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을 지배하는 두 시스템 - 시스템 1과 시스템 2
이번화는 행동경제학의 아버지 다니엘 카더만의 저서 '생각에 대한 생각'을 주로 인용하였습니다.
<사진 1>
<사진 1>의 동물은 무엇인가요?
대부분 이 질문에 망설임 없이 '코끼리'라고 답할 것입니다. 조금 더 배경 지식이 있는 사람은 귀의 크기와 상아의 크기를 보고 '아프리카 코끼리'라고 떠오른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코끼리를 떠올린 사람은 '저 코끼리는 나보다 훨씬 큰 크기이며 코를 손처럼 사용한다'는 것을 어렵지 않게 떠올릴 수 있습니다.
자 다음으로 넘어가 보겠습니다.
23 X 18
이 계산을 암산으로 할 수 있나요?
조금 시간이 걸리겠지만 우리는 이 문제를 암산으로 해결할 수 있습니다. 종이와 펜이 있다면 더 빠르게 풀 수 있겠죠.
만약 이 질문이 객관식으로 ① 7 ② 52 ③ 414 ④ 412,849라고 보기가 주어져있다면 우리는 3번이 정답일 것이라고 추측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문제를 더 어렵게 만들어보면 어떨까요?
234 X 189 X 453
이제 암산은 어려울 것 같습니다. 물론 종이와 펜이 주어진다면 풀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앞선 문제보다 조금 시간을 걸리겠지만요.
대니얼 카더만은 '생각에 관한 생각'에서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에 두 가지 이름을 붙였습니다.
'시스템 1'과 '시스템 2'
심리학에서 널리 쓰이고 앞으로 우리가 고객의 선택을 유도하기 위한 무한한 방법론의 근원이 되는 '시스템 1'과 '시스템 2'에 대해 알아보아야겠습니다.
시스템 1
- 저절로 빠르게 작동하며 노력이 거의 또는 전혀 필요치 않고 자발적 통제를 모른다.
시스템 2
- 복잡한 계산을 비롯해 노력이 필요한 정신 활동에 주목한다. 흔희 주관적 행위, 선택, 집중과 관련해 활동한다.
대니엘 카더만에 따르면 우리는 자신을 시스템 2와 동일시한다고 하지만 사실상 우리를 지배하고 있는 것은 시스템 1입니다.
시스템 2는 명확한 생각과 신중한 선택을 기반으로 움직이지만 시스템 1은 고삐 풀린 충동과 연상을 폭발적으로 뿜어냅니다.
2+2 =?
이 질문에 답은 시스템 1이 뱉어 냅니다.
우리는 이 질문에 답을 알고 싶지 않아도 문제를 보는 순간 떠오릅니다. 생각을 통제할 수 없고 떠오르는 답을 회피할 수도 없습니다.
코끼리 사진을 보고 코끼리를 떠올리지 않는 것, 에펠탑을 보고 프랑스 파리를 떠올리지 않는 것, 누군가 'HI'라고 하면 외국어지만 나에게 인사하고 있다고 곧바로 인지할 수 있는 것, 모두 시스템 1의 작동입니다.
이렇게 시스템 1은 부지불식간에 작동해서 우리를 지배합니다.
하지만 시스템 2는 다른 속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시스템 2를 발동시키기 위해 주의를 집중해야 합니다. 합리적인 판단을 위해 산만한 생각을 지우고 문제에 온 정신을 모아야 하죠. 에너지를 소비해야 합니다. 강도는 다르더라도 시스템 2가 발동되면 우리는 주변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에 대한 인지가 떨어집니다. 우리의 한정된 집중력을 나누게 되기 때문입니다.
링크를 클릭해서 크리스토퍼 차브와 대니얼 사이먼스의 유명한 실험 영상을 보고 오시죠.
영상이 나오는 동안 흰옷을 입은 팀이 몇 번의 패스를 했는지 세면 되는 실험입니다.
유명한 실험 영상이라 알고 계신 분들도 많으실 거라 생각합니다.
크리스토퍼 차브와 대니얼 사이먼스는 수천 명에게 이 영상을 보여줬고 그중 절반 이상이 영상 속 고릴라의 존재를 인지하지 못했습니다. 시스템 2가 집중력(관심)을 모두 패스 횟수를 세는 데 사용했기 때문이죠.
당연하게도 패스 횟수를 세라는 과업을 부여받지 않고 영상을 시청한 집단은 모두 고릴라를 발견했습니다.
시스템 2는 우리의 집중력과 관심을 소비하기 때문에 게으르고 비효율적입니다. 반면 시스템 1은 저절로 작동하고 약간의 정신력만을 소모하기 때문에 편안한 상태로 작동합니다.
우리는 같은 행동에도 시스템 1과 2를 상황에 맞춰 소환하는데, 좋은 사례가 운전입니다.
초보운전 시절에는 운전, 주차에 고도의 집중력을 요구합니다. 이때는 시스템 2가 발동합니다. 조수석 지인과 대화도 어렵고 창밖 풍경을 즐길 수도 없습니다.
하지만 몇 년이 지나서 운전이 익숙해지면 운전은 시스템 1의 영역으로 들어갑니다. 크게 주의를 기울이지 않아도 일상적인 운전과 대화가 가능해집니다. 그러나 산비탈길처럼 폭이 좁고 경사가 가파른 굽이길에 진입하면 우리는 시스템 2를 다시 소환합니다. 그런 길에서 맞은편에 대형 트럭이라도 등장한다면 우리는 더욱 운전에 더 많은 집중력을 투입하게 됩니다.
시스템 1은 사라지고 시스템 2가 작동되는 순간입니다.
시스템 1과 시스템 2 개념을 짚고 가는 이유는 그것이 고객이 자사의 상품을 선택하게 만들 '전략과 직결'되기 때문입니다.
고객님의 소비 패턴을 분석하고 타사의 상품과 적립율, 할인율을 비교해 보세요.
저희 카드가 가장 좋습니다.
2000년대 초 대부분의 신용 카드사는 카드 혜택을 비교하는 방식으로 자사 카드 상품을 홍보했습니다. 시스템 2를 작동하게 하는 방식입니다. 비교하고 판단하게 합니다. 합리적인 사고를 유도합니다.
하지만 어느 해, 한 회사의 마케팅 전략이 시장의 판도를 바꿨습니다. 현대카드입니다.
저희 카드는 예뻐요.
예쁜 카드를 쓰는 당신은 남들과 달라요.
카드 상품을 섬세하게 비교하면 현대카드는 적립율과 할인율이 썩 좋은 카드가 아닙니다.
그럼에도 네이버에 '예쁘다 + 현대카드'를 조합해서 검색하면 수백 개의 리뷰가 나옵니다. 심지어 유튜브에서는 현대카드 언박싱 영상이 수만회의 조회수를 기록하기도 합니다. 다른 브랜드에서는 쉽사리 발견되지 않는 현상이네요.
최근 조사에 따르면 카드 발급 고객의 67% 이상이 '카드가 예뻐서 발급받았다'라고 응답하기도 했습니다. <링크>
'예쁜 것을 가지고 싶다'는 금융 상품에서 추구되기 어려운 시스템 1의 사고방식입니다.
그럼 현대카드의 성공은 우연일까요? 당연히 그렇지 않습니다.
수많은 상품들이 고객의 시스템 1을 자극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의류 모델로 백인 모델을 쓰는 것, 판매 제품의 남은 재고수를 보여주는 것, 친환경 제품에 초록색 컬러를 사용하는 것 등 모두 시스템 1을 자극하기 위해서입니다. (이 예시들이 어떤 사고방식을 유도하지는 지는 이어지는 연재에 풀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우리는 시스템 2와 본인을 동일시하지만 사실은 시스템 1의 지배를 받고 있기 때문에 수많은 기업들은 고객의 시스템 1을 자극하려고 합니다.
우리가 비합리적 소비를 하는 것도 시스템 1의 영향력하에 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다음 주부턴 시스템 1로 인해 발생되는 '생각의 특징'들을 하나씩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고객의 시스템 1을 자극시킬 준비를 해보세요.
지난 글 한 줄 요약 : 인간은 개인의 이익과 경제적 효용을 극대화하는 합리적인 선택만을 하진 않는다.
이번 글 한 줄 요약 : 우리는 시스템 2와 본인을 동일시하지만 사실은 시스템 1의 지배를 받고 있기 때문에 수많은 기업들은 고객의 시스템 1을 자극하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