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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네 와인바 사장 Jun 25. 2019

와인 마실 때의 매너 같은 것이 있나요?

"와인 마실 때의 매너 같은 것이 있나요?"


손님들이 제일 많이 물어보시는 부분입니다.


먼저 잔에 와인을 받을 때. 일단 외국에서의 매너는 그냥 잔을 두시면 됩니다. 잔을 손으로 들고 받칠 필요 없고, 그냥 공손히 앉아계시면 돼요. 그리고 술을 따라주는 사람 입장에서도 잔을 그냥 내버려두는 것이 더 좋습니다. 잔을 기울이거나 손으로 들고 있으면 따르기가 훨씬 어려워지고, 잘못하면 잔 밖으로 흘리기 쉽거든요. 잔과 병이 부딫힐 수도 있구요.


그런데 문제는, 이것이 한국의 문화와는 맞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한국은 잔을 들고 받는 문화입니다. 그러다보니, 뭔가 한국식의 변형된 와인 매너가 생겼습니다. 한 손을 와인 잔 받침(Base) 위에 가볍게 얹어 두는 것이죠. 그렇다고 잔 받침을 손으로 눌러서 고정 시킨다거나, 따르는 사람에게 맞춘다고 잔을 밀어서는 안됩니다. 그냥 가볍게 얹어 두셔야 합니다. 


손님에게 와인을 서빙하다보면 가끔씩 저 혼자서 가슴이 철렁하는 순간이 있어요. 바로, 와인을 따르려고 하는 순간 갑자기 손님이 잔을 밀어줄 때 입니다. 타이밍이 안 맞으면 잔 밖으로 와인이 쏟아질 수도 있거든요. 서빙하다가 와인을 잘못 따르면 와인이 튀고, 옷에 묻고, 세탁비 물어줘야 하고…그러니, 술을 따르는 상황에서는 잔을 꼭 그 자리에 그냥 두셔야 합니다. 


그리고 한가지 더 말씀드리자면, 간혹 높은 분(교수님이나 직장 상사)과 와인을 마시게 되어서 공손함을 표현해야 할 경우, 잔 받침 위에 얹은 손의 손목 위에 다른 손을 얹어두는 방법을 추천드립니다. 그런데 혹시 지금 와인을 주시는 분이 너무너무 어려운 분이라서, 격렬한(?) 공손함을 표현할 필요가 있으신가요? 그렇다면 양손을 잔 받침 위에 올려놓읍시다. 이렇게 양손을 올리는 모양은 뭔가 좀 강아지(…) 같기도 하고 오버스럽게 보여서, 예전에는 손님들께 추천하지 않았었는데, 어느날 후배가 와서는 저에게 이런 이야기를 해주더라구요.

"나 전에 XX그룹 회장님이랑 와인 마실일이 있었는데, 그 회장님이 와인 받는 법이라고 알려주신 방법이 양손으로 와인잔을 받는거였어. 어르신들 사이에서는 그게 정석인가보던데?"

제 눈에는 좀 오버스럽게 보이긴 하지만, 예의라는 것은 상대가 느끼기에 기분이 좋아야 하는 것이니, 나이드신분과 술자리를 하시게 되면 가능한한 양손으로 받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좌) 가볍게 손만 올리시면 됩니다. (중) 공손함이 필요할때. (우) 격렬한 공손함이 필요할 때


다음은, 건배 하면서 잔을 부딫힐 때. 가끔 손님들 건배할 때 가슴이 조마조마 할 때가 있습니다. 왜냐면, 잔이 깨질 것 같아서요. 단순히 세게 부딫히는게 문제가 아닙니다. 부딫히는 부분이 어디냐가 문제가 됩니다. 와인 잔에서 충격에 제일 약한 부분이 어디냐 하면, 림(Rim)이라고 부르는 잔의 입구, 즉 입에 닿는 테두리 부분입니다. 와인잔에서 가장 얇은 부분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어떤 손님들은 건배를 할 때, 다른 사람의 와인잔 몸통에 자신의 와인잔의 림 부분을 부딫힙니다. 정말 위험합니다. 그럴때마다 저는 표현만 안할 뿐이지, 심장이 순간적으로 움츠러듭니다.


옛날에 어떤 손님은 술이 좀 오르고 난 뒤, 흥이 올라서 건배를 하면서 손목의 스냅을 사용해서(...) 본인 잔의 림 부분을 일행의 잔의 몽통 부분과 부딫히며 건배를 했고, 앉은 자리에서 연속으로 3잔을 깨먹은 일이 있습니다. 정말, 가슴이 찢어지는 줄 알았습니다. (그 손님은 미안하다며, 다음날 선물을 사오셨더랬습니다.) 건배를 할 때는 꼭! 몸통끼리 부딫히세요. 와인 잔의 몸통은 의외로 튼튼해서 몸통끼리 부딫힐 경우엔 건배 정도로는 잘 깨지지 않습니다.


(좌) 분위기를 띄우는 건배. (우) 파괴를 부르는 건배


추가로, 외국인과 와인 마실 일이 있을 때 알아둘 팁을 하나 드릴 것이 있는데, 바로 시선 처리 입니다. 우리는 보통 짠~이라고 하면서 건배를 할 때 잔을 바라 봅니다. 높은 분의 잔 보다 잔이 아래 쪽에 있어야 한다는 술자리 매너 때문일지도 모르겠네요. 하지만, 유럽 쪽의 와인 문화는 다릅니다. 건배할 때 상대의 눈을 바라봅니다. 눈을 바라보며 “Santé”(상떼) 라고 말합니다. ‘Santé’는 프랑스어로 ‘건강’이라는 뜻이고, 상대의 건강을 기원한다는 의미라고 합니다. 

건배의 정석. 당신의 눈동자에 건배.(Here's looking at you, kid) [영화 '카사블랑카']

예전에 이탈리아 와인 시음회에 갈 일이 있었는데, 현지 와이너리 직원이(이탈리아인) 한국에 와서 설명해주는 자리였습니다. 우연히도 그 직원이 제 옆자리에 앉았고, 설명이 끝난 후 모두 앉아서 건배를 하는데 그 분이 너무나도 뚫어지게 제 눈을 바라봐서 저도 반사적으로 그 분 눈을 바라보며 건배를 했던 적이 있습니다. 전 당황하지 않은 척하려고 매우 노력을 했지만, 역시 익숙치 않아서 좀 부끄러워했던 기억이 있어요. 정.말. 부끄러웠습니다. 익숙치 않은 일은 역시 쉽지 않더라구요. 하지만, 이 글을 읽으시는 분은 저처럼 당황하지 않으시길 빕니다. Sant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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