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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들른이 Jun 14. 2022

길 위를 나란히 달리는 자동차처럼

하나의 방향성을 향해 달려가기 위해서

 오늘 문득 고속도로를 운전하던 중 인상 깊은 순간이 있었다. 


 어느 순간 여러 대의 자동차가 일정한 간격을 두고 나란히 달리고 있었다. 자동차들이 마치 하나가 된 것처럼 늘어서서 일정한 속도로 커브와 직선을 달리는 모습을 보자니 신비함마저 느껴졌다. 모든 차들은 2차선의 좁은 고속도로에서 차선 하나를 차지한 트럭의 행렬에서 최대한 빨리 벗어나, 저 멀리서 누군가가 달려주기만을 기다리는 탁 트인 길을 향해 일치단결하여 나아가고 있었다. 


 그 모습이 인상 깊었던 가장 큰 이유는 그러한 단합이 운전자들의 이기심 속에서 피어났다는 점이다. 그 길 위의 자동차들은 각기 목적지도 다르고, 서로 자신이 먼저 빨리 가기 위해 달리면서도 적어도 그 순간만큼은 트럭이라는 공동의 장애물을 넘기 위해 암묵적인 합의를 한 것이다. 거기에 각각의 운전자들의 자신이 먼저 가고 싶은 욕심과 자신의 안전을 위해 유지한 앞차와의 간격이 모여, 마치 하나의 생명체처럼 움직일 수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럴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적어도 그 순간만큼은 결국 그들이 한 방향을 향해 달리고 있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한 방향을 달리는 이 순간의 상황이 각기 다른 최종 목표와 먼저 나아가고자 하는 욕심, 경쟁자를 물리치고자 하는 호승심 등을 넘어선 셈이다. 만일 그 앞에 교차로가 있어 그중 단 한대라도 그 행렬을 벗어나고자 한다면 그런 자동차의 행렬은 순식간에 와해가 돼버릴 뿐만 아니라 처음부터 구성되기 어려울 것이다. 

 출퇴근 시간 도심 속 교차로가 특히 그렇다. 진입하는 차와 도로를 벗어나려는 차가 뒤엉켜 모든 차들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다. 그 와중에 틈새를 비집고 들어 끼어들려는 사람과 끼어주지 않으려는 차 사이의 신경전은 경적의 소음을 만들어 낸다. 누군가가 양보를 하면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 같지만, 그런 교차로에서의 양보는 호구가 될 뿐이라는 듯 도로 위에서 치열한 신경전이 펼쳐질 뿐이다. 그리고 결국 그런 혼잡을 해결하는 것 역시 먼저 치고 나가고 그 자리를 다시 비집고 들어오는 각각의 이기심이다. 생각해 보면 교차로에서 이러한 혼잡이 발생하는 이유는 그들이 가고자 하는 '방향성'이 각기 다르기 때문이다.



 요즘 회사 생활을 하면서 가장 어려운 것 중 하나가 직원들 간 공통의 목표의식을 갖게 하는 것이다. 사업부 간 입장이 다르고, 팀마다 이루려는 바가 다르다. 세대 간, 남녀 간 생각의 차이는 더욱 커지며 이 조직이 구성원들에게 가지는 가치가 다르다. 그러다 보니 동일한 상황에 대해서는 각기 다른 생각의 충돌이 빈번해지며, 공감대를 형성하고 한마음으로 움직인다는 것이 점차 어렵게 느껴진다.

 

 하지만 길 위의 자동차들을 보고 있노라니 어쩌면 지금처럼 다양한 가치관이 혼재된 조직에서 모두에게 동일한 목표와 행동원칙을 부여하는 것보다는, 설령 각자가 이루려는 바가 다르다 하더라도 적어도 하나의 방향을 향해 달릴 수 있도록 길을 만들어 주는 것이 방법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리고 그 길 위를 달리기 위해 상대방에 대한 배려나 공동의 이익만을 강조하기보다는, 각각의 직원들의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음을 주지 시킨다면 오히려 막연한 공공의 목표보다 더 직원들이 일치단결하여 한 몸처럼 움직일 수 있는 동기 부여가 될 수도 있으리라 본다. 


 우리는 왜 회사에서 일을 하는가? 임원이 되려고? 팀장이 되려고? 월급을 받으려고? 사람이 좋아서? 일이 재미있어서? 경험을 쌓으려고? 정답은 없다. 적어도 지금 시대에는 이 모든 것이 정답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조직원들이 생각하고, 움직여 회사에 기여하게 만들기 위한 동기부여방법도 다를 수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이 모든 동기부여 방안을 도입해서 직원들에게 제공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렇다면 직원들이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는 과정 속에서 자연스레 회사의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상황을 만드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한 방향으로 달려갈 수 있도록 길을 정비하고, 피해 가야 할 트럭을 적절한 타이밍에 배치해야 하지 않을까? 


 어쩌면 조직문화 구축과 업무 효율성 향상의 키는 업무 방식의 변화와 업무 수행 방법의 변화에서 출발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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