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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월요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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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 Jul 29. 2024

7월 29일 월요일

안녕하셨나요 나의 월요일기

1. 일상

어느새 약간의 늦잠도 즐길 줄 알게 된 우리 아기와 아침 8시쯤 하루를 시작한다. 남편과 둘이 말하지 않아도 통하는 아침 등원시간의 루틴들을 착착해나가며 9시쯤 아기를 원에 등원시킨다. 남편과 같이 두런두런 대화도 나누고 노래도 들으면서 함께 출근. 방학 때만 할 수 있는 동행이라 귀하게 그 시간을 보내려고 하지만 실상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창 밖만 바라보는 날들도 더러 있다. 남편을 지하철 역에 내려주고 출근하면 10시. 종종 점심도 거르고 일을 하기도 하고, 5시 퇴근을 맞추지 못해 한참을 더 일해놓고도 일거리를 싸매 들고 퇴근한다. 돌봄 선생님과 저녁 7시에 약간의 대화를 주고받고 나면 마침내 주어지는 나와 아기 단 둘의 시간. 하루 30분 정도 책도 읽고 장난도 치다 보면 아기는 자러 간다.


정말 하루도 빠짐없이 이런 날들을 보낸다. 그렇게 한 달의 (교직원의 유일한 장점인) 여름방학 단축근무가 지나갔다. 이제 8월 한 달이 지나고 나면 남편이 홀로 하는 등원이 시작된다. 둘이 해도 여유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데, 혼자는 어찌 되려나 걱정이 앞선다. 그래도 우리는 또 방법을 찾고야 말겠지 늘 그렇듯. 아기를 키우는 일은 늘 효율적인 일상을 꾸리는 방향으로 흘러가게 된다. 남은 한 달 잘 지내보자.


2. 그래서 봄 여름은 어땠냐면요

아기를 데리고 국내 여행 한 번, 해외여행 한번을 다녀왔다. 강원도까지 왕복 6시간의 거리를 내내 잘 자고 잘 버텨준 아기. 어느새 많이 자라서 수영도 하고 외식도 곧잘 해내었다. 그 덕에 후쿠오카까지 다녀올 수 있었고, 8월 말에 늦은 여름휴가로 다시 한 번 후쿠오카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


아기를 데리고 벚꽃 핀 안양천을 걷기도 했고, 비 오는 날 함께 우비와 장화를 신고 걷기도 했다. 아기는 걷다 못해 뛰기 시작했고, 빵도 요구르트도 옥수수도 누룽지도 날름 받아먹는 작지만 꽤 사람다운 인간으로 성장하는 중. 워킹맘으로서의 날들이 쉽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아기는 아주 짧게 아팠고, 나는 비타민을 주문해 먹으며 이 아름다운 계절들을 보내고 있다. 가족과 사랑의 힘으로.


봄이라서 여름이라서 해야만 했던 지난 시절의 나의 여러 리스트들-알레르기로 안과나 피부과에 간다던가, 주말마다 번개로 바닷가로 달려간다던가 하는 나만의 여러 일상들-을 모두 해내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아기가 더해진 일상은 몇 배로 풍성하고 또 안온했다.


3. 월요일기

이것만은 절대로 지키고 싶었던 나와의 약속이었는데, 어딘가에 앉아 글을 쓰고 떠오르는 생각들을 정리할 여유는 사실 없었다. 돌아서면 아기가 여기저기 쿵쿵 박아 울기도 했고, 회사일은 날이 갈수록 적어지기는커녕 많아지고 깊어졌다.


거의 몇 달 만에 저 멀리 미뤄둔 일기장을 꺼내는 느낌으로, 몇 주만에 일거리를 들고 퇴근하지 않은 기념으로, 몇 글자 아주 짧은 기록을 남겨본다.


오늘의 아기가 평안했기를 오늘의 내가 아기에게 큰 위로와 사랑이 될 수 있기를. 그리고 모든 월요일이 오늘과 같이 꽤 지낼법한 날들로 이어지기를 바라며 오늘의 월요일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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