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시장에서 아킬레스건이 강점이 된 이야기
나에게는 아킬레스건이 있었다.
첫 번째는 한국 기업에서 일해 본 적이 없다는 것
두 번째는 작은 마케팅 예산으로만 마케팅을 했다는 것이었다.
이 두 가지가 새로운 일을 구하려고 할 때마다, 면접을 볼 때마다 피하고 숨기고 싶은 부분이었다.
그러던 중, 어느 회사에서 면접을 볼 때였다.
내 이력서를 가볍게 훑어보더니 말했다.
"제가 이 이력서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부분이 뭔지 아세요?"
나는 고개를 갸웃했다.
"제로 마케팅으로 세일즈를 xx를 달성했다 - 바로 이 부분이었어요. 이 문장을 읽고 이 사람은 진짜다 생각했죠."
솔직히 말하건대 나는 이 제로마케팅 경력이 스스로 자랑스럽긴 했지만, 이것을 이력서에 적는 것이 나의 단점 - 아킬레스건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도 많이 했었다. 하지만 나의 경력을 부풀리는 것보다 솔직하게 적는 것이 옳다는 판단하에 적었다.
내가 인사 담당자가 아니기에 이것이 지금까지 긍정적인 효과를 가지고 왔는지 부정적인 효과를 가지고 왔을지는 알 수는 없다. 다만 나는 그 이력서로 면접을 보았고, 취업을 했다는 것뿐.
분명 좋게 보는 회사도 있고, 안 좋게 보는 회사도 있었으리라 생각한다.
일을 하고 경력을 더 쌓으면서 - 그리고 위의 두 가지 아킬레스건을 없애기 위해 의식적으로 해당 경력을 만들어 내고 난 후에야 - 의외의 발견을 할 수 있었는데, 바로 그것은 내가 나만이 가지고 있는 나의 강점을 너무나도 저평가하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예를 들어,
한국 대기업에서 일한다면 얻을 수 있으리라 여겨졌던 것 - 마케팅 예산 설정 및 기획, 결과까지의 모든 과정을 체계적으로 서류화 하는 작업이 나에게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그것들을 배우고 싶었다.
내가 일했던 곳에서는 기획안과 보고서를 세심하게 작성하는 것, 회의를 거듭하여 함께 고심한 후 신중하게 결정하는 시간이 나에게는 주어지지 않았다. 업무의 효율성이 무엇보다 중요했고, 당장 실행만이 살 길이었다. 그 덕분에 불필요한 프로세스를 없애고,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단기간 성과를 낼 수 있는지에 대해 배울 수 있었다.
또한 대기업이라면 여러 사람이 분업해서 할 일을 혼자서 해야 했기 때문에 다양한 업무 경력을 쌓을 수 있었다. 한 가지를 깊고 진득하게 하는 사람이 장점이 되는 곳이 있지만, 멀티플레이어 능력을 가진 사람을 장점으로 보는 회사도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두 번째로, 작은 마케팅 예산으로 마케팅을 하는 경험은 작은 마케팅 예산으로'도' 마케팅 성과를 낼 수 있는 사람으로 만들어 주었다.
지금이야 '작은 것도 잘하는 사람이 큰 것도 잘하는 것 아닌가?' 또는 '모든 사람이 다 작은 일부터 시작하는 것 아닌가?'라고 좀 더 객관적으로 생각할 수 있게 되었지만, 그때는 그렇지 못했다. 대기업 면접을 볼 때면 위축되었다. 내가 큰 마케팅 버짓으로 마케팅을 해 본 경험이 없으니 나를 채용하지 않을 거라고 확신했다. 물론 그렇게 보는 사람도, 회사도 분명 있을 것이고, 분명 있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덕분에 나는 돈을 쓰는 마케터가 아니라 돈을 절약하는 마케터가 되었다. 작은 예산으로 마케팅을 해보았기에, 예산이 많이 주어진다 해도 좀 더 적은 돈으로 더 큰 결과를 낼 수 있는 방법이 분명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래서 그것을 찾고 연구한다. 무언가를 저렴한 가격으로 얻어 본 사람이 같은 물건을 더 비싼 가격으로 절대 사고 싶지 않은 심리와 비슷하다고나 할까. 유럽 에이전시나 파트너들과 일을 할 때, 간혹 말도 안 되는 금액을 부르고는 하는데(추측건대 큰 회사는 마케팅 예산이 크기 때문에 이 정도 금액을 제시해도 그냥 줄 것이라 판단한 것이리라), 조금만 노력해도 원하는 것을 더 얻고 비용을 줄이는 협상에 성공할 수 있다.
원래 목적은 제로 마케팅에 대한 정보성 글을 쓰는 것이었는데, 어쩌다 보니 이야기가 조금 다른 곳으로 새 버렸다. 해외 취업 책을 내고 멘토로 활동했던 경험들이 이렇게 자꾸만 민망하게 튀어나온다.
이야기가 새 버린 김에 확실히 정리하자면,
혹시 취업, 해외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누군가가 이 글을 읽고 있다면 하고 싶은 말 - 이 글에서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이것이다.
내가 없는 것만을 바라보며 위축되지 말고, 내가 가진 것을 바라보기를 바란다는 것.
당신은 당신만의 강점을 분명 가지고 있다.
이것이 쉽사리 잘 믿어지지 않는다면, - 나도 그러했고 여전히 종종 그러하다 - 그럴때 마다 만약 당신의 좋은 친구라면 당신이 어떤 장점을 가지고 있다고 말해줄지 생각해 보기를.
BEING THE BEST IS GREAT.
I'M NUMBER ONE.
BUT BEING UNIQUE
I'M THE ONLY O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