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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악. 이 회사 인스타 재미없어

우리는 에르메스가 아니라고요.

by yein

내가 조인한 독일회사의 고민은 이것이다.


'우리 회사 인스타그램 퍼포먼스가 예전 같지 않다.'


팔로워수는 이제 많아서 상관없는데, 팔로워수에 비해 게시물 조회수 그리고 좋아요, 댓글 등의 ER( Engagement Rate, 참여율) 수치가 낮다는 것이다.


나의 첫 질문은 이것이었다.

혹시 팔로워가 '진짜" 팔로워인가?

이전 에이전시 또는 전임자가 팔로워 숫자 증가하는 것에만 초점을 맞추고 계정을 운영한 것은 아닌가?


진짜 팔로워라고 했다.

인스타그램 컨텐츠도 나름 괜찮았다. 트렌드에 맞추어 만든 영상도 있고, 유머가 들어간 컨텐츠도 있었다. 컨텐츠들이 비슷한 톤과 스타일이라 살짝 지루하게 느껴지는 부분이 있긴 했지만, 이 정도면 훌륭한 편이었다.

조회수, 좋아요, 댓글이 얼마나 달리는지 살펴보았다.


솔직히 든 생각은,

'음? 나쁘지 않은데?'


내가 다니던 이전 회사보다 높은 ER 수치였다. 경쟁사와 비교해 보았을 때에도 나쁘지 않았다.


팔로워수가 많아질수록, ER 수치는 아무래도 떨어지기 마련이라고 넌지시 말했더니, 벤치마킹하고 싶은 타브랜드 인스타그램 링크 몇 개를 나에게 보내주었다.


받은 곳 중에 한 곳은 계정을 살펴보니, 아무리 생각해도 도저히 이런 재미없는 컨텐츠로 그런 퍼포먼스를 낼 수 없다고 생각되었다. 프로그램을 돌려보니 40% Real Follower 수치가 뜬다. 60%는 가짜 팔로워라는 것이다. 그럴 줄 알았지.


다른 계정은? 이쪽 분야에서 에르메스, 리모바 같이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고급 브랜드였다.

흠...


그 브랜드의 인스타그램 채널은 고급스러움을 강조하는 상품 컨텐츠들로 가득했다.

이렇게 재미없는 인스타그램 채널을 왜 벤치마킹하고 싶다는 것일까?


사실 그 속마음은 충분히 알았고 이해했다.

좋아요가 많으니까. 조회수가 많이 나오니까.


고급 브랜드를 목표로 두고 비즈니스를 운영하고 싶어하는 것도 좋다.

다만, 우리는 아직 에르메스가 아니라는 것이다.


과장 조금 보태서,

에르메스야 아무것도 없이 주황색 이미지 하나만 올려도 사람들이 클릭해서 보고 궁금해할 것이다. 리모바야 캐리어 사진만 무심하게 올려도 조회수가 나오고 사람들이 좋아요를 눌러줄 것이다.





하지만 신생 브랜드가 에르메스처럼 자신의 브랜드를 대표하는 색상의 이미지 하나만 올린다면?

일반 가방 브랜드가 자신이 판매하는 가방 사진을 하나 찍어서 올린다면?


그 결과는 누구나 쉽게 예상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결과가 뻔히 보이는 행동을 누가 하겠냐 하겠지만, 의외로 현실에서 많은 이들이 잘못된 결정을 하고는 한다.


에르메스에서 이런 이미지를 올리는 것 보니 이런류의 컨텐츠가 퍼포먼스가 잘 나오나 보다.

리모바에서는 어떠어떠한 식으로 인스타그램을 운영하는데, 반응이 좋은 것 같다. 그러니 우리도 그렇게 인스타그램을 운영해 보자.


그렇게 유명 브랜드들의 소셜미디어 채널을 따라 하다 보면 산으로 가기 십상이다.


간혹 어떤 브랜드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들어가 보면, 유명 브랜드를 따라서 매번 똑같은 톤, 색상, 내용의 컨텐츠를 올리는 것을 보고는 한다. 나름 따라서 브랜딩을 한다고 한 것 같은데, 비슷한 배경과 색상에 자신들이 판매하는 상품 사진으로만 도배되어 있는 인스타그램 피드를 보고 있으면, 과연 어느 소비자가 이 브랜드의 인스타그램 채널을 팔로우할까 싶다. 상품 카탈로그를 그대로 온라인에 가져다 놓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아직 대중들에게 확고한 입지를 다지고 있지 않은 브랜드라면 대형 브랜드 소셜미디어 채널의 퍼포먼스만 보고 그것을 부러워하면서 무작정 따라 하려고 하기보다, 내 브랜드의 고객들과 유대감을 쌓을 수 있는 컨텐츠와 채널을 만드는데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1분 1초가 멀다 하고 재미있고 시선을 사로잡은 새로운 컨텐츠가 넘쳐나는 소셜미디어 세상에서 누가 제품 카탈로그 광고를 보고 앉아있겠는가?


요즘은 에르메스도 더이상 그렇게 채널을 운영하지 않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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