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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는 세상이 게임 속이라면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by 장대지

어디선가 우주의 구성을 방정식으로 치환했을 때 그 안에 우리가 컴퓨터에 사용하는 것과 동일한 오류 방지 코드가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즉 이곳이 컴퓨터 속 세상일지도 모른다는 가설의 일부였는데, 마침 우리가 사는 세상이 누군가 만든 게임이나 가상현실이 아닐까 하는 발칙한 상상을 해본 이후라 그 이야기가 참 흥미롭게 다가왔다. 한창 공상과 음모론이 재밌을 나이가 아닌가.


최근 외국어 증후군에 대한 기사를 접했다. 외국어 증후군은 수술을 받거나 마취제를 맞은 사람이 일정 기간 동안 모국어를 잊어버리고 전에 쓰지 않던 언어를 사용하는 현상이다. 내가 읽은 기사에서 수술 후 외국어를 쏟아내던 사람은 24시간 후에 다시 원래대로 모국어를 쓰게 됐다. 극히 드물게 발생하는 만큼,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이처럼 인간의 지식으로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을 볼 때마다 우리가 느낄 수도 없고, 알 수도 없는 차원이 존재할지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나아가 우리가 사는 세상이 게임 속이라면 외국어 증후군과 같은 현상은 예기치 못한 오류고, 우리가 세상으로 인식하는 '서버'에서 우리 시간으로 24시간 안에 오류를 해결한 건 아닐까 하는 깜찍한 생각마저 든다. 우리가 게임을 할 때 모드가 충돌하고 오류가 생기면 게임회사에서 해결하는 것처럼, 이 세상을 창조한 개발자가 뚝딱뚝딱 외국어 증후군을 고치는 모습을 상상해 본다.


사실 우리가 사는 곳이 게임 속이든 아니든, 개발자가 있거나 없거나, 있다면 신이든 외계인이든 아무 상관없다. 그것이 무엇이든 현재 인류가 객관적으로 증명할 방법은 없기 때문이다. 그저 몇몇 사람들이 체험적으로 보고하는 사례들만이 '그럴 수도 있겠다'라는 가능성에 양념을 더해줄 뿐이다. 그럼에도 이 작은 가능성 하나로 재미나고 유의미한 결론에 도달할 수 있다면 기꺼이 양념을 더해보고 싶다.


우리가 사는 곳이 누군가 만들어 낸 게임 속이고,
우리는 그 안의 장기말이라면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뭘까?


새벽 4시에 불쑥 끼어든 이 질문을 해결하기 위해 두 시간이 넘도록 꼬리에 꼬리를 물며 생각을 적어내려 갔다. 그 끝에 도달한 결론은 아주 간단하고 상큼하며 삶에 기대를 심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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