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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르샤 Jan 04. 2023

내가 혼자서는 살 수 없는 사람이었음을..


대중목욕탕을 갔다. 얼마 만인가.

코로나 전에 갔던 기억이 가물가물.

목욕탕이 문을 닫은 건 아닐까?

궁금해하며 빼꼼 쳐다보니 "영업 중"

얼마나 반갑던지~

대인 요금 9000원.


얼마나 오랜만에 목욕탕 방문이었던지,

비누 샴푸 때수건 등을 들고

씻으러 욕탕 문 앞에 섰는데

엥? 옷을 벗지 않았네.

하하하. 그걸 잊다니.



몸에 비누 칠을 하고 머리를 샴푸하고

얼굴을 씻고 탕 안으로 들어가 몸을 물에 담갔다.

앗! 뜨거워. 항상 처음은 뜨겁다.

시간이 지나면 조오타~~

이 시간 얼마나 평화로운지.



몸을 불린 후 때를 민다.

피부가 상한다고 때를 밀지 말라고 하지만

이 시원함을 어찌 그만둔단 말인가.

기억으로 5년 만에 왔다.



때수건이 몸을 지나면 피부의 죽은 세포들이 떨어진다.

수시로 샤워기로 증거를 없앴다.  네모나고 까슬한 타월이 내 몸을 비빈다.




시원하게 몸을 만지며 만족하는데, 음... 딱 한 곳!

"등드리" 아차.

긴 때 타월이 없다. 이럴 수가.

경상남도에서 사용하는 등 미는 기계를 아는가?

둥글고 평평한 모양의 자동으로 도는 초록색 때 타월이 있다.

기계에 나의 등을 맡기면 등 가운데가 시원해진다.

엄마들은 그곳에 배를 맡긴다. 어깨도 맡긴다.

기계와 껴안는 모습을 종종 봤다.

시원한 그 기계를 서울에서는 본 적이 없다.



때수건에 비누를 비볐다

오른팔을 뒤로 최대한 꺾었다.

손가락이 등을 암벽등반한다. 손끝을 조금씩 옮겨보는데, 위치는 변화가 없다.

' 쪼끔만 더 쪼끔만 더' 마음속에서 외친다.

시원하지가 않다.



온몸을 개운하게 목욕했는데, 새로운 사람이 된 것 같았는데.

"등"만을 과거의 상태로 두는 건 말이 안 된다.

목욕을 했다고 100퍼센트 말할 수가 없다.



이번에는 오른손으로 왼쪽 겨드랑이를 공략했다.

쭉 손을 뻗어 넣어본다.

옆구리 정도만 손가락이 닿을 뿐.

왼쪽 어깨너머로 손을 뻗어본다.

아니다. 아니야. 이 느낌이 아니라고.

등 한가운데 쪽을 빡빡 씻고 싶은 욕구가 더 강해진다.

아!!! 밀고 싶다~~~ 그곳을 ~~~ 빡빡!



온몸을 꼬다 비틀거리다 포기했다.

팔과 손목과 손끝이 꺾일 것 같다.

이건 내 힘으로 안 되는 영역이다.

안된다고 마음먹은 것은 포기와는 다르다.

내가 할 수 없음을 인정하는 것이다.



눈앞에 벽에 붙은 샤워 부스에서 목욕의 마무리 단계인 헹굼을 하는 여성이 눈에 들어왔다.

저기요~~ 부탁하고 싶다.

옛날 목욕탕은 눈만 마주쳐도 서로 등을 내밀었다.

긴말하지 않아도 마음이 통하던 그때가 그립다.

지금은 목욕탕에 사람이 없다. 부탁하려니 한두 명이 너무 귀하다.

코로나 이후로 다들 발이 뜸해졌겠지.

망설여진다.

내 마음과 대화!

"부탁해 봐"

"안 해준다고 하면?"

"그럼 어쩔 수 없지. 혹시 해 줄지도"

" 등 안 씻고 나가는 거 좋아?"

"아니."



때수건에 이렇게 적혀있다.

" 때가 있다"


용기 내어 일어섰다. 성큼성큼 걸어갔다.

비누가 묻은 때수건을 내밀고 미소 지으며

" 등 좀 밀어주실 수 있을까요?"

시원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나의 때수건을 건네받으신다.

등 한 중앙에 때수건이 쫘악 길을 내며 지나간다.

내 손끝이 절대 닿지 않았던 그곳.

팍팍 비벼 주시는데

오메~~ 오메 좋은 것~

이 좋은 걸 안 했다면 어쨌을 뻔.

너무 좋아 기분이 하늘을 날아갈 것 같다.

빠르게 감사의 인사를 하고 자리에 앉았다.



의자에 엉덩이를 붙이고 나서야

내가 나의 기쁜 기분에 취해

목욕탕의 기본 룰을 지키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다시 달려가서

"등 좀 밀어드릴까요?"라고 물었다

괜찮다고 하셨다.



누군가의 손 길이  내가 할 수 없는 것을 해결해 주었다.

나도 따뜻한 손길을 누군가에게 전하고 싶다.


나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일.

등 중앙에 손이 닿지 않는 그 일을

꼭 해결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면

도움을 청하도록.

(용기 내지 않았으면 어쩔 뻔^^)



그러나 타인 가능한 일.

부탁이 필요하고,

도움도 필요한 세상이다.

우리가 함께 살아야 하는 이유.


당신이 못하는 일을 내가 하고

내가 못하는 일을 당신 이하며

우리는 그렇게 함께 살아갑니다.


나의 친절이 그대에게 오메~~

당신의 친절이 나에게 오메~~

여기저기에서

오메~라는 말이 많이 들렸으면 좋겠습니다.

친절 한 스푼!

함께 동참하여요~


p.s)

손이 닿지 않는 등 중앙의 일은 당신에게 어떤 일인가요?

나는 누구의 등을 밀어서 도움을 줄 수 있나요?


https://youtu.be/oS9kPbdJGb8


#함께 #오메~ #스토리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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