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여름, 이탈리아 여행 일기 (3) 포지타노
여름의 한가운데, 8월로 여행을 계획하게 된 유일한 이유인 포지타노에 왔다. 로마와는 완벽히 다른 곳. 태양과 레몬과 바다의 포지타노.
아침이면 바다 건너에서 쉴 새 없이 배가 들어오고 구불거리는 절벽 도로를 타고 미니 버스가 들어오는 완벽한 관광 명소인 포지타노 메인 비치. 그곳을 아주 조금만 벗어나도 리넨 셔츠에 모자와 선글라스를 끼고는 여유로이 바다를 즐기는 머리가 하얗게 세어버린 노부부와 아이를 둘셋 데리고 하루종일 해수욕을 즐기는 가족들이 채우는 풍경을 볼 수 있었다.
아침이면 해변에 내려갔고, 해가 내리쬐면 식당에서 더위를 피하다가 노을이 지기 시작하면 검게 그을린 피부 위로 비치타월을 둘둘 싸매고 레몬 슬러시 한 잔과 함께 호텔로 돌아왔다.
숙소는 무려 작년 가을에 예약한 에어비앤비 ‘디모라 델 포데스타’. 포지타노 메인 비치까지 거리가 조금 있지만 오히려 관광지와 떨어져 있어 아주 조용하고 숙소 근처 합리적인 가격대의 식사도 즐길 수 있어 좋았다. 게다가 메인 비치가 아닌 로컬 비치 (Fornillo beach)가 가까워서 좋았다.
해변가에서 선베드와 파라솔을 빌려 사용할 수 있고 바닷가 앞 1열은 비싸고 뒤로 갈수록 싸지는 가격. 두 곳의 선베드를 이용했는데 한 곳은 선베드에서 음식을 바로 시켜 먹을 수 있어 편리했고 다른 곳은 포지타노 메인비치까지 보트로 무료 라이딩을 시켜줘서 좋았다. 업체마다 다른 가격대와 서비스를 가지고 있으니 비치에 도착한 첫날 발품 조금 팔아 결정하면 된다.
비치에서 나와 언덕 위에 있는 식당에서 식사를 했다. 사방이 바다로 둘러싸인 식당에서 해안가를 내려다보며 즐기는 호사로운 식사라니. 포지타노 부근은 어딜 가나 비싼 편이지만 그나마 합리적인 가격대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포지타노 메인비치에 있는 식당과 카페는 거의 대부분 구글평점 3점대가 주를 이루는데 조금 걸어 올라오면 4점대의 식당이 많이 있었다. 이러나저러나 먹는 메뉴는 해산물, 스테이크, 파스타 그리고 피자가 전부라서 좋아 보이는 식당을 오가며 끼니를 즐기면 될 것 같다.
포지타노에 여행 오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로마에서 당일투어로 오거나 혹은 소렌토, 살레르노, 나폴리와 같은 거점도시를 베이스로 두고 페리로 아말피와 포지타노를 즐기러 오는 편이라 포지타노의 노을과 야경을 충분히 즐기지 못하는 것 같다. 이른 아침 관광객의 발길이 미처 닿지 못한 시간이나, 모두가 빠져나간 여유로운 해변가에서 즐긴 노을, 언덕배기로 올라와 마주한 야경들도 꼭 놓치지 않았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