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 쓰는 사람이 되기로 했다

프롤로그

by 스페라

소방관 아저씨의 도움을 받았을 때,

누군가는 소방관이 되고 싶어 한다.


춤을 추는 댄서를 보고 아이돌을 꿈꾸고,

요리사의 모자가 멋있어서

요리사를 꿈꾸기도 한다.


아이는 이렇게 남들에게는 별것 아닌 일에

매혹되어 인생을 계획하고,

꿈을 꾸며 행복해한다.


그 찰나의 전율이나 또렷한 기억은

꿈을 포기하지 않도록 도와주는 원동력이 된다.




나는 초등학교,

엄밀히 말하면 국민학교 때다.


국민학교 4학년 때,

글을 쓰는 사람이 되겠다고 결심했다.

결심하게 된 계기는 별게 없다.
방학 숙제로 산문을 써서 냈는데,

교실 게시판에 붙었고
최우수상을 받았다.


게시판에 걸린

나의 원고지가 바람에 나풀나풀거릴 때마다
내 마음도 요동치기 시작했고,

바람에 들킬 것같이 설레었다.


처음으로 각 잡고 쓴 글이 상을 받게 되다니...

아이들이 원고지 앞에 몰려들어

내 글을 읽는 모습을 보다니...

선생님의 칭찬, 그냥 ‘최우수’라는 종이 한 장...

그 상장이 뭐라고

나는 숨을 쉴 수 없을 만큼 좋았다.


지금도 그 순간을 떠올리면 팔에 닭살이 돋는다.
그때의 기쁨, 설렘, 희망이 내 마음을 움직여
내 육체까지 점령하는 짜릿함을
30년이 흐른 지금도 생생히 느낄 수 있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그렇게 나는 '쓰는 사람이 되겠다'고 결심했다.

쓰긴 쓸 텐데, 무엇을 쓰는 사람이 되어야 할까?

학교에서 돌아오는 길에 친구들이 말을 걸어도

못 들을 정도로 고민에 빠져 있었다.

엄마에게 이 이야기를 하자,

엄마는 “그냥 쓰고 싶은 걸 써.”라고 했다.


뭘 쓸까...

쓰고 싶은 거...

내가 쓰고 싶은 거...

그 순간, 엄마가 드라마를 보며 웃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나는 엄마가 웃는 모습이 참 좋았다.

힘들게 사는 엄마가 웃을 수 있는 게 말이다.


엄마를 웃게 하는 드라마.
그 드라마를 쓰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그 순간 결심했다.

결국 드라마를 쓰는 사람이 되진 못했지만,

나는 방송 글을 써서 밥벌이를 했고
엄마는 그런 나를 기특해했다.


그렇게 인생의 어떤 ‘순간’이

글쓰기가 되어 나를 꿈꾸게 했고,
나를 만들었다.

지금도 만들어 가고 있다.


글이 밥이 되든 안 되든,

쓰는 나.
써야 행복한 나.


나의 정체성을 정확히 아는 것만으로도
이번 생은 행복 하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런 ‘쓰는 사람’으로서의 기록을 담고자 한다.


쓰면 사는 이유를 찾을 수 있다.
가슴 밑바닥부터 차오르는 나를 발견할 수 있다.
아파도 웃을 수 있다


그 값진 보물을,
이 글들을 통해 전하고자 한다.


오늘도 쓰면서 울고 웃는 모든 이들을 위해,

쓰는 나는

글쓰기로 그대를 응원하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