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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르샤 May 30. 2021

`긍정이`들에게 사로 잡히다.

내 인생에 다시없을 1년 살기



© estudiobloom, 출처 Unsplash



 토요일 아침입니다.

식사 메뉴는 짜장 떡볶이입니다.

큰아이가 좋아하는 숙주와 고기를 넣습니다.

떡볶이를 좋아하는 둘째가 잘 먹을 생각에 기분이 좋습니다.

잠들어 있는 아이들을 깨웠습니다.

음식을 본 아이들의 반응은 예상과 다릅니다.

오전 10시에 약속이 있는데,

지금이 30분 전이라는 겁니다.


첫째는 목이 아파서 못 먹겠고

둘째는 떡 2개만 먹었습니다.

“엄마, 나 늦었어. 지금 나가야 해”

외출 준비를 급하게 하더니

“엄마, 다녀올게요.”

잘 다녀오라는 인사를 틈도 없이 현관문이

“쿵!”하고 닫혔습니다.    





 

아무도 없는 빈 식탁. 얇은 가래떡이 굳어갑니다.

애써서 요리를 했는데, 알아주는 사람이 없어 서운합니다.

떡볶이처럼 저도 초라하게 느껴집니다. 젓가락으로 떡을 빈 그릇에 하나하나 골라냈습니다.

떡이 사라진 짜장 소스는 생각보다 먹음직합니다.    

 `남은 짜장 소스와 야채를 밥과 볶아서 맛있게 먹어야지`라고 생각이 듭니다.

소스와 야채에 밥을 넣어 볶았습니다. 숙주의 아삭아삭함과 짜장 소스가 잘 어울립니다.

음~~ 소리가 나옵니다. 맛있는 음식을 먹으니 기분이 좋습니다.     



 상황은 같아도 선택에 따라 결과가 달라집니다.

평소라면 떡과 나를 동일시하고 섭섭함을 키웠을 겁니다.

혹시 전날의 서운함과 합쳐지면 슬픔 웅덩이에 다이빙하는 꼴입니다.    

 홀로 남겨진 음식은 차가움이었습니다.

그러나 맛있게 먹은 짜장 덮밥은 따뜻하고 부드러웠습니다.

식은 음식은 오히려 선물이 되었습니다. 습관적으로 슬픈 감정 만들기를 멈추었습니다.

다른 선택은 없을까? 를 생각해 봅니다. 생각의 전환은 1년 살기 멤버들을 관찰하며 시작되었습니다.   

 

 




 심리학자 웨인 다이어는 “현실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당신이 그것을 어떻게 해석하고 무엇을 하느냐가 중요한 것이다.”라고 말했습니다. 같은 상황에 나와 다른 선택을 하는 1년 지기들이 궁금해졌습니다.    

 한 달에 한번 `1년 살기`는 모임은 3시간 중, 1교시는 한 달 동안 지낸 이야기를 나눕니다. 앞으로의 목표와 과정, 일상, 현재의 문제와 해결 과정 등 다양한 이야기가 오갑니다.


00님 : 코로나로 심리 치료 상담의 업무가 줄었어요. 그러나 아이와 함께 있는 시간이 많아져서 감사해요.

00님 : 고용 노동부에서 상담을 업으로 합니다. 코로나 시대에 나라의 정책만 전달하는 것

        보다 `많이 어려우시죠`라고 상대의 이야기를 듣도록 노력해 볼래요.

00님 : 꿈을 꾸던 개인 아뜰리에 작업실을 계약하게 되었어요.

00님 : 아버지 손목이 골절되어 수술하셨어요. 인생이 그냥 넘어가는 법이 없지만 그래도

       더 다치지 않으심에 감사해요.

00 님 : 남편이 코로나 확진이 되어 가족이 43일을 떨어져 있었어요. 코로나가 우리 집에

       밀물처럼 밀려오더니 나쁜 것들을 썰물이 다 가져갔어요. 무엇보다 전에 몰랐던  

       가족의 소중함을 알게 되었어요.

00님 : 유튜브 영상 촬영 15개를 업로드했어요. 출판사에서 전화가 왔어요.

00 님 : 매일 치울까? 그대로 둘까?로 고민을 반복하고 있어요. 이젠 치우자로 딱 정합니다.

00님 : 신앙과 생활이 무너지는 상황입니다. 우울한 것을 인정합니다. 유약한 나를 인정합니다.





  성공은 함께 기뻐합니다. 처음에 힘들어하던 멤버는 자신의 상황을 인정하고, 감사함을 찾습니다.

시간은 걸리더라도 문제를 해결하고, 몸과 마음을 회복합니다.     

 뜨거운 여름날, **님이 `시아버님의 건강이 악화되어서 자신을 돌볼 겨를이 없다`고 카카오톡에 글을 남겼습니다. 1년 지기의 답변입니다.

  `저도 엄마를 모시고 살면서 겪는 어려움이 많은 사람이에요. 게다가 외며느리로 시부모님을 챙기고 있으니... 아프신 분과 있으면 같이 아파지기 쉽거든요. refrash(리프레시)가 중요해요. 그래도 지혜롭게 승화시키며 잘 견디시는 **님 멋집니다. 결국 오늘을 살아내는 것, 평범함에 감사하는 것의 가치를 다시 발견하게 되네요. 그러면서 우리가 성장하고 깊어지는 것 같아요.  제가 응원합니다.` **님이 모두에게 커피를 선물했습니다. 위로받는 사람이 선물을 하는 신기한 모임입니다.

 

 6개월쯤 후, **님이 “짧지 않은 기간 암 투병하시던 시아버님이 새벽 천국으로 떠나셨습니다.

`사랑한다`는 말, 그간 고생 많으셨다는 말을 아버님 귀에 속삭였습니다. 안 나오는 목소리로 애써 `고맙다`는 희미한 말을 마지막으로 전해 주셨어요. 사랑하는 이들과의 만남이, 언젠간 이별을 맞이한다는 것. 어쩜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는 것. 사랑하며 살겠습니다. 떠난 이가 살지 못한 내일을 귀하게 여기며 살겠습니다.”라고 카카오톡을 남겼습니다. 글을 읽고 마음이 찡해졌습니다. 평소에 죽음에 관한 이야기는 다른 사람의 일 같았습니다. 힘들었지만 끝까지 따뜻하게 아버님을 보내드린 그녀의 이야기에 내 삶의 마지막을 그려봅니다.    

 





 `목표를 향해 갈 때, 걷고 뛰며 넘어질 수 있습니다.  다시 일어나 걷다가 넘어질 수 있습니다.

안 넘어지려 애쓰지 않아도 돼요. 좀 넘어져도 괜찮아` 라며 서로에게 힘이 됩니다.    

 과거에는 나만 힘들고, 나만 손해 보는 것 같았습니다. 지금은 주님이 저를 어떻게 세워 주시려나? 생각합니다. 힘들 때, 슬퍼하고 아파하는 시간이 줄었습니다. 손경민 님의 찬양처럼 “내가 누려왔던 모든 것들이 내가 지나왔던 모든 시간이 내가 걸어왔던 모든 순간이 당연한 것 아니라 은혜였소~. 내 삶에 당연한 건 하나도 없었던 것을 모든 것이 은혜 은혜였소”라고  고백합니다. 낙심보다 희망을 품는 긍정의 힘에 저도 전염이 되었습니다. 저 또한 긍정의 에너지를 흘려보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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