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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일 년 전 오늘

by sseuli Sep 14. 2024

문제는 너무 생생히 기억난다는 것이다.


다행히도 우리 뇌는 모든 것들을 담아내고 기억할 수가 없다. 그래서 시간이 지나면 많은 것들을 잊어버리기 마련이다. 그럼에도 그날의 장면들이 너무나도 생생히 기억난다는 것이다.


1년 전 8월 25일, 이른 아침

비가 와서 병원은 어두웠다.

그리고 천둥번개가 많이 쳤었다.


우리는 병원 복도 의자에 앉아 있었다. 그러다 간호사가 호출하자 베니는 수술 후 입을 옷가지를 담은 가방을 어깨에 메었다.

"안녕 이따 봐."

손을 흔들며 언제나 그렇듯 아주 밝게 웃으며.


수술 전 날, 의사는 수술 전과 수술 후의 절차에 대해 간단히 설명했다. 수술이 잘 끝나면 3일 후에도 퇴원할 수 있다고 했다. 그 말을 듣고 우리는 어떻게 뇌종양 수술이 내가 몇 년 전 했던 자궁근종수술보다 빨리 퇴원할 수 있냐며 의아해하기도 했지만, 내심 크게 안도했다. 병실 창문 너머로 프랑크푸루트에 열리는 불꽃축제를 볼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는 베니의 시답지 않은 농담을 들으면서 우리는 꽤 크게 웃기도 했다.


별 것 아닌가 보다. 

그렇지 않고서 멀쩡한 사람에게 아무 증상이 없을 때 수술하는 것이 좋다며 적극 권장할 수가 없지. 


그렇게 베니는 수술 당일날 아침 병원에 도착해 (그렇다. 수술 전 입원조차 하지 않았다) 복도 의자에 앉아있다가, 백팩을 메고 계단을 따라 내려갔다.


그리고 1년 후 지금.

그때를 생각하며 써내려 가고 있는 이 글은,

잘 이겨내고 있다는 우리의 자랑스러운 결과물이자 

잘 이겨내려고 분투하는 우리의 현재 진행형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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