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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D 문화 브로셔 May 23. 2022

이미지로 남은 전주의 전통 공간

건축으로 보는 전주 여행기


이미지로 남은 전주의 전통 공간

- 건축으로 보는 전주 여행기   

 

전주시청 그리고 포스트모던    

 전주시청에 대해서는 그 건축적 의미가 많이 알려져 있지는 않다. 유치하게 적용이 되긴 했지만 전주시청은 한국에서 포스트모던 건축의 초창기 건물로서는 대표적인 건물이다. 현대 건축이면서도 과거의 한옥 양식의 문 형태를 따온 것이다. 사실 포스트모던에서 무슨 깊이가 있겠는가? 그냥 패스티쉬로 베껴온 것이다. 한 때 건축에서 전통적인 모습을 되살려보겠다고 많은 시도들이 있었다. 이 또한 그 흐름에서 생겨난 것이다. 이제 와서 평가해보건대 별 볼 일 없다는 평가를 할 수밖에 없겠다. 그럼에도 그러한 유치함과 같은 포스트모던한 흐름에는 분명히 의미가 있다.     

전주시청사

 모더니즘 이래로 미술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물음은 지속되어 왔고, 각 파들이 나름의 미술에 대한 정의를 내리면서 자신들의 화풍과 기법을 내놓기 시작했다. 그러한 새로운 미술의 정의나 해석은 기존의 것들을 깨뜨리면서 나오기 시작했던 것이다. 여기서 얘기해야 할 조류는 팝아트인데 팝아트는 기존의 심오한 예술이라는 기존 인식을 깨뜨리고 가볍고 아무나 할 수 있는 방식들을 예술로 인정해주었다. 즉 그것은 예술가라는 사람이 전문적이고 축적된 기술로 완전히 새로운 작품을 만들어내는 것만을 예술로 인정해주던 시기에서 대중적인 디자인이나 남의 것을 갖다가 쓴 것들도 하나의 작품으로 인정해주었던 것이다. 패스티쉬는 그러한 예술적 철학 속에서 비로소 예술로서 인정을 받게 되는 것이다. 패스티쉬는 남이 이미 만들어놓은 것을 그저 조합해놓는 것에 불과하다. 예전의 예술의 정의에 따르면 그것은 표절이지 예술이 아니다. 그러나 포스트 모던한 예술 철학이 받쳐주는 가운데 그것이 예술로서 인정을 받게 되는 것이다.    

 

 예술 철학 혹은 미학은 사실 예술이 이미 앞서 간 것에 대해 후에 그것을 정당화해주는 경우가 많다. 모던 예술이 이미 자리 잡은 후에 아도르노는 그러한 모던 예술이 어떻게 예술로서 인정받을 수 있는가를 미학적으로 설명하였고, 팝아트가 예술로 이미 나온 후에 아서 단토는 그것이 어떻게 예술로 인정받는가를 정당화해주었다. 포스트 모던이 주류가 된 지금의 미술계에서 고도의 기술과 숙련도를 가진 예술가들만이 예술을 한다는 생각은 다수의 생각이 아니게 되어 버렸다. 이제는 모든 이들이 예술을 할 수 있게 되었고, 모든 이들이 하는 것들이 다 예술일 수 있게 되었다. 일종의 예술의 민주화가 이루어졌다고나 할까. 그 의미라면 장난 같은 포스트모던도 심도 있는 의미를 가지고 갈 수 있을 것이다.  

   

풍패지관과 전라감영 그리고 복원사업과 한옥의 미        

 풍패지관이든 전라감영이든 모두 다 예전의 흔적이 아무것도 없는 곳에 새롭게 복원한 건물들이다. 이런 건물들에서는 아무런 감흥이 느껴지지 않는다. 마치 예전에 이런 것이 있었다는 것을 책으로 보는 것과 다름이 없다. 관광지로서 뭔가 볼거리를 만들기 위해서 노력한다는 느낌만이 들뿐이다. 그렇긴 하지만 어쨌든 한옥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으니 한옥 감상 방법으로 건물을 보기로 한다. 어차피 한옥마을도 갈 것 아니던가.    

풍패지관

 아주 본질적인 얘기부터 시작해보자. 건축이란 게 도대체 무언가? 건축의 본질적인 측면은 어느 것인가? 건축을 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건축물보다는 공간이 중요하다. 벽을 만들고 지붕을 만드는 이유는 그 안에서 사람이 살아갈 공간을 만들기 위한 것이다. 사람들은 건축을 자꾸 조각을 보듯이 보려 한다. 건축물의 형태에만 관심을 가진다는 것이다. 그러나 어떻게 공간이 만들어졌고 그 공간들이 어떻게 연결되고 어떤 느낌의 공간이 생성되었는가를 생각하면 더 풍요로이 건축을 감상할 수 있을 것이다. 서구적 건물은 한 덩어리로 되어 있는 반면에 한옥은 몇 채로 나뉘어 있음을 쉽게 알 수 있다. 이것은 특히 한옥이 내부 공간과 외부 공간이 서로 통하며 흐름을 주고받는다는 것이다. 그런 공간적 흐름을 살펴보는 것도 당연히 좋지만, 형태적인 면에 있어서도 건물 그 자체만을 보지 말고, 그러한 건물들 사이사이를 보시라. 건물들 사이의 공간이 전해주는 형태들은 훨씬 재미나다. 그 빈 틈 사이에 또 뒤의 건물이 비추이고, 새로운 형태를 만들어내 준다. 공간이 어떻게 흘러가고 어떻게 연결되며 그 건물 사이 공간을 통해 다른 건물이 어떻게 나타나는가를 세심히 감상해야 한다. 한옥을 볼 때는 꼭 건물과 건물 사이의 공간을 살펴보아야 한다. 풍패지관이나 전라감영의 경우 그러한 건물과 건물 사이의 외부 공간을 재미있게 구성하고 있지는 못하다. 권위적인 배치를 해야 하는 관 건물의 특성상 단조로운 배치를 하게 되었고, 사이 공간도 너무 널찍하여 훵한 느낌을 준다.     

전라감영

 한옥에 있어서 주택을 보게 되면 나무로 기본 구조를 구성하고 그 사이를 흙으로 메꾼다. 그리고 그 흙 바깥을 하얀색으로 칠하게 되는데, 그러한 벽면과 나무 구조가 만들어내는 형태미는 매우 모던한 느낌을 준다. 선비의 고결함과 같이 깔끔한 벽면의 형태는 한옥의 단아한 맛을 더욱 잘 맛볼 수 있게 해 준다. 마치 몬드리안의 작품을 보는듯한 그러한 구성미는 각각의 한옥마다 조금씩 다른 맛이 있다. 한옥을 볼 때는 꼭 벽면의 구성미를 살펴보아야 한다. 건축을 볼 때는 시각을 분리해서 볼 필요도 있다. 한옥 벽면을 보다 보면 나무 기둥의 질감이나 벽면 흙의 질감에 눈길이 쏠릴 수 있다. 벽면의 질감을 마음속에서 제거하고 그 형태적 구성에 집중하면 깔끔하게 직선만으로 구성된 형태가 눈에 들어온다. 그러한 깔끔한 형태미를 즐겨본다.      


전동성당 경기전 그리고 관람 실패

전동성당은 때마침 수리 중이라 제대로 볼 수가 없었고, 경기전은 시간 관계상 들어가서 보지 못하였다. 전동성당은 오래된 건물의 흔적들을 볼 수 있는 곳이기에 꼭 세심히 보고 싶었던 곳이지만 아쉽게도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전동성당
경기전

한옥마을 그리고 문화도시 사업                

 한옥마을은 원래 있던 한옥들보다는 새로 인위적으로 지어진 한옥의 양식을 매너리즘적으로 반영한 건물들로 가득 찬 곳으로 보였다. 거기에 요즘 유행하는 무슨 무슨 거리의 전형적인 구성물들이 가득 들어차 있다. 먹거리든 점치는 곳이든 기념품 파는 곳이든 찻집이든 다양하게 들어서 있어서 관광객에게 할 거리를 제공해주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이 곳이 다른 무슨 무슨 거리랑 무엇이 다르겠는가. 사실 다를 건 없다.     

한옥마을

 한옥의 기와 색이 하늘색과 엄청 잘 어울린다는 생각을 해본 적 있는가? 한옥은 배경으로 하늘을 깔아 두었을 때 가장 아름다워 보인다. 아주 맑은 날의 밝은 하늘을 깔아 두었을 때도 비 올듯한 흐릿한 하늘색을 깔아 두었을 때도 나름의 각기 다른 지붕색과의 조화를 보여준다. 물론 기와색도 각각의 한옥에 따라 다르게 표출될 터인데 그것들의 미묘한 조화를 각기 감상해보는 것도 좋은 일이다. 한옥 지붕선의 부드러움은 하늘의 여유로움과 또한 잘 어울린다. 하늘을 배경으로 하는 지붕선의 흐름은 마치 고도의 음악 같이 들린다. 한옥 지붕선은 산을 배경으로 해도 엄청 잘 어울리는 형태다. 한옥 지붕의 라인의 부드러움은 또한 우리나라 산의 선과 닮아있다. 히말라야와 같이 거칠고 힘이 드러나는 선이 아니라 부드럽게 우리를 지켜주고 보호해주는 듯한 우리나라 산의 선은 한옥 지붕의 부드러운 흐름과 매우 잘 어울린다. 지붕과 그 배경이 하나의 유기체처럼 어울리는 모습이 매우 아름답다. 이러한 한옥 지붕의 선과 색을 잘 살려내는 것이 한옥의 본연의 아름다움을 잘 살려내는 방법이 될 것이다. 한옥이 가진 다양한 미적 요소들과 장점들을 고려하며 재생하거나 재현해야 한다.   

한옥마을 야경

 전주시가 한옥마을을 조성하면서 한옥을 특성으로 하는 문화도시를 표방하고 있다. 중앙정부에서 진행 중인 문화도시 지원사업을 통해 문화 예산을 확보하여 지역 문화에 써보겠다는 의지이다. 이러한 지역에서의 문화도시 사업은 많은 문제점을 양산하고 있다.   

전주 한옥마을

 첫째로는 국가 유기체적 관점에서 나오는 문제점이다. 국가를 하나의 유기체로 사고하면서 지역을 국가의 특정 부분으로 여기는 관점에서 문제가 나온다. 국가를 하나의 신체로 비유하자면 한 지역은 눈의 역할을 하고, 한 지역은 오른손의 역할을 하도록 배정한다는 관점인데, 국가 단위에서 바라보다 보니 하나의 도시를 총체성을 지난 문화 완결체로 보지 않고, 국가를 하나의 문화 완결체로 보고 지역은 그 국가의 한 부분으로 보는 것이다. 도시는 자체적으로 완결된 문화적 총체성을 가져야 함. 국가에서 보기에는 하나의 특정 분야만 맡으면 되겠지만, 도시는 특정 분야만 있으면 비정상적인 도시가 되는 것이다. 오른손의 역할을 하는 도시를 지정해서 오른손이 더 커지게 하면 국가 단위에는 적절한 오른손 크기겠지만, 그 도시를 하나의 신체로 보면 오른손이 몸통처럼 커져버리게 되는 비정상적 상황을 만들게 된다.     


 두 번째로는 도시 단일체적 관점의 문제이다. 한 도시를 하나의 덩어리로 파악하지 말고, 개별 시민 하나하나가 존재하는 장소로 인지해야 한다. 도시를 하나의 덩어리로 보면 도시를 대표하는 커다란 문화 행태를 지향하게 된다. 실제 시민들에게 가깝게 작용하는 문화 양태들은 소소해서 잘 안 보이기 때문에 무시하기 쉽다. 도시 권력자에게는 도시 전체를 하나의 덩어리로 보기 때문에 그러한 도시의 이름을 날릴 수 있는 거대 문화 양태를 지향하는 경향이 있다. 문화 도시적 측면에서 정작 중요한 것은 시민 한 명 한 명이 문화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여건이다.    

 

 세 번째로는 시장경제적 관점의 문제이다. 지역이 잘하는 강점을 살려서 특화하고 발전시키라는 관점은 곧 잘하는 곳에 지원해서 더욱 잘하게 만들어서 경쟁력을 가지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곧 문화를 시장에서의 상품처럼 취급하는 시장경제적 관점이다. 문화가 목적으로 사용되어야지 문화가 수단으로 사용되어서는 안 된다. 문화를 돈을 벌기 위한 수단으로 놓는 순간 문화가 가지는 인간의 삶에의 영향과 혜택이 사라져 버린다. 문화가 상품화하면 그 문화에 관련된 사람은 자본을 위해 노동하는 문화 강제 노동자가 되어버린다. 문화는 인간이 누리는 것이지 인간을 억압하는 것이 되어서는 안 된다.    

전주 한옥마을

 핵심은 관 중심에서 민간 중심으로의 전환이다. 관이 인위적으로 어떤 문화적 모습을 만들어가는 시대는 이미 지났다. 민간이 자율적이고 자발적으로 만들어가는 문화 양태들을 잘 살피고, 필요한 지원을 맞춰서 해가는 것이 필요하다. 민간의 자율적이고 자발적으로 발전되도록 하면 나중에는 차이와 차등이 발생할 수 있다. 어떠한 특정 분야가 더 많이 발전할 수 있는 것이다. 공공은 그러한 부작용을 보완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잘하는 것을 더욱 강하게 만들기보다는 부족한 부분이 보완되어 균형되고 총체적인 문화 양태들이 살아 숨 쉬는 도시가 돼야 한다. 공공 자원은 관이 독점하면서 관의 관점에서 주도적으로 사업을 전개하고 도시를 단일하게 운영하려는 사고방식을 버려야 한다. 문화 영역은 특별히 더더욱 민간과 시민이 주체적으로 주도적으로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하며, 관은 재정적인 자원을 민간에 배분해주어야 한다. 문화 영역일수록 시민들이 그러한 공적 자원 배분에 있어서 결정 과정에도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하며, 민간 영역 스스로 깊이 있는 토론과 토의를 통해 자원 배분을 어떻게 할 것인지를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     


 다양한 문화 발전만이 도시의 특질이라 할 수 있다. 대도시는 하나의 문화 양태로 통일되어 있지 않다. 그 내부적으로도 지역적으로 특색이 다르고 지원받을 부분도 달라진다. 도시 전체를 또 하나의 유기체로 보는 관점을 가지면 도시 내에서도 또 다른 비정상적 성장 불균형이 나타날 것이다. 1,000명이 사는 마을에서 10명이 특정한 문화 활동을 한다고 해서 그 마을이 그 특정한 문화 마을이라고 할 수 있는가? 나머지 990명은 그 특정 문화에 관심도 없고 참여도 없고 향유도 없는데 어떻게 그 마을을 그 특정 문화마을이라 부를 수 있겠는가. 도시를 하나의 단일한 유기체처럼 전체주의적으로 보지 말고, 각 개인 시민 한 명 한 명을 하나의 주체들로 보아야 한다. 그 주체들이 각자 문화적 역량을 키우고, 문화적 활동과 향유를 해나갈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 도시야말로 문화도시이다. 다양한 시민들이 다양한 관심을 가지고 살아가는 도시에서는 결국 문화는 다양하게 존재할 수밖에 없고, 도시는 그렇게 문화 다양성만이 하나의 특질로 정의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한 도시가 문화 다양성을 잘 갖추려면 각 장르별 부문별로 균형 있는 발전을 해야 한다. 어느 도시이든 문화적 총체성을 지니며 다양한 문화 양태가 골고루 발전하고 있어야 한다. 문화 다양성을 중심으로 관점을 형성하면 잘하는 곳을 지원하기보다는 잘 되지 않는 곳을 지원해야 한다. 지역이 가진 문화적 특질과 특성은 색깔과 같은 것이다. 지역적으로 달라질 수밖에 없지만 어느 특정한 분야만 발전하는 것은 비정상인 것이다. 도시가 점점 복잡해져 가고 다양한 시민들이 모여드는 현대 도시의 모습에서는 모든 문화적 양태들이 골고루 성장하는 도시여야 한다.      


풍남문 중앙시장 그리고 일상적 공간        

 풍남문이나 중앙시장은 사실 여느 도시 어디서나 만날 수 있는 일상적인 모습과 다를 바 없는 곳이다. 그러나, 이 곳은 반드시 존재해야 한다. 왜냐하면 이러한 일상적이고 다를 바 없는 곳이라는 기표를 가진 곳이 있어야 다른 곳은 특별한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한옥마을이라고 다른 게 있을까? 거기도 어차피 가짜가 판치고, 상업적 욕망들이 가득 찬 현대 자본주의의 일상적 공간과 다를 바 없다. 차라리 가짜라고 대놓고 삼류 행세를 하는 것들이 더 신선해 보이고 욕도 안 먹는 게 요즘 풍세 아닐까 싶다. 무엇이든 간에 뭔가 되는 듯 행세를 하는 것이나 진짜를 흉내 내는듯한 모습은 더더욱 스스로를 낮아지게 한다. 가짜이면서 진짜인 척하는 것 이것이야 말로 흉한 모습이다.     

풍남문

 지역이 도시 자체를 관광 상품화하려는 시도를 보이며 새로운 볼거리와 즐길 거리를 만드느라 온 정신을 쏟아붓고 있다. 거기에 전통적인 무언가가 그러한 도시 관광 상품의 중요한 요소로 여기는 선입견까지 결합하면 전통적인 모습이라고 여겼던 형태들을 인위적으로 다시 만들어내고자 하는 욕망이 발현된다. 그러한 욕망은 전통의 이미지를 내뿜은 온갖 가짜들을 생산해낸다. 거기에 포스트모던한 거짓 껍데기의 형태들에서 키치한 재미를 향유하려는 사람들이 달려들어 SNS를 위한 사진 찍기의 배경으로 활용한다. 도시 문화의 전경이 어디까지 추락할 것인가? 이 도시는 모두가 디즈니랜드처럼 가짜들로 가득 찬 껍데기가 되었다. 디즈니랜드와 같은 이미지로 가득 찬 곳은 보고 스쳐 지나는 곳이지 사람들이 살아가는 삶이 존재하는 곳이 아니다. 현대의 지역 도시들은 이미지들만 창출해내면서 사람들의 삶의 모습을 지워나가는 도시들이 되고 있다.     

중앙시장


오목대 그리고 겨우 남은 흔적        

 한옥마을 끝자락에서 조금 더 올라가면 오목대가 나온다. 한옥마을을 찾는 많은 사람들이 있었지만 오목대까지 가는 사람은 많아 보이지는 않았다. 한옥마을에서 현대에 베끼기만 한 가짜 한옥들을 실컷 보아서 그럴까 오목대의 오래된 건물의 느낌은 참으로 반가웠다. 그렇게 특별할 것도 없는 건축이었지만 그래도 이렇게 오래된 흔적이 보이는 건물은 참 귀중하다. 왕건이 어쩌고저쩌고 하는 스토리텔링은 그냥 듣고 넘긴다. 요즘 들어 각 도시들이 하두 스토리텔링을 하겠다고 나서고 추진하고 하는 모양새가 영 찜찜해서 더 반감이 가는 도시 스토리텔링이다.     

오목대

 이제 한국 건축으로서 살펴보자. 주심포, 다포. 잘은 기억나지 않아도 학교에서 배웠던 기억은 날 거다. 포는 지붕과 기둥이 맞닿는 부분을 말하는데, 한옥에서 왜 그리 포가 중요한 것일까? 주로 석재 건축이 많은 서구에 비해 한옥은 목재 건축이 많은데, 그거야 뭐 그 지역에서 구하기 쉬운 재료이기 때문에 그렇다. 목재 건축의 가장 큰 단점은 물에 취약하다는 것이고 그래서 지붕으로는 쓸 수 없다는 것이다. 결국 지붕은 기와를 쓰게 되는데, 여기서 문제가 발생한다. 아래에서 떠받치는 목재에 비해 지붕인 기와의 재료가 더 무겁다는 것이다. 그래서 지붕을 떠받치는 구조적 문제가 한옥에서 매우 중요한 것이 되었고, 그 부분을 해결하기 위한 노력의 결과가 바로 ‘포’다. 포는 지붕의 하중을 기둥으로 안정되게 전달해주는 구조물이다. 한옥이 발달하면서 포는 점차 복잡한 형태를 띠게 되었고, 점점 장식적이 되어 갔다. 기둥 위에만 포를 만든 것이 주심포 양식이고, 기둥 외의 부분에까지 장식적으로 포를 만든 것이 다포 양식이다. 포가 얼마나 복잡하고, 장식적으로 만들어졌는지를 반드시 살펴볼 일이다. 이 건물은 사실 그렇게 포가 발달한 건물은 아니다. 고려 초기에 지어졌다면 다포 양식이 발생하기 전의 주심포 양식으로 지어져 있는 것이 당연하기도 하거니와 이런 루 형태의 건물에는 다포를 잘 사용하지 않는다. 다포를 사용한다는 것은 높은 권위를 상징하니 절이나 궁전에서나 쓰일 양식이기 때문에도 그렇다.     

오목대

 한옥의 문제는 아래의 목재 부분이 지붕의 기와보다 가볍고 약하게 보이기 때문에 구조적으로 불안정해 보인다는 것이다. 아래 부분에 무겁고 묵직한 게 있고 위에 가볍고 얄렵한게 있어야 안정적으로 보이지 않겠는가? 특히나 목재가 물에 약해서 비를 피하게 해 주기 위해서 처마가 많이 밖으로 나올 수밖에 없는데, 그래서 포라는 것이 필요하기도 하고, 아래 부분에 비해 지붕이 비율적으로 부담스럽게 크게 되기도 했다. 그래서 그런 부담스러운 지붕을 어떻게 처리하느냐는 매우 중요한 부분이 되었다. 지붕이 너무 무거워 보이면 집이 무너져 버릴 것 같으므로 지붕을 가볍게 보이게 하기 위해서 지붕 선을 적절하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중국과 한국 그리고 일본의 건축에서 단연 돋보이는 차이점은 지붕선의 각도다. 중국은 훨씬 강하게 선이 휘어져서 하늘로 향하고, 일본은 직선에 가깝게 땅으로 떨어진다. 중국의 지붕선은 자신을 한 껏 과시하려는 느낌이고, 일본의 지붕선은 단아하지만 단조로운 느낌이다. 한국 건축의 지붕선이 내가 보기에는 그 중간에 가장 적절하고 아름다워 보이는데, 그건 뭐 한국에서 자라면서 보아 왔기 때문일 게다. - 한국 건축이 최고라느니 하는 것 절대 아니다. 지역에 맞는 차이 들일뿐 - 지붕을 가볍게 보이게 하기 위해 지붕이 날아가듯 보이게 하는 방법을 쓴다. 날개처럼 보이게 하는 것이었는데, 지붕이 날개처럼 하늘로 날아가려는 듯 보이게 하여 그 지붕을 기둥이 붙잡고 있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 것이 한옥의 묘미이다. 지붕선이 너무 날렵하면 기둥이 붙잡지 못하고 날아가버릴 것 같고, 지붕선이 둔탁하면 무너져 내릴 것 같다. 그 사이에 기둥이 아슬아슬하게 지붕을 붙잡고 있는 듯한 느낌을 주도록 지붕선을 만드는 것이 형태적 미에서 중요하다. 한옥을 볼 때 하늘로 날아가려는 지붕을 어떻게 기둥이 붙잡고 있는가를 보아야 한다. 그리고 한옥 모두가 날렵한 날개 같은 지붕선을 갖지는 않는다. 당연히 다양한 모습이고 그래서 그것들을 보면서 이렇게 저렇게 감상할 수 있을 것이다. 맞배지붕은 통상 저런 휘어짐 없이 그냥 직선으로 땅으로 떨어진다 다른 얘기지만 석가탑이 최고의 탑이라고 느끼는 것은 그 비율도 그렇지만 한옥의 지붕선과 같은 그 선의 적절한 휘임 정도이기도 하다. 하긴 탑에서도 지붕과 같은 형태긴 하다. 오목대의 경우 그러한 날렵한 지붕의 선을 잘 살려낸 건축이라 할 수 있겠다.     


전주난장 그리고 레트로        

 인천에는 수도국산박물관이라는 게 있다. 과거의 60-70년대 모습들을 남겨놓은 박물관이다. 옛날의 모습들을 보는 흥취를 주는 곳인 것은 맞다. 요즘 레트로가 유행이기도 하고 요즘 세대에게는 재미있는 볼거리라고 생각되기도 한 모양이다. 인천의 수도국산박물관은 관에서 짓고 관리를 해서 그나마 깔끔하게 유지는 되고 있기는 하다. 전주난장은 아무래도 민간에서 만들어서 운영하는 듯했다. 입장료도 꽤나 비쌌고, 관리는 잘 안 되고 방치된 느낌이 강했다. 그러나 규모는 더 컸는데 중간쯤 보다 보니 비슷비슷한 모습들이라 좀 질리는 느낌이 없지는 않았다. 요즘 다양하게 관광객들에게 볼거리를 만들어주는 차원에서는 나쁘지 않은 장소라고 생각된다. 나이가 있는 사람에게는 과거 옛날 생각이 나면서 반가운 모습들이라 좋아들 할 것이란 생각이 들긴 하는데 그런 마음으로 자식들을 데리고 와서 뭔가 얘기하려고 하면 꼰대라는 소리를 들을 것이다.     

전주난장

 도시 공간은 하드웨어적으로는 건축으로 구성되기도 하지만, 소프트웨어적으로는 기억으로 만들어진다. 공간이 정체성을 획득하며 장소화할 때 매우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공동의 기억이다. 작금의 도시 재생에 있어서 기억의 문제는 매우 중요하게 다루어진다. 도시 공간을 완전히 밀어버리고 새로운 건축물로 가득 채우는 것은 공간에 있어서 기억을 모두 날려버리고 유령만 떠도는 공간으로 만들어버리는 일이다. 도시를 살아가는 도시민들에게 기억이란 더욱 소중하다. 그럼에도 작금의 난개발은 그러한 기억들이 존재할 공간을 모두 지워버렸다. 기억할 공간이 사라져 버린 도시민들에게는 그러한 기억들을 되새길 수 있는 레트로한 유산들은 아련한 노스탤지어를 선사한다. 전주난장은 사실 삼류적인 느낌을 주고, 정리가 되지 않은 지저분한 느낌을 주지만 그러한 노스탤지어를 갈구하는 도시민들에게는 위안의 공간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전주난장


팔복예술공장 그리고 도시재생사업        

팔복예술공장

 최근 많은 지역에서 공장 건물을 재생해서 예술 공간으로 리모델링하는 사례들이 생겨났었다. 전주 지역도 마찬가지여서 공장을 리모델링하여 예술공간으로 재생한 팔복예술공장이란 곳이 있다. 원래 있었던 공장에 대한 기록을 아카이브로 남겨놓은 곳도 있고 옛 건물의 흔적을 많이 남기려는 의지도 보였다. 원래 실내 공간이었던 곳을 지붕만 뜯고  철골 트러스로 그 지붕의 형태적 흔적만 상징적으로 살려낸 후에 야외 공간화시킨 곳이 있다. 중정적인 느낌을 주는데 건물의 안과 밖의 선명한 구분을 해체하고 새롭게 공간을 만들어냈다는 느낌을 준다.      

팔복예술공장

 인천에도 물론 아트플랫폼이 있다. 아트플랫폼이 좀 더 세련되게 건물의 마감을 해냈고 깔끔하게 건물의 최종적 형태와 모습을 구현한 대신 과거 건물의 흔적들이 날로 남아있지는 못한 듯하다. 아마도 초창기에 재생 시도였기에 최종 결과물이 너무 지저분하게 보이기에는 그럴 만큼 강하게 흔적 남기기를 시도하기는 어렵지 않았을까 싶다. 팔복예술공장은 예전 흔적을 날로 남기기 위해서 디테일 부분에서 건물이 부순 흔적을 남기고 있다. 아직 모든 사이트에서 진행이 완료되지는 않은 듯하다. 사실 실내였던 공간을 야외 공간으로 돌린다는 것은 공간 이용의 효율성을 잘 살리지 못한 느낌을 기존 사고를 가진 사람들에게는 줄 수 있다. 하지만 야외 공간은 사실 훨씬 이용도가 더 높은 공간이 될 수 있다.     

팔복예술공장

 이러한 예전의 흔적을 남기는 도시 재생은 도시 안의 기억을 남김으로써 도시의 정체성을 보존해나가는 역할을 한다. 단순한 재활용이 아니라 도시의 모습에 사람들이 살았던 흔적들을 남기는 작업이다. 이러한 작업은 그래서 소중하다. 도시가 생명을 이어간다는 것은 조변석개로 바뀌는 가벼움이 아니라 자신의 정체성을 살펴가며 천천히 걸어가는 산보와 같은 것이다.

팔복예술공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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