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조의 처절했던 발길질 (2)

열 번째 인터뷰: 유재균, 일시정지 시네마 대표

by failit

*했다, 실패 매거진은 우리 주변에 있는 평범한 사람들의 실패담을 듣고 이야기 나누는 인터뷰 형식의 글입니다. 성공 이야기를 다루지 않습니다.


1부에 이어





2부. 내가 선택한 실패


Q. <일시정지 시네마>가 자리잡아가는 과정에서 많은 부침이 있으셨을 것 같은데, 어떤 과정들이 있었는지 궁금해요.

일단은 저희가 틀 수 있는 영화에 한계가 많아요.

히스토리부터 말씀드리면, 저희는 단편 영화를 상영하는 것으로 시작을 했어요. 그 이유는 명확해요. 장편영화를 배급받을 수가 없어서. 배급을 안해줬다기보다는 제가 어떻게 해야 배급을 받을 수 있는지도 몰랐어요.

인정해야 다음이 있다.


Q. 시작부터 쉽지 않았네요

그래서 당시 제가 당장 할 수 있는 것들이 단편영화를 상영하는 것이었던 것 같아요. 제가 단편영화를 연출한적도 있고, 워낙 단편영화 좋아했어서 시작할 수 있는 것 같아요. 그렇게 인지도가 조금씩 쌓이면서 장편영화를 배급받을 수 있는 기회가 생겼어요. 그러면서 지역에서 볼 수 없는 영화들을 보여주겠다는 목표에 가까워진거죠.

단편영화는 지역에서 볼 수 없는 영화가 아니라 전국에서 볼 수 없는 영화거든요 사실ㅋㅋㅋㅋㅋㅋ



Q. 처음 시작은 서울 사람들이 많이 누리는 것들을 지방에 널리 널리 알리는 게 목표였던 거네요.

그렇죠. 말 그대로 저변확대. 수도권에서는 상영하지만, 지방에서 볼 수 없는 영화를 지방에서 볼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로 시작했기 때문에, 배급을 하나 둘 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가는게 과제였던 것 같아요. 그러면서 끝으로는 외화들도 갖고 올 수 있는 시스템도 만들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DCP라는 특수한 파일을 플레이 할 수 있는 장비를 구비하며 장편 수급이 더 쉬워졌는데, 그 것도 표준화가 아니고 적용이 안 되는 것들도 아직 있고요.

다양한 단편영화의 세계


Q. 그래도 차근차근 배급 받는 영화가 늘어났겠어요

네. 하지만, 대안 영화관이라는 태생적 한계에 부딪히게 되었죠. 통합전산망이라는 것이 있는데 여기 가입할 수 있느냐 아니냐가 배급을 받을 수 있느냐에 대한 중요한 요소가 돼요. 왜냐하면, 가입이 되지 않으면 관객수에 카운팅이 안되거든요. 통합전상망에 가입할 수 없으면, 카운팅이 되지 않고 그러면 영화사에서는 저희한테 굳이 배급할 필요가 없는거죠.


그는 계속해서 한계를 인정하며 또 다른 방법을 찾아갔다.



Q. 많은 기술적이고 제도적인 한계가 있었네요.

춘천에도 아트하우스가 생겼어요 그리고. 물론 아직 영화가 전체적으로 많이 상영되고 있는 건 아니지만, 제가 관객이라도 여기보다는 아트하우스에 가서 편하게 보는 걸 선택할 거 같아요.


그리고 배급사 입장에서도 춘천 아트하우스 모모에 걸리는데 굳이 저희한테까지 줄 이유도 없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저희는 아트하우스에 걸리면 요청을 안 해요. 결국, 저희가 정말 틀고 싶었던 영화는 못 틀었던 것 같아요. 너무 잘 되다 보니까.


결국 일시정지 시네마 만의 큐레이션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던 거죠.선택권이 좁다보니 배급이 가능한 영화를 우선적으로 틀고, 결국 대부분 극장에서 볼 수 없는 영화들만 보여드리게 되더라고요.

, 그러다보니 저희가 상영하는 영화들이 점점 더 매니악하게 바뀌게 된 것도 있는 거 같아요. (얘기하다 보니까.)



일시정지 시네마 만의 상영공간




Q. 요즘 멀티플렉스 영화관에 가지 않는 추세이기도 하고, 넷플릭스나 왓챠 같은 스트리밍 서비스가 워낙 잘되어 있으니 누구나 집에서 편히 볼 수 있는 환경이잖아요. 대부분의 영화관이 이전과 달라진 것 같아요.

맞아요. 극장이라는 곳에 대한 매력이 예전과는 달라진 것 같아요. 극장에서 보는 것과 스마트폰으로 보는 것의 차이가 크지 않아졌고요. 뭐 게다가 저희는 스크린과 사운드가 좋은 것도 아니니까 정말 의미 하나로만 버텼던 거죠.


“아이고 좋은 의미로 하고 있는 곳입니다”, “힘들게 창작하시는 분들을 위한 곳입니다”

자꾸 읍소를 하게 되는 거죠.


Q. 계속 이야기 나누다 보니 단순히 공간이 문제가 아니라, 시대 상황에서 아직 독립영화관라는 장르가 낯선 것도 영향이 있겠네요

단적으로 볼 수 있는 부분이, 극한 직업. 1,400만이 넘게 보셨는데, 사람들이 그런 말씀들을 많이 해요.

"내 삶도 힘들어 죽겠는데, 영화를 보면서 고민하고 싶지 않다, 차라리 집에서 쉬고 싶다"


그런데, 제가 이런 문화 소비현상이 나쁘다는 게 아니에요. 저도 오락영화를 굉장히좋아해요. 극한직업 개봉하자마자 영화관 가서 너무 재미있게 봤어요.

“와!! 극한직업 대존잼 와!!”


그러니까, 오락영화는 오락영화대로 충실하게 해야 할 역할이 있는 거고, 독립영화는 또 그대로 역할이 있다는 생각이에요. 하지만 우선 사람들이 고민을 하거나 사유하거나 하는 것들에 대한 피로도가 높아진 건 아닐까 생각해요.

유재균 대표를 위로해준 영화 <극한직업>, 그는 이 영화의 흥행을 통해 요즘 사회의 모습을 느꼈다고 한다.


Q. 아무래도 사람들에게 독립영화는 거리감 있는 이야기라는 인식이 있는거네요

독립영화가 흔히 말하는 선동영화가 아니거든요. 그저 보다 소시민적인 것들을 다루고 있다는 거 정도인데, 사람들이 그런 것들을 보며 공감할 수 있는 여유가 없는 것은 아닐까 생각이 들어요.


그런데 이렇게 말하는 저도 모순적으로 독립영화를 점점 안보게 되더라고요. 힘드니까.

"사람들이 안보니까 나라도 봐야지"가 아니라 "나도 못보겠어 살려줘ㅠㅠㅠㅠㅠ" 가 되더라고요.
당장 저도 "아 몰라 빨리 가서 극한직업 봐야지~"가 되는거죠.

사실 관객을 원망만 할 수는 없는거죠ㅋㅋㅋㅋ



Q. 아직도 지금 하고 계신 일이 좋다는 믿음은 갖고 계신거죠

엄밀히 말하면 모든 영화가 좋을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제가 좋아하는 영화가 모두에게 좋은 영화라는 생각도 오만인 것 같고. 다만, 사람들이 봤으면 하는 영화는 있는 거죠.

영화 관련 학과를 가서 접했던 독립영화들이 제 삶에 영향을 미쳤던 경험들, 그냥 그 경험이 주었던 것들을 사람들한테 나누고 싶은 것 같아요.


Q. 이 좋은 것들을 당신들도 경험하게 해주고 싶다.

이게 어떻게 보면 굉장히 오만한 것 같아요. 사실, 내가 좋아하는 거니까 봐. 라고 말하려면, 싫으면 말고도 인정을 해야 되거든요. 하지만 공간을 돌리기 위해서는 또 그 딜레마에 빠지는 거죠.

"아 이거 좋은 거여야만 하는데" (ㅋㅋㅋㅋ) 결국 그게 괴로운거죠.



Q. 가장 힘들게 만들었던 것들은 뭔가요

이 공간을 유지하기 위해서 바깥에서 돈을 벌었어야 했어요.

그러기 시작하니 우리가 이 공간을 유지하기 위한다는 명분이 흐릿해지고 생존을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어요. 그러다 문득 뒤를 돌아봤는데,

“어 일시정지 시네마 잘 안되네?”


내가 이러려고 이걸 운영하던 건 아닌데, 근데 사실 태생부터 언제 없어질지 모르는 공간이었어요.







Q. 처음 운영할 때 목표로 한 기간이 있었나요?

4년이었어요, 지금 수로는 2016, 2017, 2018, 2019 어거지로 4년을 채웠어요.


Q. 일시정지 시네마에서의 3년을 되돌려보면 어떠세요?

아 그래도 할 만큼 했다.

다른 공간들을 보면 보통 공동체가 있거나 협동조합이 있는 경우가 있어요. 나중에 나아지긴 했지만 저는 대부분 혼자 이런 고민을 하며 지내고 있다는 생각을 했어요. 아무래도 워낙 춘천에 없던 문화를 만들어 내는 과정이다 보니.


한편으로는, 지금 이렇게 쿨하게 ‘아 망했다’ 할 수 있는 것도 혼자 했기 때문일 거 같아요. 게다가 만약 제가 이 산업을 공동체로 운영했다고 상황이 달라졌을까 생각해보면 그것도 아닐 것 같거든요. 똑같았을 거에요. 아는 사람의 풀이 조금 더 넓어졌을 뿐이지, 이 문화를 모르던 사람들이 알아서 찾아왔을 것 같지는 않아요.

쿨하게 마지막을 고하는 <일시정지 시네마>


Q. 마지막으로, 지금 일시정지 시네마는 실패했다고 생각하시나요?

실패했죠. 아! 포장은 할 수 있겠죠. 실패했지만 즐거웠다. 의미 있는 일이었다.

그래서 실패했지만 나름대로 열심히 했고, 문닫기로 했을 때부터 일종의 퍼포먼스를 제대로 하고 싶었어요. 사실 언제 문닫아도 이상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고, 누군가가 공공에서 이런 일들을 시작해주길 원해서 시작했던 거니까, 닫으면서도 개운하게 닫는 것 같아요.

사실 그래서 닫을 때도, 시망파티로 하고 싶었어요. 시X 망했다.



Q. ㅋㅋㅋㅋㅋ 너무 마음에 드는데, 왜 파티 이름을 바꾸셨나요

아 나름 또 지역에 있는 어르신들도 계시고. 체통을 지켜야했죠.

“왜 이름이 시망 파티인가? / 시X 망했다의 약자입니다” 할 수 없으니까요ㅋㅋ

어쨌든, 실패한거 맞아요. 시작부터 망했으니까. 이렇게 온 거 자체가 기적이다?

그래. 졌지만 잘 싸웠다.


Q. 사실 저는 이야기를 나누면서 ‘내 앞에 있는 사람이 실패한 사람 맞나?’라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계속 속으로 '이 양반 이미 해탈을 하신건지, 멘탈이 다 불타버린건지', ‘아니 이 인터뷰 제대로 가고 있는 거 맞나?’싶은 거죠.

이사람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Q. 아 오해하시면 안되고, 일시정지 시네마는 망했잖아요. 그런데, 하던 일은 다른 방향으로 계속 가고 계신 것 같아서요. ^^7

오 사실 맞아요. 여기는 망했지만 일시정지 시네마라는 이름 그대로 이제 공간이 없는 곳으로 가는 거에요.

‘노마드 상영’이라는 말을 쓰기 시작했는데 사실 없던 일을 만든 것도 아니고 서울에는 이미 이런 분들이 많이 있어요. 물론 저만의 방식으로 풀어나가겠지만.


음. 저는 제가 한 실패가 무겁게 느껴지길 원하지 않는 것도 있어요. 그래서 사실 오늘 아침에도 영화를 보다 울었는데, 내일만큼은 울고 싶지 않아요. 물론 제가 울면 모두 웃고 깔깔대서 더 웃길 수도 있지만 네.



Q. 역시ㅋㅋ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 있으신가요?

요즘 실패라는 말들이 화두고, 실패가 용인되는 사회가 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저도 그러면 좋겠고, 저는 사실 실패를 많이 해본 것 같아요. 그러면서 한편으로 우리는 모두 불완전한 사람이기 때문에, 계속 실패를 거듭할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이직을 하는 것도 거기서 버티는 걸 기준으로 하면 실패고, 퇴사를 하는 것도 마찬가지로 실패고, 선택을 잘 못하는 것도 실패잖아요.


실패를 하는 것들은 너무 당연한 것 같아요. 그래도 저는 일시정지 시네마를 하며 실패를 한 것 같아요. 일시정지 시네마는 제가 시작을 선택을 했고, 실패도 선택을 했잖아요. 한 걸 안했다고 할 수는 없는거니까.


실패 당했다가 아니라 내가 실패를 했다.
우리 모두 살아가면서 실패를 계속 마주쳐야 하는 게 현실이잖아요.
물론 실패를 즐길 수는 없겠지만,
다음이 있을 테니까.

자빠져서 울고 있을 바에야,
일어나서 가야 하는 거죠.





현재 강원독립영화협회가 창립을 준비중이라고 한다. 유재균 대표는 더이상 협회의 운영진이 아닌 '일반 회원'이 되어 <일시정지 시네마>의 이름으로 그들을 응원하게 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이미 홀가분해 보였다. 그가 바라던 일들을 하는 사람들, 누리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강원독립영화협회


인터뷰이: 유재균
글: 검
사진: 움직이는 석굴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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