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두 번째 인터뷰: 퇴사지망생 권준형
*했다, 실패 매거진은 우리 주변에 있는 평범한 사람들의 실패담을 듣고 이야기 나누는 인터뷰 형식의 글입니다. 성공 이야기를 다루지 않습니다.
누구나 회사에 들어가면 느낀다. 여긴 조직문화가 왜 이 모양이지? 여긴 왜 이런 일만 하지? 더 개선될 수 있지 않아? 더 재밌는 일을 할 수 있지 않아? 그렇게 사람들은 맞지 않는 조직을 떠난다. 그리고 나에게 맞는 조직을 찾아 나선다. 퇴사지망생 권준형도 조직을 옮겼다. 3번이나. 그리고 세 번째에 이르러 의심하기 시작했다.
‘어? 이거 설마 내가 문제인가?’
Q. 안녕하세요.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저는 권준형이라고 합니다. 저는 두 번의 직장생활과 한 번의 팀 이동, 그리고 퇴사. 그러니까 세 번의 실패를 경험했습니다. 그러고 나서야 ‘아 문제는 나였던 것 아닐까?’ 하는… 적어도 직장생활에 있어서는 ‘나에 대한 몰이해’로 인해 적응에 실패한 사람입니다.
Q. 세 번이라고 했는데, 설명해주실 수 있을까요?
A. 저는 건축과를 졸업하고 건설사에서 첫 직장생활을 시작했어요. 그때 그만둔 건 ‘와 이건 회사에 아주 크나큰 문제가 있다’라는 생각 때문이었어요. 두 번째 회사에서는 ‘내가 여기서 시간을 왜 버리고 있는 거지?’라는 생각에, 같은 회사 내에서 팀을 이동했죠. 세 번째가 되어서야 ‘아 사람들도 너무 좋고, 일도 생각보다 나쁘지 않은데, 나는 왜 또 이 꼴일까’라는 의문이 들더라고요. 그 경험들을 통해 ‘아 어쩌면 나란 놈은 직장생활을 하면 안 되는 인간일지도 모르겠다’라고 생각하는 중입니다.
Q. ‘중입니다’라고 한다면…?
A. 지금 퇴사 절차를 밟는 중이고, 이 깨달음이 얼마 되지 않은 깨달음인지라. 허허
사실 갓 태어난 따끈따끈한 실패라서 아직 저도 명확하지 않아요. 나가서 된통 당해보면, ‘아 나는 역시 직장생활이 딱이야!’ 이럴 수도 있으니까요.
Q. 첫 번째 회사에서의 실패 얘기부터 자세하게 듣고 싶습니다.
A. 그때는… 아 이 회사는 잘못되었다. 아니 이 세상이 잘못되었다. 이런 잔혹한 자본주의를 다 봤나. 뭐 온갖 욕을 다했죠.
첫 직장을 고른 계기는 사실상 연봉이 높아서였어요. 건설사라 건축 전공과도 맞았고. 그런데 연봉과 반비례하는 아주 큰 문제가 있었는데, ‘생각할 시간’ 이 없다는 거였어요. 초기 몇 달간 6시 출근 10시 퇴근이 일상이었어요. 가끔 늦은 밤 과장님한테 끌려가는 날에는 새벽에 4시간 5시간 자고 출근. 이게 거의 일상이었으니까. ‘생각’이란 걸 할 새도 없이 그냥 일만 하는 기계 같았다고나 할까. 역시 세상에 공짜는 없다.
그래서 다닌 지 반년 만에 그만두겠다고 선언했어요. 그러니까 회사에서 내 시간을 보장해주겠다고 하더라고요. 딱히 딜 치려고 한 건 아닌데… 그냥 그렇다고 한 건데…
Q. 어쩌다 보니 회사에 딜을 쳐버렸네요.
A. 뭐 그런 셈이죠 하하. 저도 그 딜이 나쁜 제안은 아니었어요. 당시에 ‘무엇을 해야겠다’ 등의 대안을 생각해보지 않았기 때문이었어요. 그러니 썩 나쁘지 않은 제안 같은 거죠.
그런데 몇 달 지나고 나니까, 회사가 슬슬 옛날처럼 일을 시키려 하더라고요. ‘아 윤석이 적응을 좀 했구나~’싶은 거지 그 양반들. 그 걸 느끼자마자 생각했죠. ‘역시 이번 생은 패망이다. 결국 이 일은 글렀다. 문제가 심각하다!’
그래서 일단 나가야겠다는 결심을 세웠죠.
Q. 두 번째 회사는 어떻게 선택한 건가요?
A. 음, 일단 탈출이 목표였어요. 이전 회사보다 자유로운 분위기라고 하니 조금 기대했죠. 궁극적으로 ‘더울 때 시원한 데 있고, 추울 때 따뜻한 곳에 있자’ 이게 목표였어요. 서울에도 오고 싶었고.
이번 회사는 최초의 목적을 충실히 수행하게 해주는 곳이었어요. 그래서 저는 첫 직장을 나온 것을 후회한 적이 없어요. 다만, 두 번째 회사에 와서 행복하냐고 물으면 조금 난감해지는 거죠. 두 번째 회사 면접 볼 때 찝찝한 질문이 있었어요.
“회사에서 당신이 기대하던 것과 다른 업무를 부여하면 어떻게 할 텐가?”라고 물었죠.
아 그때, 눈치를 챘어야 했는데.
Q. 대답은 어떻게 하셨나요?
A. “저는 회사에 아무런 기대를 하지 않습니다”
다소 웃길 수도 있는 대답이었고, 결과적으로 거기서 약간 오해가 있었나 봐요. 근데 저는 분명히 저 말 뒤에 이 말을 붙였어요
“회사에서는 저에게 원하는 부분을 결정하고 요구하는 것이고, 저는 그 결정을 토대로 회사와 저의 궁합을 판단하는 게 맞다 고 생각합니다”라고.
저는 ‘주어진 상황에 대한 판단은 제가 한다’고 대답한 거고. 회사는 ‘아 얘는 정말 이전 회사에서 탈출이 간절했구나 ‘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뭐 저도, 회사도 자기들이 듣고 싶은 대로 들었던 거죠
Q. 저런…(?)
A. 어쨌든, 두 번째 회사에서 일 을 시작하게 되었는데, 여기서도 6개월 만에 그만둬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Q. 왜죠? 팀 분위기 때문에? 워라밸 때문에?
A. 아뇨, 조직문화도 자유로웠고, 워라밸은 솔직히 어엄청 좋은 편이었어요. 제 생각인 제 여생에 이런 워라밸은 절대 갖기 힘들 수도 있어요. 전 언제나 정시퇴근을 했습니다. 물론 팀장님은 싫어했지만 저는 할 일이 없으니 당당하게 갔죠. 아니면 일을 줬어야 하는 게 맞는 거 같아요. 극명하게 일이 없었어요. 진행되는 프로젝트는 대부분 알아서 일상적으로 움직였어요. 조금 적응할때쯤 저는 선무당의 용기로 새로운 프로젝트를 진행하자고 주장했는데, 다른분들은 부담을 가졌던 것 같아요. 신규 프로젝트 회의는 2회 이상 진척된 적이 없었어요. 점점 제가 멍청해지고 있다는 것을 느꼈죠.
Q. 첫 번째 회사랑은 완전히 다른 이유로 싫어졌군요.
그렇죠. 첫 번째 회사는 건설이라는 일이 재미는 있었으나 딱딱한 분위기에, 몸도 힘들고, 미래에도 삶이 고달픈 것 같았죠. 그리고 생각 없이 살아야 하는 구조가 싫었던 거였죠. 그런데 두 번째 회사는 그런 것 하나 없이 자유로운 분위기였는데, 일 자체에 흥미가 가질 않았던 거니까.
Q. 소위 말하는 ‘이직 운’ 이 없었던 걸까요?
A. 사실 저의 실패를 ‘나에 대한 몰이해에서 비롯되었다’고 한 것도 이런 부분들 때문이에요. 맨 처음 회사에서는 저랑 안맞는 부분이 너무나 명확했으니까. 회사를 비난하기 바빴죠. 저는 살아오면서 속해왔던 조그마한 단체들에서 소위 말하는 ‘조직과 조직원에게 좋은 평가를 받는 사람’이었거든요. 도드라지는 성과를 낼 줄도 알았고, 조직에 필요한 역할을 해줄 줄도 알았고.
그래서 제가 속했던 단체들은 저에게 항상 호의적이었어요. 저 역시 단체생활을 좋아했고요. 그러니 첫 회사 때는 ‘이건 조직문화가 잘못된 거야’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두 번째, 세 번째 팀을 거쳐오다 보니, 점점 의심이 들기 시작한 거죠. 단순히 운으로 치부할 게 아니고 "이건 내 문제가 없다고 할 수 없겠는데?” "와 나 진짜 사회부적응자 아니야?"
Q. 과거의 조직생활과 직장생활이 달랐던 점은 무엇이었을까요?
A. 음… 그때는 회사만큼 큰 조직이 아니었기 때문에, 내 생각을 관철하고 제안할 수가 있었어요. 쉽게 말하면 내가 비전을 제시하거나, 혹은 나와 조직의 비전이 합치할 수 있었죠. 제 생각에 전 그게 좋았던 거예요. 내 생각이 내가 하는 일에 반영되어 가는 경험, 그리고 내가 그 중심에 있는 것.
하지만 회사에서는 달랐던 것 같아요. 어렵습니다. 회사는 이미 비전을 갖고 있고, 때론 회사 규모가 너무 커서 그 비전을 일개 개인이 모니터링하기도 쉽지 않죠.
결국 사전에 정해진 회사의 비전에 내가 어느 정도 동의해줘야 해요. 저는 그 비전을 완수하는 실무 역할을 해야만 하죠. 제가 회사 비전에 맞추는 게 맞아요.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야죠.
그래서 생각한 거죠.
“아씨 애초에 나란 놈은, 회사생활을 할 수 없는 놈일 수도 있겠다.”
일단 나가서 개 망하더라도 나란 놈에 대해 제대로 알아야겠다.
과연 준형 님은 이후에 어떤 삶을 살게 되었을까요?
인터뷰이: 권준형
글: 개
사진: 석굴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