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했다, 실패 매거진은 우리 주변에 있는 평범한 사람들의 실패담을 듣고 이야기 나누는 인터뷰 형식의 글입니다. 성공 이야기를 다루지 않습니다.
젊은 나이에 귀농을 했다. 어렵다는 친환경 농사를 시작했고, 힘들다는 판로 개척까지 해냈다. 이제는 어엿한 친환경 농업자 단체의 리더다. 그에게는 '성공한 농업가'라는 수식어가 붙고, 그의 행보에는 ‘잘했네’, ‘대단하네’라는 감탄사가 들려온다. 하지만 그 걸음걸음마다 사실은 실패였다고 한다. 심지어 지금도 그는 실패를 겪고 고민 중이다. 대체 무엇이 실패일까?
'올해 농사는 실패했어요'라고 웃으며 말하는 농부 유정현. 그의 현재 진행형 실패를 들어보았다.
청년농부 유정현
1장. 실패해서 귀농했더니, 농사는 실패투성이더라.
Q. 간단하게 자기소개 부탁드릴게요
A. 네, 저는 귀농해서 농사짓는 농부 유정현입니다. 사실 뭐, 그냥 다를 거 없는 농부예요. 도시에서 일을 하다가 귀농을 해서, 농업인 단체까지 운영하고 있네요. 농사도 하면서, 판매도 잘하기 위한 활동을 부가적으로 하고 있는, 그런 단체입니다.
Q. 원래는 어떤 일을 하셨어요?
A. 농업을 하기 전엔, 원래 금융경영을 전공했어요. 금융경영을 전공한 친구들은 보통 은행이나 증권회사 같은 곳으로 가요. 저 같은 경우는 보험회사를 갔고요. 그래서 보험회사에서 일 년 동안 영업직을 했어요. 뭐 제가 영업직을 좋아서 선택한 건 아니고요.
보험회사를 다니다가 관두게 되었는데, 그때 마침 아버지도 은퇴를 하셨거든요. 아버지도 귀농하신 농부셨고.
그러다 보니 저도 일 그만두고 할 게 없으니까, 부모님 일을 돕다 보니…? 적성에 맞아서 이 일을 시작하게 된 거죠. 적성에 안 맞았으면 모르겠는데, 도와드리다 보니까 재미가 있더라고요.
Q. 금융까지 전공을 하셨는데, 관두신 계기가 있을까요?
A. 스트레스 때문이었던 것 같아요. 저는 농업을 하면서 스트레스를 받은 일이 없었어요.
보험 영업직을 할 때는, 신경성 위염 때문에 위장약을 달고 살았어요. 일이 재미없는 건 아닌데 스트레스가 많으니까… 흰머리도 엄청 많이 났었어요. 그도 그럴 게, 할 일에 집중하는 것보다, 사람들 눈치 보기에 바쁜 경우가 더 많잖아요? 직장인이라는 게.
근데 저는 농업을 하면서 스트레스를 받은 일이 없었어요. 농업은 내가 해야 할 일만 집중해서 하면 돼요. 그래서 힘든 일이 생겨도 스트레스로 다가오지 않아요. 어떤 의미에서 저는 ‘이직’은 성공을 한 거죠. 하하. 그러다 보니 지금도 주변에서 야 귀농 어때?라고 물어보면, 저는 적극적으로 권하는 편이에요.
일에 대해 고민하는 거랑, 일 때문에 스트레스가 쌓이는 건 다르니까요.
Q. 그렇군요. 근데 갓 귀농한 도시인이 친환경으로 농사를 시작한 게 흥미로워요. 뜻이 있었나요?
A. 아 사실, 시작은 ‘수익성’ 때문에 친환경으로 접근한 거예요.
Q. 이건 예상 못한 답변인데요
A. 그렇죠(웃음). 대부분 귀농하시는 분들이 소매로 시작할 수밖에 없거든요. 그러다 보니 팔 수 있는 물량이 적어요. 그러니 결국 소매에서는 친환경이 경쟁력이 있을 수밖에 없거든요. 조금 비싸더라도, 친환경 농법으로 재배한 상품은 그 가격이 용인이 되니까요. 사실 친환경이 좋아서, 가치가 있어서 시작하시는 분들은 많지 않을 거예요.
Q. 돈을 버는 일이니까, 처음부터 철학만 갖고 접근할 수는 없군요.
A. 네 맞아요. 다행히도 저는 나름 판매가 잘 이루어지고, 상품에 상품성이 생기면서 저만의 농업 철학도 고민할 만한 여유를 갖게 되었죠. 그걸 다른 사람들에게 가르쳐 주게도 되었고요.
Q. 그러군요, 그럼 농업인 단체도 상품성 확보를 위해 만드신 건가요?
A. 네 맞아요. 친환경 농법을 하시는 분들끼리 모인 거였어요. 말했듯이 농촌 시장에도 도매랑 소매가 있는데, 친환경 농법 하시는 분들은 소매를 나가야 해요. 소매는 시장이 작으니까 할게 많아요. 농사도 지어야 하고, 상품 가격도 일일이 신경 써야 하고, 농민 입장에선 챙길게 많아요. 너무 힘들죠. 다 스트레스거든요.
그러던 와중에 우연히, 정책적으로 무상급식이 실시되기 시작했거든요. 그때 ‘친환경 무상급식’이란 개념으로, 아이들에게는 질 좋은 먹거리를 제공하고, 친환경 농법으로 재배하는 농민들도 상품을 공급을 할 수 있는 제도가 생겼어요. 그 제도를 알아보고 발품을 팔면서 ‘농업인 단체를 만들면, 여기에 좀 더 쉽게 진출할 수 있다’라는 걸 알게 되었고, 단체를 조직하게 되었죠. 확실히 단체로 움직이게 되니까 판로도 점점 더 많이 확보가 되었어요.
리더는 언제나 사진의 중앙에 있다 / 사진출처 : 한국농정
Q. 성공담이라는 느낌이 많이 드는데요?
A. 이게 그렇지가 않은 게, 사실 저한테는 실패담이에요. 초반에는 정말 힘들었거든요.
우선 친환경 농법 같은 경우는, 다른 것보다 교육시키고 인정받는데 시간이 되게 오래 걸려요. 재배 방식이 기존과 완전히 다르다 보니, 이미 농사경력이 꽉 찬 경력자 분들 일지라도 처음부터 새로 배우지 않으면 안 되는 거예요.
좋다는 건 다들 알아요. 근데 선뜻하기가 쉽지 않아요. (해충을 막으려고) 기존에 하던 대로 농약이나 화학비료를 쓰시던 부들한테는 쉽지 않은 결정이니까…
유지하기도 힘들어요. 처음에 무작정 친환경 농법을 하다가 병충해를 겪으면요, 약을 치고 싶은 생각이 마음속에서 올라와요. 쉬운 방법이니까. 보는 사람도 많이 없으니까. 그런 사소한 도덕적 해이에 흔들리지 않는 게 참 힘들거든요.
Q. 아 그런 경우가 많은가요?
A. 많죠. 농산물이 공산품과 다른 게 있어요. 상하잖아요. 이게 진짜 딜레마예요. 친환경 농법의 수확률이 보통 70~80%에요. 화학 비료를 쓰지 않고, 병충해 대비 약을 치지 않으면 사실 30%는 버리고 간다고 보면 돼요. 그렇게 어찌어찌 수확했다 쳐도, 판로가 확보되지 않아서 다 못 팔거나. 혹은 수확시기랑 판매시기랑 어긋나서 다 못 팔거나 하면? 그러면 반의 반도 못 건지고 버리게 돼요.
농사란 일 자체가 이런 실패들이 수두룩해요. 버려지는 작물들을 보면서 매일매일 실패를 경험합니다. 그러다 보니 친환경 농법을 하자!라고 말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에요.
Q. 실패를 자주 겪으니까, 안정적인 선택을 하는 거군요.
A. 네 쉽지 않죠. 그래서 저도 ‘수익성’ 중심으로 설득을 했어요. 이게 얼마만큼의 사업적 가치가 있는 사업이다. 교육기간에는 이만큼이 걸리지만 분명한 상품성이 있다. 또 그 과정에서 잘못하고 있는 건 없는지 계속 점검해주고 관리해줘야 해요. 그러다 보면 최소 1~2년이 걸려요. 어찌보면 당연해요. 수확의 실패도 두렵고. 오랜 기간 동안의 투자도 두렵고. 그러니까 결정도 오래걸리고.
그게 힘들죠. 좋은 걸 알아도, 의미 있는 일이라는 걸 알아도, 선뜻 하지 못하게 되는 거. 가치만 보고 투자 할 수 없게 되는 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