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아는걸 그때에도 알았더라면...
얼마전 집에 가려고 집근처 역에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데 누군가 나에게 아는척을 했다.
내 이름을 헷갈려하긴 했지만 매우 많은 시간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나를 알아봤다. 나 또한 그사람 얼굴을 보자마자 알아봤다. 하지만 그 사람의 얼굴을 보는 순간 잊고싶은 그 시절의 기억과 심지어 냄새까지 되살아나며 파노라마처럼 그때 그 시절이 머릿속을 스쳐지나갔다.
지우고 싶은 시절
누구나 인생에서 지우고 싶은 순간이 있다. 나 또한 후회되는 선택으로 지워버리고 싶은 시절이 있다. 꿈많고 무서운게 없었던 20대 중반 꿈을 쫓겠다며 치기어린 선택을 한적이 있다. 그 선택으로 어쩌면 보지 않아도 됐거나 겪어도 되지 않았을 일들을 감내하며 상처를 받기도 했지만 그래도 젊음이라는 이유로 바보같이 견뎌냈다. 같은 시기를 함께 지나갔던 사람들 중에는 내가 목표로 했던 바들을 너무나 쉽게 이룬 사람도 있지만 난 노력한만큼 그만큼 해내지 못한 것 같아 가끔 스스로에게 화나가고 분할때도 있다. 그때 내가 그 선택을 하지 않고 조금 더 냉정했다면 지금 나는 달라졌을까?
잊고 싶은 사람
힘든 일을 같이 겪은 사람들은 보통 잊지 못하는데 나는 힘든 기간을 같이 겪었던 사람들을 잊고 싶다. 그냥 그 시절 그 기간이 내 기억속에서 그 시절이 통째로 없어지길 바래서일까. 가장 예쁜 시절이었지만 힘들었던 20대 중반에 만났던 사람들을 잊어버리고 싶었다. 그래서 가끔 만자는 연락을 차갑게 거절하며 그렇게 잊고 살았다. 그시절의 사람들을 만나면 그때 힘들었던 기억은 물론 내 선택에 대해 자책감이 들기 때문이다.
그렇게 잊으려는 노력 덕분에 그래도 그시절을 잊고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버스정류장에서 그시절 그 사람을 만났다. 나를 잊지 않고 알아봐준건 고마웠다. 하지만 그 짧은순간 시간이 많이 흐른만큼 지금 내가 어떤지에 떠보는 것 같아 마음이 좋진 않았다. 1분정도 였나, 버스가 와서 서로의 근황에 대해 피상적으로 얘기를 하고 각자의 길로 헤어진 뒤, 버스를 타고 오는데 그 때 그 시절의 기분이 몰려오면서 기분이 이상해지며 생각이 많아졌는데 내려야 할 곳을 지나쳐서 내렸다. 내려서 집으로 걸어갔는데 머리가 복잡하면서 나는 아직 치유되지 않은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로버트 드니로가 앤 헤서웨이의 절대 잊지못하는 대사는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의 답변으로 대사는 아니고 누군가 그에게 말해준 인생구절중 "지금 아는걸 그때도 알았더라면..."이라는 구절을 꼽았다. 지금 아는걸 그때도 았더라면 나는 다른 선택을 했을까? 그렇다면 내 인생이 지금과는 달라졌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