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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풍

by 잼스

된서리가 마당에 내려앉았습니다. 어제까지만 해도 축축한 이슬이었는데, 오늘 아침 서릿발은 계절을 냉큼 바꾼 느낌입니다. 이제 겨울이 코 앞에 왔으니 단단히 맘먹으라는 충고겠죠?


흰서리에 더욱 붉어진 단풍이 추파를 던집니다. 간간이 달리 보이긴 했습니다만, 태가 홀연히 바뀌는 때가 있더군요. 사람도 식물도 내리막길에서 눈에 띄는 건 드문 일이죠. 그냥 때가 되어 바뀐 건데 내 마음을 호립니다.


붙잡힌 시선, 헝클어진 발걸음으로 그 언저리를 맴도는데, 그곳에서 발견한 늦가을 아름다움에 나를 맡기면 한순간이라도 저리 고운 사람이 될 수 있을까요?


빼기의 시간, 사라지길 재촉하는 결핍의 아름다움이 애절합니다. 그동안 고생했습니다. 여기까지 오느라. 고맙습니다. 이 시간, 이 장면에 곁에 있어 주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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