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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NKI Apr 16. 2019

레시피 비법 전수의 앞면과 뒷면

<나도 그럴싸한 사장이 되고 싶다>

- ch7. 레시피 비법 전수의 앞면과 뒷면


창업 컨설턴트와의 몇 번의 미팅 끝에 나의 첫 매장은 서촌의 한 브런치 카페의 2호점 가맹 계약으로 정해졌다.


서촌에서는 4년 이상 영업 중이었고, 음료와 식사 외에도 간단한 베이킹도 하던 매장이었다.


가장 매력 적이었던 부분은 당시 서촌 본점을 운영 중이던 이 대표님의 주관하에 매장에 걸려있는 작품들을 일정 기간에 마다 교체하는 갤러리 카페의 콘셉트였다.


젊은 예술가들과의 교류, 커피와 빵, 브런치. 창업에 무지몽매한 청년에게 혹하는 단어들이었다.  

 

 가맹 계약은 본점과의 퀄리티 유지를 위해 신규 직원 & 점장 교육 과정을 거친다. 대부분의 가맹 본사는 교육비를 별도로 책정하는데 가맹비가 브랜드를 공유하는 대가라면, 교육비는 레시피 전수비용이라고 생각하면 쉽다.


 난 조리를 전공한 사람도 아니었지만 ‘사장이 음식을 할 줄 모르면 직원들에게 휘둘린다’는 명제 하에 직접 퇴근 후 4시간 정도씩 주말엔 하루 종일 매장에 붙어 레시피를 배우고 조리를 익혀 나갔다.


비법 전수 항목은 많고도 많아 - 네이버 이미지 검색


대한민국 요식 자영업자 폭증은 조리 비법 전수라는 흥미로운 시장을 만들었다.


매장하나 차릴 자본은 있되, 기술이 없는 사람들을 위한 온갖 비법 전수와 레시피 교육 코스가 준비되어 있다.  


네이버에 ‘족발 비법 전수’를 검색하면 2552건의 블로그와 1000건이 넘는 관련 카페 글이 나온다. 국수는 또 어떤가. ‘잔치 국수 비법 전수’는 블로그 5000건, 카페 글 1000건을 쉽게 넘어선다.


카페 <아프니까 사장이다>에서 만든 온라인 사장 학교에서도 5~8만 원대 반찬 레시피부터 백만 원 넘어서는 레시피 강좌까지 운영 중이다. 갈비탕, 설렁탕, 칼국수 김치, 밑반찬부터 제빵, 디저트 등에 이르기까지 비법 전수 시장의 폭은 광범위하다.


천만 원이 넘는 육수 비법도 있다고 하니, 파악되지 않는 조리 비법 전수 시장의 규모도 만만치 않다.


기술 전수의 첫 반응은 대게 “에이 뭐 별게 없네” 다.

맞는 반응이다. 수많은 비법 전수가 듣도 보도 못한 식재료라던지 난생처음 들어보는 조리 방법을 제시하는 경우는 드물다. 대부분 가장 대중의 선호에 맞는, 그리고 다인분 조리에 맞는 간편한 조리 방법을 취하고 있다.


<4시간의 교육>만으로 즉시 창업이 가능하다. -네이버 이미지 검색


그렇다면 비법 전수는 다 허구에 불과한 것일까?


절대 그렇지 않다.


수많은 식재료, 향신료들의 조합은 조금만 달라져도 그 맛의 차이가 크다.


같은 재료와 같은 양을 사용하더라도 조리 방법의 사소한 차이가 맛의 큰 차이를 가져올 수 도 있다. 기름 온도 몇 도, 간장의 양 몇 ml, 고기 숙성의 온도 등은 맛의 문을 여는 비밀 번호와 같다. 수많은 조합을 통해 얻은 그 비밀번호는 꽤 비싼 가치를 가질 것이다.


그러나 비법 전수의 더 큰 핵심은 기존 매장의 노하우를 얼마나 잘 흡수하는 것에 있냐에 있다.


단순히 고기를 몇 분 삶는지, 간장을 얼마나 넣는지를 넘어서 식재료를 관리하고 조리 과정 전반을 운영하는 주방 전체의 시스템을 전수받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니 좋은 비법 전수 교육이란 전수받는 매장에서 충분히 업무를 수행하며 이루어져야 한다. 단순히 재료와 조미료의 숫자 조합만을 수백만 원에 거래하려고 한다면 그것은 사기나 다름없다.  


그와 같은 맥락에서 매장을 오픈하면서 본인이 직접 조리를 할 것 인가. 아니면 운영에 전념할 것인가도 정해야 한다. 인건비와 맞물린 문제이기도 하면서, 매장의 방향과 시스템을 정하는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사장이 조리를 할 줄 모르면 직원에게 휘둘리는다는 명제는 어느 정도 사실이지만, 사장이 반드시 조리부에 실장이 되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본인이 운영에 강점이 있다면 굳이 주방에 얽매일 필요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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