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것, 놀이 그리고 온라인 게임'을 마무리하며
이번이 '내가 좋아하는 것, 놀이 그리고 온라인게임'의 마지막 글이다. 이번 글로 총 30개의 에피소드가 채워졌다. 지난 9월 시작했고, 아무도 시키지 않았지만 매주 금요일 오전에 업데이트해 왔다. 단 한번 한 주를 건너뛴 적이 있었으니 총 31주 동안 30개의 에피소드를 낸 셈이다. 아무것도 아닐 수 있지만 매주 한 편의 글을 올린다는 게 생각보다 더 힘들었다. 그래서 마지막은 지난 30주 동안 '글쓰기'라는 작은 여행을 하며 내가 경험한 것과 느낀 점을 기록하는 것으로 정리하고자 한다.
첫째, 이 글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직업인으로 꽤 오랫동안 일해오며 "나는 누구이며, 무엇을 하고 있는가"에 대한 나 스스로에 질문과 이에 대한 대답을 찾는 과정에서 시작했다. 여러 산업군을 오가며 오랜 시간 '정부관계와 공공정책'이라는 업무를 담당해 오긴 했는데 도대체 내 콘텐트는 뭘까? 이 업계의 실무자들 중 한 명이 아닌 그렇다고 연구자분들의 내용을 읽고 답습하는 한 명이 아닌, 나를 다르게 만들 수 있는 건 무엇일까? 고민 끝에 떠오른 건 '내 생각을 쓰자'였다. 위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았는지는 비록 알 수 없지만 적어도 내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는 걸 알았고, 말이 아닌 글로 남기는 과정에서 생각을 정리할 수는 있었다. 더군다나 업무와 관련된 내/외부 회의에 참석하며 내가 발행한 글을 찾아보며 근거 자료가 어디에 있었는지를 확인하기도 해 실제로도 도움이 되기도 했다.
둘째, 나 혼자만 정리하고 보는 게 아니라 외부에 노출하고 싶었다. 이유는 공식적인 자료로 남겨놔야 좋든 싫든 진정한 내 콘텐트로 박제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Paid-article을 서비스하고 있는 곳에 제안했다가 자기들 콘셉트에 맞지 않다고 거부를 당했었다. 이후 브런치에 제안했고, 다행히도 받아들여져 이렇게 쓰고 있다. 사실 브런치에도 거부당하면 블로그를 만들어 쓰려고 했다. 아무튼 브런치가 내 제안을 받아들여 지난 7개월 동안 매주 빠지지 않고 발행하려고 노력했다. 또 비록 소수지만 다른 사람들이 본다는 점 때문에 근거 자료가 맞는지 나름 논리적인지를 수 차례 확인하며 수정에 수정을 했었다.
셋째, 처음에는 글을 쓰는 것 자체가 어려웠다. 처음에는 논리적이냐 아니냐가 문제가 아니었다. 그저 쓰는 것 자체가 고역이었다. 처음 브런치를 시작할 때 완성된 세 개의 에피소드를 갖고 있었다. 한데 이게 웬걸? 눈 떠보니 벌써 4주 차였고, 난 다음 글을 아직 마무리 못하고 있었다. 3주 차 금요일 오전에 세 번째 글을 발행하며 "아, 이거 큰일 났다. 진짜 큰일 났다"를 몇 번이나 외쳤는지 모른다. 처음 한 달 동안 내가 써온 방식은 이랬다. 소주제를 정하고, 글의 구성을 생각하며 논리에 맞는지 고민했다. 그랬더니 이상하게도 글 자체를 쓸 수가 없었다. 프로(Professional)도 아닌데 프로인척 하고 있다랄까. 내려놓고 그냥 쓰기 시작했다. 힘든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그냥 쓰기 시작했다. 이 과정이 마치 턱걸이를 했던 것과 비슷했던 것 같다. 처음에는 미친 듯이 힘들었는데 자꾸 하다 보니 늘고 있었다. 글의 퀄리티가 높아진다는 측면이 아니라 쓰는 행위 자체가 예전보다 늘더라는 얘기다. 물론 힘은 든다 여전히.
넷째, 어떻게 하면 읽히게 할 수 있을까? 주위에 막 알릴까? 이마저도 수십 번 수준의 viewership이 한 차례 느는 정도 수준일 뿐일 테지만 그렇게도 해봤다. 하지만 그게 다였다. 결국 방법이 없더라. 해서 내가 집중한 건 그저 두 가지였다. 글의 양과 매주 한 번씩 같은 시간대에 발행하기. 염두에 둔 글의 양은 신문 칼럼 정도의 대략 최대 600자 정도였다. 개인적으로야 위에서 밝힌 이유로 글을 쓴다지만 읽히는 건 전혀 다른 문제다. 쓰는 건 내가 쓰지만, 읽는 건 다른 분들의 선택이니깐. 요즘처럼 책이나 글을 읽지 않는 세상에 내 글이 읽힐 수 있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약 우연히라도 이 글을 읽는다면 그분들이 최대 5분 이상을 쓰지 않도록 하자. 그 이상 넘어가면 '양'에 압도돼 그마저도 발견되지 않으리라.
다섯째, 뭔가를 꾸준히 할 거라면 나 스스로를 그 기간 동안 평온하게 유지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 초반의 고비를 넘어가니 글을 쓰는 것에 탄력이 붙었다. 잘 쓰고 못 쓰고는 내가 고민할게 아니구나란 걸 느낀 후에는 조금은 시원하게 글을 써 내려갔던 것 같다. 하지만 꾸준히 뭔가를 하는 과정에서 무슨 일이 꼭 하나씩 터져 심리적으로 영향을 받던 적이 많았다. 일상을 구성하고 있는 여러 요소가 언제나 기분 좋고 완벽하게 돌아갈 수는 없는 법이다. 어떨 때는 일 때문에, 어떨 때는 가족들 간에 일들로 내 감정이나 육체가 영향을 받아왔다. 결국 나 스스로를 평온하게 유지할 수 있어야 뭔가를 꾸준히 할 수 있는 법이었다.
마지막으로, 글로 남기는 건 그저 내 생각을 정리하는 것 이상의 무언가를 준다는 점이다. 내가 일하고 있는 분야에서 일어나고 있는 여러 이슈에 대해 나름 내 전문성을 담아 쓰려고 노력했을 뿐인데, 그 과정에서 반성하려고 노력하는 나를 발견했다. 딸과 아내와의 관계 속에서 한 번씩 폭발했던 내 감정을 반성했고, 그렇지 않으려 노력했다. 글을 쓸 때만 정의로운 척, 좋은 사람인 척이 아닌 현실에서 조금이라도 나은 사람이 되고자 반성하는 날 발견했다. 물론 어렵다 여전히.
이제 마무리 시간이다. 지난 7개월 아무도 시키지 않았지만 매주 해왔던 나만의 프로젝트를 이렇게 마무리한다. 다음번에는 또 다른 소주제로 내가 즐거울 수 있는 (다른 이도 즐거울 수 있다면 더더더더더더욱 좋겠지만 그건 내 손을 떠난 일이니) 또 다른 글쓰기를 기획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