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학원에 집합금지 명령이 내려지기 전까지 내 직업은 영어 유치원 강사였다. 영어학원에서 오전에는 유치부 아이들의 담임으로 매니저 역할을 했었고, 그 친구들이 하원 하면 그 이후 할당된 초등부 강의를 하곤 했다. 그러나 집합금지 명령이 나온 이후 내 포지션의 Job description은 바뀌게 되었다.
코로나의 확산이 막 시작되었을 때 정부에서 사회적 거리 두기 단계를 조정하게 되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정확히 알고 있는 사람은 그 당시 없었다. 아마 막연히 학원이 휴원에 들어갈 수도 있다 라는 것이 우리 예측의 전부였다. 또한 휴원을 강요 받지 않았던 시기였지만, 확진자나 접촉자 정보들로 학원들은 언제든 All Stop 될 수 있는 가능성은 늘 존재했기에 우리는 긴장을 멈출 수 없었다. 더더군다나 우리는 아이들을 만나는 직업이기에 훨씬 더 조심해야 함을 몸소 체감하고 있었다. 코로나 확진자가 하루에 천 명이 되던 가을 날, 말로만 듣던 전면 온라인 수업만 허용한다는 발표가 전달되었다. 언젠가 할 수도 있다고 생각 했었지만 이렇게 빨리 내가 있는 현장을 급습하게 될 줄은 몰랐었다.
사실 학원들이 휴원 해야 했던 것은 2020년 가을이 처음은 아니였다. 코로나의 전파 위험이 대두되기 시작하던 2020년 2월 말부터 3월 말까지 많은 학원들이 문을 닫았었는데, 그때 발 빠른 학원들은 Zoom을 이용한 온라인 수업을 오픈했었다. 학업에 꽤나 깊이 연관된 인터넷 맘 카페들에는 빠르게 휴원을 결정하고 온라인으로 수업을 제공한 학원들에 찬사가 쏟아졌다. 그때 당시에는 영어학원보다 수학, 논술 등 비대면으로도 수업을 그대로 할 수 있는 과목들이 주를 이루었다.
우리 아이 논술학원에서도 Zoom으로 변경해서 수업을 진행하셨는데, 처음에는 나도 거부감이 들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온라인으로 해도 효과가 있을까 염려가 되었기 때문이었다. 그 전에도 온라인 수업들은 있었지만 대부분 중,고등학생이 대상이었기 때문에 초등학생, 미취학을 대상으로 온라인 수업을 한다는 것은 신세계의 도래를 의미했다. 그리고 더 나아가 인강 시청 형태를 넘어 Zoom 등으로 실시간 쌍방향 수업을 한다는 것은 더 획기적인 변화이기도 했다.
이와 반대로 끝까지 휴원 하지 않고 현장 강의로 버티려던 학원들은 소위 평판에 타격을 입게 되는 일이 발생했었다. 유명한 수학학원이 그렇게 2020년 2월 말에 하루 이틀 수업을 더 강행했다가 인터넷의 집중포화를 받고 나서 휴원을 선택한 사례 등을 보면서 몇 가지 생각을 하게 되었었다.
첫째, 학원은 위기상황에서 사업이라는 성격이 명확해지는 구나. 둘째, 온라인 강의도 아무 곳에서나 할 수 없구나. 강사들의 전력이 적나라하게 노출되는 상황은 득 또는 실이 될 터였다.
1차 휴원 사태가 야기된 2020년 2월 말, 영어유치원이 휴원을 선택할 시 발생하는 재정적 타격이 적지 않기에 학원입장에서는 휴원을 망설일 수 밖에 없었다. 나름 오랜 역사가 있었던 원이 이미 새해 아이들을 다 모집하고 선생님들도 다 셋팅 되었던 상황에서 문을 닫게 되어, 아이들과 선생님 모두 도미노처럼 이동해야 되는 사례가 있었다. 그 소식은 업계에 있는 모두에게 두려움을 주었다. 2020년은 모두에게 그렇지만, 정말 특이하고 특별한 한 해였는데 코로나로 적어도 3월 근무가 불투명해지고, 즉 급여를 정상적으로 받을 수 없게 될 것 같은 상황이 되자 3월에 아이들을 만나보기 전에 아예 그만두신 분들도 꽤 있었다. 근무복귀가 언제일지 불투명한 상태에서 고용된 인력들을 홀딩하기 위해 각 원들이 기울인 노력 또한 한 편의 드라마 였을 것이라는 생각도 해본다.
휴원에 대해서는 맘 카페에서도 찬반이 분분했는데, 어떻게 어린아이들 대상으로 이시기에 영업을 하느냐 하는 의견과 어쨌든 어학원이니 경제적 논리로 굴러가는 것을 이해된다는 두 이야기였다. 나는 학부모이자 업계 종사자로서 그 두 의견 다 격하게 공감할 수밖에 없었다. 어느 한 측을 비난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학원은 돈이 돌지 않으면 문을 닫게 될 것이 명백하니 말이다. 그러므로 2020년 2월과 3월 대규모 1차 휴원을 겪으면서 영어유치원이라는 법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단어는 조금 더 클리어한 꼬리표를 지니게 되었다. 학원, 학원이라는 것 말이다. 이후로는 영유아 대상 어학원에 아이를 보내시려는 부모님들이 조금 더 선명한 컬러를 가지고 선택하실 수 있게 되지 않았을까 싶다.
이렇게 혼란 속에서도 무언가는 뚜렸해져 갔고, 우리는 2020년 가을 2차 휴원을 맞이 했었다. 1차 휴원 때는 학원들이 자발적으로 혹은 부모님들의 컴플레인에 못 이겨 휴원을 했다면, 2차는 정부의 대책에 따른 강제 조치였다. 학원들은 비대면 수업만 허용한다는 문구가 발표되자, 준비를 하고 있던 Zoom으로 발 빠르게 전환을 했다. 영유아 대상 어학원들도 손 놓고 있지 않으려는 노력을 분명히 볼 수 있었다. 학부모 입장에서는 아이들의 학습공백이 발생하는 것을 방지해보고자 함이었고 원 입장에서는 100% 수업료를 받을 수는 없지만 온라인으로 수익을 창출해 낼 수 있음을 의미했다.
사실 영유아들이 Zoom으로 접속해서 수업을 한다는 것이 효율적이냐, 말이 되는가 등 갑론을박이 있었으나 영어유치원 뿐만 아니라 더 어린 연령을 대상으로 하는 놀이학교까지 Zoom 수업에 뛰어들어야 했던 것은 필연적이었다고 본다. 사실 준비가 되었던 아니든 간에 적게는 10명 많게는 20명이 동시에 접속해서 수업을 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것이 맞는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 온라인 수업은 존재할 수밖에 없는 영역이 되어버렸고, 사용자들이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에 대한 영역만 남아있다는 생각이 든다.
다만, 온라인 수업의 퀄리티에 대해서는 학원의 몫으로 남은 것 같다. 평범한 원어민 교사가 한번도 카메라 앞에서 무언가를 해본 적이 없다고 할 때 카메라 앞에에서 아이들을 이끌어 수업을 잘 진행한다는 것 거의 기적일 수 있다. 점점 더 발전된 온라인 퀄리티를 보여준다는 것은 노력하는 강사들에 한한 이야기가 될 것이다. 즉 이제 이 분야에서도 대충 원어민이니까 영어만 할 수 있으면 일할 수 있는 시기가 종료되었구나 싶었다. 학원들은 이제 온라인으로 실력이 노출돼도 괜찮은 강사만 뽑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원어민 강사들의 Job Description도 변화가 생겼다. 영어를 잘하고, 아이들을 좋아하며, 카메라 앞에 서는 것을 좋아해야 하며, 초상권 사용에 언제든 동의할 수 있어야 하게 된 것이다. 그럼 그들과 함께 일하는 한국인 교사들은 무엇을 하게 된 걸까? 2차 집합금지가 되었던 시절에도 아이들은 등원할 수 없지만 교사들은 모두 출근을 했었다. 어떤 학원에서는 Zoom으로 어떤 학원에서는 영상 촬영 (인강형태) 으로 온라인 수업을 진행했기 때문이다.
그 시기동안 우리의 업무는 아이들을 돌보는 것이 아닌 Zoom이 잘 구동되는지 관리해주는 스텝이었고 때로는 영상 편집을 해야 했다. 나는 이 때 원어민 파트너의 강의를 더 퀄리티있게 찍어 주기 위해 고화질로 새로운 핸드폰을 마련했다. 학원 이름을 걸고 내보내는 수업이고 아무리 공유 금지라고 해도 영상을 돌아다닐 수 있는 가능성이 있었기에 대충하고 싶지 않았던 나는 이내 유료 영상 편집 툴도 구매를 했다. 2021년에 들어와서는 실시간 Zoom수업을 할 때 화질이 너무 좋지 않은 것이 속상해서, 자비로 새로운 랩 탑을 사서 온라인 수업시간에 원어민에게 빌려주기도 했다. 너무 애사심이 투철 한건지, 대충할 수 없다는 프로의식이 강한 건지 나도 이런 내가 피곤할 때가 있지만, 본격적으로 온라인 수업을 시작하게 되는 이 시기들에 첫 발걸음을 어떻게 내딛느냐가 이 사업에 중요한 관건이라는 생각을 했다.
코로나는 많은 것을 바꾸기 시작했고, 앞으로는 사람들의 필요와 수요에 따라 더많은 변화를 마주할 것이다. 어쩌면 이렇게 흘러가고 있었던 것에 더 속도를 높여준 것 정도가 아닌가 생각도 해본다. 변화는 언제나 어색하지만 어느 구석인가는 예쁜 면이 있다. 예전에는 코로나가 끝나고 빨리 일상으로 돌아갔으면 좋겠어요 라는 말을 많이들 했는데, 이제 그 돌아갈 일상이 존재하지 않음을 우리는 어렴풋이 동의하고 있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