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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채윤 Jun 25. 2024

기대하고 달려간 만큼의 보람이 느껴지는 맛의 돼지국밥

돼지국밥의 매콤함을 호떡의 달달함이 달래 주기 때문이다 /소통의 해장국

 돼지국밥은 돼지 뼈와 살코기를 푹 삶아 우려낸 국물에 밥을 말아먹는 것으로 밀양, 부산의 대표적인 향토 음식이다. 지역명이 구체적으로 거론될 만큼 서로가 원조이다라고 하는 경쟁도 이어지고 있다. 밀양의 돼지국밥은 밀양의 무안 장터에서 1938년부터 시작되어 현재까지 거의 백 년 가까이 이어져 오고 있다고 한다. 또 전주의 콩나물국밥처럼 밥에 뜨거운 국물을 부었다 따랐다 하며 데우는 방식인 토렴식으로도 유명하다. 이렇게 토렴을 거치면 밥알의 전분이 풀어지지 않아 국물이 맑다.    

 

 부산의 돼지국밥은 한국전쟁 이후 피란 시절부터 국제시장 등 시장을 중심으로 퍼져갔다고 한다. 부산 돼지국밥이 인지도가 더 높은 이유는 '변호인'이라는 영화에 등장하면서라고도 한다. 아무래도 매체의 파급력은 확실히 대단한 것 같다. 요즘은 유명 연예인뿐만 아니라 유명 유투버나 인스타그램 인플루언서들도 한 몫하고 있다.     


 내가 돼지국밥을 만난 것은 밀양도, 부산도 아닌 바로 전주에서였다. 전주는 워낙 콩나물국밥이 유명하다 보니 주로 콩나물 국밥을 먹게 된다. 순대 국밥이나 내장탕은 그나마 익숙한데 돼지국밥은 뭘까 싶어 호기심에 먹어봤던 것 같다. 그러다 이 돼지국밥의 원조는 어딜까 궁금해졌고 또 직접 가서 먹어보고 싶어졌다. 그렇게 돼지국밥을 찾아 도착한 곳이 부산이었다.      


 사실 그 이전에 부산을 여러 차례 방문했건만 돼지국밥을 먹었던 기억은 없었다. 부산하면 자갈치 시장의 생선 백반에 수산물 센터의 신선한 회와 국제시장과 깡통시장 안의 비빔당면, 칼국수, 어묵, 떡볶이, 기타 등등의 유명한 먹거리들이 가득했기 때문이다. 바닷가이니 당연하게도 해산물이 떠오르고, 또 시장에 가면 여타 시장 음식들이 떠오를 수밖에 없었다.      


 부산의 돼지국밥은 기대하고 달려간 만큼의 보람이 느껴지는 맛이었다. 뽀얗고 진한 국물에 칼칼함을 더해주는 고춧가루 다대기, 부추, 새우젓을 넣어 먹으면 돼지고기의 잡내도 잡아주고 감칠맛도 살려주었다. 어떤 집은 국수사리를 주기도 하는데, 설렁탕에 국수사리를 넣어 먹는 것과는 또 다른 맛이었다.    

  

 부산에서 먹은 돼지국밥은 물에 빠진 고기는 맛이 없다는 나의 편견을 완전히 사라지게 해 주었다. 국밥 안에 있는 고기도 부드러웠지만 따로 시킨 수육은 더 부드럽고 담백하고 심지어 잡내마저 안 났다. 사실 밀양의 돼지국밥을 아직 못 먹어봤기에 섣부른 말이 되기도 하겠지만 이게 원조의 맛이구나 싶었다.   

   

 다른 테이블을 둘러보니 돼지고기 수육에 순대까지 시켜 먹는 모습이 많이 보였다. 덩달아 나도 순대를 곁들임 메뉴로 시켰던 적이 있었다. 수육을 이미 맛있게 먹었기에 순대도 한껏 기대되었다. 예상을 빗나가지 않고 이제껏 먹었던 순대 중에 최고의 맛을 냈다. 모든 노포가 이렇게 깔끔하고 맛있게 차려내지 않지만 내가 다닌 부산의 돼지국밥 노포들은 대체로 내, 외부는 물론 차려진 음식들도 정갈했다.     


 이렇게 먹고 씨앗호떡을 디저트로 먹으면 나에겐 금상첨화이다. 돼지국밥의 매콤함을 호떡의 달달함이 달래 주기 때문이다. 어쩌면 호떡을 먹고 싶은 나의 어설픈 핑계일지도 모르겠다.    

 

 이제 부산하면 돼지국밥이 떠오르는 추억이 하나 더 생겼다. 앗! 기장에 멸치조림 백반도 맛있었다. 청어 멸치도 구워 고추장에 찍어 먹으면 별미 중에 별미다. 기장 미역으로 끓인 미역국의 국물은 정말 시원함이 남다르다. 곰장어도 맛있다고 했는데, 이런 부산을 수시로 다녀야 하나 보다.

    

 물류 교역의 메카였던 부산은 트렌드에 앞서가는 카페와 음식점들이 서울 못지않게 많다. 그래서 나는 벤치마킹을 떠날 때 꼭 빼먹지 않고 가 보는 곳 중 하나가 바로 부산이다. 그러다 보니 종일 커피와 디저트만 먹고 오는 날도 있었다. 이제 점점 나이가 드니 커피와 디저트만으로 하루를 버텨낼 수가 없다. 때문에 부산의 맛집을 들리는 것도 기본 코스가 되었다.   

   

 부산이 싱싱한 해산물뿐만 아니라 얼큰한 돼지국밥도 맛있다는 걸 알았으니 이제 커피와 디저트로 보낸 하루 끝에는 꼭 돼지국밥을 한 그릇 말아먹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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