슬슬 또 불안해요. 도서관 가서 드라마를 볼지언정, 집에 가만히 있는 건 못하겠어요.

출처: 카카오톡


Q. 가슴 속 깊이 불안이 잠재되어 있네요.
취업 준비할 때는 더 심했어요. 마음이 조급한 편 인가 봐요. 졸업 전에 취업하고 싶어서 자소서를 쓰다가 자다가, 새벽 3시면 깨서 오늘 채용 마감되는 리스트를 보고 또 쓰는 거예요. 그렇게 잠도 안 자고 하루 종일 쓰는 거예요. 그때 버릇이 된 것 같아요. 불안도 사실, 불확실한 사회에 살다 보니 안정적인 삶을 살고 싶어서 생긴 것 같아요.


Q. 무엇이 그렇게 불확실해요? 철균 님을 불안하게 만들어요?
어릴 적에 집이 살얼음판 걷던 적이 있었어요. 아버지 사업이 실패하면서요. 그때 이후로 안정적인걸 원했던 것 같아요. 자수성가를 빨리 하자 마음먹었어요.

Q. 이 이야기를 들으니 왜 그렇게 불안해하는지 이해 가네요. 매너리즘서 언제 나올 것 같아요?
따뜻해지기 전에 나와야죠. 4-5월 예상해요. (인터뷰 시점은 2월이었습니다.) 따뜻하면 바빠지니까, 그 전에 매너리즘에서 나와야 해요 +_+(갑자기 불끈!) 지금은 동기 부여할 만한 게 없어서. 매너니즘에 빠진 것 같아요.

Q. 공식 마지막 질문할게요. 철균 님이 생각하는 실패란?

꿈과 목표를 잃었을 때가 실패예요.
갈 곳을 잃었을 때가.
실패인 것 같아요.

목표가 없으면 의욕도 없고
스스로 사는 게 재미없어요.



Q. 앞으로 매너리즘을 겪게 될 파이터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자기 스스로 극복할 자신이 있음 잠깐 겪어도 돼요. 매너리즘은 인생의 쉬어가는 페이지죠. 의지가 강하면 괜찮은데, 의지가 약하면 홀로 나오기 힘들어요.


매너리즘에 빠지면, 자기 자신에 대한 냉정한 평가를 본인 스스로 또 주변에 요청해보세요.

너 자신을 알라 항상 염두에 두세요.



일을 하다 보면 매너리즘에 빠질 수도 있고, 목표를 너무 이르게 달성할 수도 있다. 철균 님의 마지막 말처럼 매너리즘에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본인만이 알고 있을 터, 소크라테스가 말한 '너 자신을 알라'는 수천 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명제인 것 같다. 그저 하루하루 주어진 삶을 나답게 살아갈 뿐인다.


브런치 원고를 끝내며, 철균 님께 오랜만에 연락했 뜻밖의 소식을 들었다. 6월부터 개인 사업을 접고, 이전 회사로 다시 컴백할 예정이란다. 매너리즘에서 벗어나기는 성공인데, 이리되면 완벽한 퇴사 실패 아닌가?^^


이렇게 당장 내일 어떤 일이 생길지 우리는 알 수 없다. 삶은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더 재미 것 같다. 어떤 선택이든 본인이 숙고 한 뒤 내린 결정이라면 큰 문제가 되겠는가? 다시 복귀를 하던, 사업을 계속하던, 혹은 매너리즘에 있던 본인의 선택에 책임지는 행동을 하면 그만이다.


철균 님의 두 번째 입사를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인터뷰이: 박철균
글: 움직이는 석굴암
사진: 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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