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가 쑥 자라 버린 주말을 맞이한 월요일
1. 잘 먹고 잘 자는 삶
아기에게 내가 바라는 것은 잘 먹고 잘 자는 삶이다. 실은 그 순서가 바뀌었다. 잘 자고 잘 먹는 삶. 언젠가 잠깐 읽었던 ‘아무튼, 잠’의 내용처럼 힘이 들고 지칠 땐 잠으로 도피하는 그런 삶을 살아도 괜찮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물론 내가 아니라 아기가.
지금 돌아보니 아기가 아주 어렸던 4개월 전후로 아기의 수면교육을 시작했고 곧이어 완성했다. 완성했다고 말하기엔 조금 어려울 수 있겠지만 그때부터 아기가 돌에 가까워질 때까지 늘 같은 시간 같은 일과 같은 침대에서만 잠을 재웠으니 거의 완성형에 가깝게 유지하고 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아기는 잘 잤고 잘 먹었다. 때로는 잠보다 노는 게 더 즐겁고, 걷는 것이, 앉는 것이, 몸을 뒤집고 되집는 것이 더 즐거운 날들도 있어 보였지만 큰 틀에서는 잠에 들기 시작하면 잠에 늘 취해있었다. 분명한 건 잘 자고 일어나면 잘 먹기도 했다는 것이고, 그리고 하루이틀이 지나면 아기의 다리가 한 뼘씩 불쑥 튀어나와 있기도 했다는 사실이다. 주말 동안 몸과 마음을 다해 먹이고 재우고 나니 또 그 사이 쑥 자라 버린 아기. 오늘 아침에도 또 다리가 쑥 튀어나와 있어 놀랐다.
아기의 어린이집 적응 3주 차가 시작된다. 낮잠 시간을 넘겨 점심을 먹고 오는 큰 일정을 앞두고 있어 약간 긴장되고 걱정되고 또 조금은 설레기도 하지만 부디 잘 자고 잘 먹는 어린이로 성장해 주길. 잠을 이겨내며 점심을 먹어야 해서 일부러 아기가 좋아하는 고기반찬에 계란찜, 애호박에 남편이 어제 기가 막히게 만들어둔 가지 반찬도 싸서 보냈다. 오늘도 힘내자. 우리 아기 화이팅!
2. 침대
꽤 많은 가구를 사고 처분하고 또다시 사는 과정을 겪었다. 신혼집에서 다음 집으로, 또 이번 집으로 옮기면서 어떤 가구는 처분했고 어떤 가구는 새로 들였다. 작은 집에서 가장 유용한 가구는 수납장이었고 가장 불필요한 가구는 덩치가 큰 소파였기 때문에 얼마 전부터 우리 집엔 유용한 가구들만 남기도 했다.
작년 즈음부터 침대 프레임에서 나는 기분 나쁜 소리를 무시하곤 했는데 요몇주 그 소리가 너무 크게 다가왔다. 햇수로 7년째 쓰고 있으니 바꿀 때가 된 것 같긴 한데 또 막상 바꾸려니 다른 가구들처럼 쉬이 마음이 안 먹어지기도 하고.
3. 요일 개념
하루종일 달력을 들여다본다. 업무용 캘린더를 채우고 개인일정을 엿본다. 그런데도 요일 개념은 사라지고 만다. 분명 출근길은 월요일 같았는데 퇴근길은 목요일쯤 된 것 같고, 오늘 아침에 한 일이 마치 지난주에 한 것 같은 그런 느낌이 든다.
일이 많고 적고 바쁘고 그렇지 않고에 따라 그 속도는 조금씩 달라진다. 하루의 모든 시간이 쏜살같이 지나가지만 아기를 깨우러 가는 아침 20분 남짓한 시간과 아기를 만나는 저녁 1시간 남짓한 시간은 아주 느리고 또 느리다. 꾹꾹 눌러 담아 머리와 눈에 그 순간들이 맺힌다.
오늘은 점심약속을 더블로 잡았고, 내일 캘린더에는 기억도 나지 않는 외근 일정이 덩그러니 잡혀있었다. 하루하루가 너무 느리게 지나가 아침엔 저녁을, 저녁엔 새벽을 기다리던 날들도 있었는데 지금은 하루하루가 너무 빨리 지나가버리는 기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