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적 최저시급

by 스테이시

현재 일하는 직종은 꼭, 2월에만 정상적으로 이직을 할 수 있다. 물론, 법으로 정해진 것 아니지만, 암묵적으로 그렇다는 것이다. 우리는 다른 학원들처럼 분기가 기준이 되지 않고 학교처럼 학기가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이들을 돌보는 직종들은 어떤 부당함이나 갈등이 존재해도 1년은 참고 해야 하는 일로 간주되는 편이다. 아니 누가 그렇게 대놓고 말하지 않아도 떠나는 사람의 마음도 완벽히 당위성을 갖기 쉽지 않다고 해야 할까?


어떤 원에서는 학기 중에 선생님이 바뀌는 것이 세상에서 제일 안 좋은 것 이라고 이야기 하신 적이 있었다. 그 해 같이 입사한 동기 4명 중에 나를 제외한 3명이 모두 한달 안에 사라졌을 때 생각했다. 담임이 바뀌는 것이 세상에서 제일 끔찍한 상황이라면, 참고 참다 나간다고 할 때 필사적으로 잡을 생각하지 말고 있을 때 잘해주지. 건강상의 사유가 아니라면, 선생님들도 최대한 버티려고 애를 쓰고 있다. 그 카오스 속에서도 삐약 삐약 날 따라다니는 아이들에게 마음을 뺏겨 버렸던 나는 전쟁은 내 내면으로 몰아넣고 버티고 또 버텼다. 그렇다고 꾸역꾸역 일하지는 않았다. 천성이 열심인지라 그 상황가운데도 너무 열심히 일하고야 말았고, 그 다음 해에는 한단계 높은 직책으로 오퍼를 받기도 했었다. 직책은 주시겠다고 하셔서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했던 나였다. 그리고 그 결심은 그 해의 첫 번째 근속미팅을 하기 전까진 확고 했었다


나름 나도 제시할 근무조건 리스트를 가지고 테이블에 앉았었다. 실무자 두 분 중 한 분은 협상(?)을 시작하며 말했다. 연봉은 3%인상이며, 직책수당이 10만원이라고. 계산법은 그럴싸해 보였지만, 계산을 시작하는 첫 숫자는 무엇이었을까? 곧, 정확한 계산이 내 머리속에 들어왔다. 원래 기를 죽이려고 저런 이야기를 먼저 하는 것인지 그 날 면담은 마치고 나올 때, 나는 깨달았다. 내게 있던 근속의 확신이 사라졌다는 것을. 그 간의 수 많은 무급 야근을 떠올리면서, 9시간 근무에 휴게시간이 없었다는 것을 기억하면서, 셔틀을 빼 줄 수 없다는 말을 상기하면서 주저 앉아 버리고 싶은 마음에 채찍질을 했다. 그리고 곧 현실을 파악했다. 내가 거기서 협상의 기술을 시전하는 것보다는 다른 곳을 찾아 가는 것이 맞다는 것을. 또한 나는 어떤 리더가 될 것인가에 대한 고민에 살을 붙여주었다는 면에서 고마운 경험이었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그렇게 해가 바뀌고 나는 두번째 미팅을 갖자고 먼저 요청했었다. 그 사이 나는 다른 곳에 면접을 보았고, 근속 조건보다 훨씬 더 좋은 제안을 받았다. 아, 그런데 엄청 설레거나 좋지 않았다. 그 오퍼는 그 해에 내가 있던 곳에서 나와 동료들이 얼마나 힘겹게 일해왔는지에 확인도장을 찍어준 것과 같은 느낌을 내게 안겨주었다. 두번째 미팅에서 내가 갈 곳의 급여를 말씀드리지 않았었는데, 다시 급여를 제시하셨고, 다시 말씀하신 급여는 심지어 이직하려는 곳보다 높았고, 첫번째 미팅에서 언급하신 것과 상당히 큰 차이가 있었다. 이쪽이 더 높게 부르면 남는 것도 고려해보려고 임했던 미팅이었지만 막상 조금 더 높게 부르셨어도, 첫 번째 미팅에서 존중 받는 느낌을 받지 못한 상처를 상쇄할 수는 없었던 것 같다.


사실 그 때 나는 금액적인 것 보다 급여가 능력에 따라서가 아니라 상황에 따라 다르게 책정되는 것에 황당함과 허무함을 느꼈었다. 중간에 그만두신 분들의 자리는 급하게 채워 넣어야 되므로 학기 중간 입사자들은 더 좋은 조건으로 계약을 해준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땐 참, 기분이 이상했다.


이 분야에서 일하시는 분들이 아주 획기적인 숫자를 바라고 있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누구나 얼마를 받고 일하던 존중 받으며 일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 우리의 직업에 대해서 자부심을 갖고 싶은 바람이 있다. 일한만큼 보상받는 다는 자부심으로 떳떳하게 아이들을 만나고 싶은 마음도 있다. 겨울이 다가오면 교무실에 긴장감이 돈다. 언젠가 자신감 있게 연봉협상을 할 수 있는 날이 올까? 자신감이 높아지면 연봉협상에 성공할까? 연봉이 높아지면 자신감이 올라올까? 닭과 달걀 그 사이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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