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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원 마케팅

취업시장에서 아킬레스건이 강점이 된 이야기

by sseuli Jan 31. 2025

나에게는 아킬레스건이 있었다.


첫 번째는 한국 기업에서 일해 본 적이 없다는 것

두 번째는 작은 마케팅 예산으로만 마케팅을 했다는 것이었다.


이 두 가지가 새로운 일을 구하려고 할 때마다, 면접을 볼 때마다 피하고 숨기고 싶은 부분이었다. 

그러던 중, 어느 회사에서 면접을 때였다. 


내 이력서를 가볍게 훑어보더니 말했다. 

"제가 이 이력서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부분이 뭔지 아세요?"


나는 고개를 갸웃했다. 

"제로 마케팅으로 세일즈를 xx를 달성했다 - 바로 이 부분이었어요. 이 문장을 읽고 이 사람은 진짜다 생각했죠."


솔직히 말하건대 나는 이 제로마케팅 경력이 스스로 자랑스럽긴 했지만, 이것을 이력서에 적는 것이 나의 단점 - 아킬레스건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도 많이 했었다. 하지만 나의 경력을 부풀리는 것보다 솔직하게 적는 것이 옳다는 판단하에 적었다. 


내가 인사 담당자가 아니기에 이것이 지금까지 긍정적인 효과를 가지고 왔는지 부정적인 효과를 가지고 왔을지는 알 수는 없다. 다만 나는 그 이력서로 면접을 보았고, 취업을 했다는 것뿐. 

분명 좋게 보는 회사도 있고, 안 좋게 보는 회사도 있었으리라 생각한다. 


일을 하고 경력을 더 쌓으면서 - 그리고 위의 두 가지 아킬레스건을 없애기 위해 의식적으로 해당 경력을 만들어 내고 난 후에야 - 의외의 발견을 할 수 있었는데, 바로 그것은 내가 나만이 가지고 있는 나의 강점을 너무나도 저평가하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예를 들어,


한국 대기업에서 일한다면 얻을 수 있으리라 여겨졌던 것 - 마케팅 예산 설정 및 기획, 결과까지의 모든 과정을 체계적으로 서류화 하는 작업이 나에게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그것들을 배우고 싶었다. 


내가 일했던 곳에서는 기획안과 보고서를 세심하게 작성하는 것, 회의를 거듭하여 함께 고심한 후 신중하게 결정하는 시간이 나에게는 주어지지 않았다. 업무의 효율성이 무엇보다 중요했고, 당장 실행만이 살 길이었다. 그 덕분에 불필요한 프로세스를 없애고,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단기간 성과를 낼 수 있는지에 대해 배울 수 있었다. 


또한 대기업이라면 여러 사람이 분업해서 할 일을 혼자서 해야 했기 때문에 다양한 업무 경력을 쌓을 수 있었다. 한 가지를 깊고 진득하게 하는 사람이 장점이 되는 곳이 있지만, 멀티플레이어 능력을 가진 사람을 장점으로 보는 회사도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두 번째로, 작은 마케팅 예산으로 마케팅을 하는 경험은 작은 마케팅 예산으로'도' 마케팅 성과를 낼 수 있는 사람으로 만들어 주었다. 


지금이야 '작은 것도 잘하는 사람이 큰 것도 잘하는 것 아닌가?' 또는 '모든 사람이 다 작은 일부터 시작하는 것 아닌가?'라고 좀 더 객관적으로 생각할 수 있게 되었지만, 그때는 그렇지 못했다. 대기업 면접을 볼 때면 위축되었다. 내가 큰 마케팅 버짓으로 마케팅을 해 본 경험이 없으니 나를 채용하지 않을 거라고 확신했다. 물론 그렇게 보는 사람도, 회사도 분명 있을 것이고, 분명 있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덕분에 나는 돈을 쓰는 마케터가 아니라 돈을 절약하는 마케터가 되었다. 작은 예산으로 마케팅을 해보았기에, 예산이 많이 주어진다 해도 좀 더 적은 돈으로 더 큰 결과를 낼 수 있는 방법이 분명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래서 그것을 찾고 연구한다. 무언가를 저렴한 가격으로 얻어 본 사람이 같은 물건을 더 비싼 가격으로 절대 사고 싶지 않은 심리와 비슷하다고나 할까. 유럽 에이전시나 파트너들과 일을 할 때, 간혹 말도 안 되는 금액을 부르고는 하는데(추측건대 큰 회사는 마케팅 예산이 크기 때문에 이 정도 금액을 제시해도 그냥 줄 것이라 판단한 것이리라), 조금만 노력해도 원하는 것을 더 얻고 비용을 줄이는 협상에 성공할 수 있다. 


원래 목적은 제로 마케팅에 대한 정보성 글을 쓰는 것이었는데, 어쩌다 보니 이야기가 조금 다른 곳으로 새 버렸다. 해외 취업 책을 내고 멘토로 활동했던 경험들이 이렇게 자꾸만 민망하게 튀어나온다. 


이야기가 새 버린 김에 확실히 정리하자면,

혹시 취업, 해외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누군가가 이 글을 읽고 있다면 하고 싶은 말 - 이 글에서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이것이다. 


내가 없는 것만을 바라보며 위축되지 말고, 내가 가진 것을 바라보기를 바란다는 것. 

당신은 당신만의 강점을 분명 가지고 있다. 


이것이 쉽사리 잘 믿어지지 않는다면, - 나도 그러했고 여전히 종종 그러하다 - 그럴때 마다 만약 당신의 좋은 친구라면 당신이 어떤 장점을 가지고 있다고 말해줄지 생각해 보기를. 


BEING THE BEST IS GREAT.

I'M NUMBER ONE.

BUT BEING UNIQUE 

IS GREATER.

I'M THE ONLY 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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