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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경혜 Oct 19. 2020

조금은 괴상한 남자의 사랑.

폴 토마스 앤더슨의 펀치 드렁크 러브.

폴 토마스 앤더슨의 펀치 드렁크 러브라는 영화를 봤다.

영화의 내용을 간략히 설명하자면 정상적인 범주에서 많이 벗어난 것 같은 괴상한 남자가 한 여자를 만나 사랑에 빠지는 내용이다. 여자는 그런 남자의 괴상함을 처음부터 알고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남자의 여동생과 직장동료로 얼추 남자의 괴상함에 대해 감지하고 있었던 듯하다. 여동생의 가족사진 속 남자를 보고 귀엽다고 생각한 여자는 남자에게 적극적으로 대시한다. 남자는 괴상하게 어리둥절해하고 불안해하며 여자를 피하다 결국에는 같이 저녁식사 데이트를 한다. 한참 대화가 무르익어가는 도중에 평범한 신사인 척하던 남자는 여자가 남자의 어린 시절 얘기를 동생에게 들었다며 그 괴상한 행동은 왜 그런 거냐며 묻는다. 이성을 지키던 남자는 그 순간 자신을 주체할 수 없다. 괴상하게 안절부절못하다 화장실로 급히 달아난다. 화장실에서 남자는 문을 부순다. 자신의 감정과 행동을 주체할 수 없다.

결국 레스토랑의 지배인이 나와서 남자를 추궁하고 내쫓는다. 남자는 하는 수 없이 여자를 데리고 다른 곳으로 가고 그날 둘은 우여곡절 끝에 키스를 나눈다. 또 중요한 에피소드가 있지만 더 설명하지는 않겠다.

어쨌든 몹시 괴상한 남자는 사랑도 괴상하다. 그런 남자를 여자는 기다려준다. 그런 모습까지 좋아하는 듯하다. 결국 남자는 자신의 모습을 인정하고 그대로의 괴상한 모습을 그녀에게 보여준다. 삐걱했던 둘은 괴상한 연인이 된다.


영화적 연출도 전체적인 분위기도 독특했다. 평범한 남자 여자의 사랑 이야기가 아닌 괴상한 남자의 사랑이야기이니 그런 연출이 잘 어울렸다.

나는 영화 속 남자 주인공과 정상인이라고 불리는 사람들 중간 즈음에 위치한 것 같다. 나도 종종 낯선 사람들 틈에서 감정을 주체할 수 없는 기분에 휩싸인다. 그 기분의 밑바닥 감정은 두려움이다. 상대가 못나고 이상한 나를 알아버릴 것 같은 두려움.

그 두려움에 평범한 사람 인척 몸에 잔뜩 힘을 주고 있다가 한번 삐끗하면 감정은 통제되지 않고 불안 두려움 자체가 되어버린다.

그래서 남자 주인공이 처음 여자가 대시할 때 거부했던 이유도 그런 두려움 때문 일 거라 생각한다.


양 극단을 오가며 나는 갑자기 흔들린다. 그리고 갑자기 불안하다. 마음과 나를 분리하려고 노력하지만 그 순간에 나는 불안과 하나가 되어 안이 되고 흔들린다. 그런 순간들을 겪고 나면 울고 싶어 진다.

괴로워서 참을 수가 없다. 괴로운 이유는 나를 인정하고 싶지 않아서인가. 영화 속 주인공은 마침내 스스로를 인정하고 나서야 애인의 사랑을 얻는다.


이게 나예요.


어쩌면 나는, 그게 나라는 것을 인정하지 못함에서 오는 불안과 흔들림을 거부함으로써 더 불안하고 흔들리는 것인지도 모른다.

결국에는 정상적이지 않은 나를 인정해야만 할까.

인정하면 정상적인 범주의 사람이 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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