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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유로운 영혼 Apr 18. 2020

어찌할 바를 모르다.

엄마에 대한 단상 4

  파킨슨병 진단을 받은 지난 4월 7일 이후 열흘이 채 지나기도 전에 엄마는 두 번의 자살시도를 더 하셨다. 그 후, 지금까지 엄마는 중환자실에서 세 번의 밤을 보내셨다.


  잠깐 밖에 다녀오겠다는 언니의 말에 주방에서 갑자기 칼을 꺼내드셨단다. 나가면 죽어버리겠다고 말씀하셨다는데 언니의 놀란 마음이야 내가 헤아릴 수 없을 정도일 테다. 그리고 집에 있는 칼과 가위를 모두 치우고 돌아서니 엄마는 콘센트 줄을 또 묶어 언니에게 협박 아닌 협박을 하셨다고 한다. 그 길로 언니는 엄마를 모시고 엄마가 다니시던 대학병원의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를 보러 갔고 당장 입원할 병실이 없어 입원 대기명단에 이름을 올려놓았다고 한다. 그리고 이틀 후 입원이라도 가능한지 물어도 보고 신경과 진료도 보러 가기로 한 날 오전에 또 사달이 났단다. 허리 압박골절로 움직이기 힘든 엄마의 약을 타러 오전에 집 앞 병원을 다녀오니 엄마가 휴대 전화기 충전선으로 욕실의 수건걸이에 목을 매셨던 것이다. 119에 전화를 걸어 구급차가 도착할 때까지 전화기 너머 구급대원분이 알려주시는 대로 응급조치를 취하고 다행히 호흡과 맥박은 유지한 채 병원 응급실에 도착했단다. 모든 검사를 하고도 의식이 돌아오지 않아 뇌파 검사까지 했으나 특이사항은 발견하지 못했다 했다. 저산소증이 염려되나 좀 더 지켜보고 뇌파 검사를 다시 하기로 했단다. 그리고 다행히 언니가 병원을 떠나기 전 엄마의 의식은 돌아왔고 언니를 알아봤다고 했다.


  한 달 만에 벌써 3번의 자살시도. 엄마의 불안정하고 충동적인 행동에 언니와 동생 역시 말은 안 하지만 매일매일이 불안한 상태일 것이다. 집을 비울 수도 심지어 엄마를 잠시도 혼자 둘 수 없는 상황이 되어 버렸다. 이럴수록 엄마가 병원에 입원하는 것만이 답인 듯하다. 엄마의 행동이나 생각이 전혀 제어가 되지 않으니 말이다.


  엄마는 왜 자살을 시도하는 걸까? 병원에 입원시킬까 두려워 엄마만의 방법으로 어필을 하시는 걸까? 아니면 파킨슨 병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온 몸으로 거부하시는 걸까?


  두 번째 자살시도 후, 전문의를 만나고 돌아오신 날 저녁, 그 사실을 새까맣게 모른 채 내가 전화를 했을 때 뜬금없이 폐쇄병동 입원 얘기를 꺼내셨다. 갑자기 이틀 후 폐쇄병동에 입원하신다며 목소리에 두려움과 원망이 가득했다. 언니랑 동생이 엄마를 폐쇄병동에 강제로 입원시킨다고 말씀하셨다. 폐쇄병동에 입원하는 게 쉬운 것도 아니고 갑자기 자리가 나지도 않는다 들었다. 무엇보다 언니와 동생이 나와 상의 없이 결정했을 리가 없다. 엄마에게 몇 번을 더 물어보니 폐쇄병동이 아니고 일반병동이란다. 그 일반병동도 확실히 입원하는 것이 아니라 신경과 진료 후 판단 여하에 따라 입원을 결정하기로 했단다. 파킨슨 진단을 받기 전 엄마가 기력도 없고 거동도 힘들어 고통스러워하실 때 입원을 고려했으나 일반병실도 자리 구하기가 힘들었던 경험을 했었다. 그때는 엄마가 병원 입원을 간절히 원하셨을 때다. 그런데 지금은 병원에 혹시라도 입원할까 두려우신 듯하다. 한 번 발을 들이면 나오지 못 할 것 같아서 일까?


  코로나 19로 하루 중 오전 30분만 허락된 면회 동안 엄마를 보고 나온 언니의 짧은 브리핑이 카톡으로 이틀 째 이어지고 있다. 3일째인 오늘은 어제보다 더 좋아지셨는데 중환자실에서는 세수도 해주고 이도 닦아주니 좋으시다며 세수도 양치도 해주지 않는 언니더러 모질다는 말도 잊지 않으셨단다. 엄마는 예전의 상태를 거의 회복하신 것 같다.


  항상 진료를 보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와 상담을 하니 폐쇄병동을 추천하신다. 폐쇄병동이라는 어감에서 오는 거부감과 답답함에 입원을 고려하는 것조차 꺼려지지만 지금 엄마의 상태로는 불가피한 선택인 것 같기도 하다. 최대 허락된 입원은 한달이라니 한 달이면 죽고 싶은 마음은 사라지는 걸까? 막상 엄마가 폐쇄병동-요즘은 보호병동, 안심병동이라는 좀 더 포근한 이름으로 부른다고 한다-에서 지내실 생각을 하니 먹먹하다. 면회도 전화기 사용도 안 된다는데 차라리 요양병원이 나을까 싶은 생각도 들다가 요양병원에서 자살충동을 어찌 막을 수 있을까 싶은 걱정이 또 앞선다. 엄마가 정말 죽고 싶어서 자살을 시도하는 건지 살고 싶어서 자살을 시도하는 건지 모르겠다. 엄마에게 왜 자살하려고 하느냐고 물어보지 않을 거라 나는 그 답을 들을 수는 없을 것이다. 다만, 나는 태평양 건너 멀리 떨어진 이 곳에서 애 둘에 정신없이 들볶이면서 점점 평정심을 잃고 있는 듯하다. 코로나 바이러스만 아니었어도 아이 둘을 데리고 벌써 한국에 갔을 텐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 하는 상황이 원망스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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