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향적 사고와 브랜드
태닝에 대한 동서양의 문화차이를 다룬 흥미로운 유튜브 영상이 있습니다. <링크>
서양에서는 태닝된 피부를 야외 활동을 많이 하는 건강하고 경제적 여유가 있는 사람의 이미지로 받아들입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서양사람들은 태닝된 사람을 매력적이고 세련되게 봅니다.
반면, 동양에서는 하얀 피부를 미적으로 아름답게 여깁니다. 하얀 피부는 부를 상징하고, 노동자 계층과 구분 짓는 수단으로도 작동합니다.
같은 모습인데 이렇게 사회적, 문화적 배경에 따라 받아들이는 게 다릅니다.
이런 생각은 왜 생기는 것일까요?
앞선 챕터에서 우리는 (나의 의지와 무관하게 2+2의 정답이 떠오르는 것처럼) 시스템 1의 지배를 받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3화 링크>
시스템 1
- 저절로 빠르게 작동하며 노력이 거의 또는 전혀 필요치 않고 자발적 통제를 모른다.
시스템 2
- 복잡한 계산을 비롯해 노력이 필요한 정신 활동에 주목한다. 흔희 주관적 행위, 선택, 집중과 관련해 활동한다.
대부분의 일상에서 우리는 시스템 1을 사용합니다.
만약 운전을 할 때, 현관문의 비밀번호를 누를 때, 병뚜껑을 열 때, 매 순간 시스템 2를 사용해야 한다면 너무나 피곤해 일상생활을 할 수 없을 것입니다.
(처음 도로 운전하고 돌아와 녹초가 된 경험을 떠올려보세요.)
시스템 1을 일상적으로 사용하기 위해서 시스템 1은 더 빠르고 효율적으로 작동해야 합니다.
그것을 위해 시스템 1은 결정 과정을 빠르게 처리하기 위한 규칙을 만들게 되는데, 그 규칙이 누적되면 자연스럽게 '편향적 사고'를 가지게 됩니다.
'한쪽으로 치우침'이라는 '편향'의 사전적인 의미로 인해 부정적인 뉘앙스가 있지만, 사실 편향적 사고는 부정적인 방향으로만 작동하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는 객관적인 것이 좋은 것이고 편향적인 것은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은데 완벽하게 객관적인 사람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우리의 잠재의식은 경험과 기억에 바탕하여 편향적으로 작동하기 때문입니다.
흰 가운을 입는 사람은 의사일 것이다, 애플은 인텔보다 창의적인 기업문화를 가졌을 것이다, 문신이 있는 사람은 험악할 것이다, 그리고 앞선 태닝한 사람에 대한 인식도 모두 전형적인 편향된 사고의 예입니다.
우리의 잠재의식인 시스템 1은 빠른 판단을 위해 누적된 경험이나 정보, 문화 혹은 특정 계기를 바탕으로 편향적 사고를 만들어냅니다.
그리고 기업들은 의도적으로 고객의 편향적 사고를 유도합니다.
기업이 학습시킨 편향적 사고, 잠재의식에 심어둔 다른 제품과 구분되는 연상과 습관 = '브랜드'입니다.
1984년 1월 슈퍼볼에서 마케팅 역사상 가장 상징적인 광고인 애플 1984 가 방영됩니다. <링크>
조지 오웰의 소설 '1984'에서 모티브를 가져온 이 광고에 새로운 맥킨토시의 기능과 성능은 하나도 소개되지 않지만 전 세계에 엄청난 반향을 가져왔습니다.
이 광고 이후 애플은 혁신적이고 기존의 질서를 파괴하는 창의적인 존재로 인지되기 시작하였고, 한 번의 광고 이후 100일 동안 7만 대 이상의 맥킨토시를 판매하였습니다. (당시로는 엄청난 물량이었습니다.)
성능이 유사한 혹은 더 뛰어난 대체재가 많음에도 우리가 아직도 애플 제품에 열광하는 것은 애플이 지속적으로 커뮤니케이션하고 있는 브랜드에 공감하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애플은 브랜드 활동을 통해 고객에게 '애플은 혁신적이고 창의적'이라는 편향된 사고를 자극합니다.
다른 사례를 하나 더 볼까요?
침대 매트리스 브랜드 '시몬스'는 2020년부터 성수, 부산, 청담 등에서 침대가 아닌 굿즈, 아트 토이, 디저트, 햄버거를 판매하는 '시몬스 그로서리 스토어'라는 팝업 스토어를 운영하여 큰 호응을 거두었습니다.
팝업 스토어의 누적 방문객이 20만 명을 넘었다고 합니다.
시몬스는 침대 없는 광고 Oddly Satisfying Video 캠페인을 진행하기도 했는데, 유튜브에서 시몬스 해당 영상은 2천만 회가 넘는 조회수를 기록했습니다. <링크>
Oddly Satisfying Video
- 반복적이고 대칭적이거나 시각적으로 즐거운 행동을 통해 시청자에게 평온함이나 만족감을 불러일으키는 영상
매트리스 회사가 왜 햄버거를 팔고 OSV 영상을 만들까요?
구매 주기가 길고, 가격이 비싸며, 구매 시점에 브랜드 간 기술력의 차이를 체감하기 어려운 매트리스 시장에서 시몬스는 고객에게 차별적인 브랜드 이미지를 심고자 했습니다.
맛있는 햄버거와 매트리스는 하등의 관계가 없지만 이'맛있는 햄버거를 파는 이 침대 매트리스 브랜드'는 고객의 호의적인 편향적 사고에 의지하여 23년 30여 년 만에 업계 매출 1위, 침대 브랜드 평판에서 1위를 기록했습니다.
행동 경제학 컨설팅 전문가 멜리나 파머에 따르면 우리는 브랜드를 통해 경험을 쌓고, 그 경험은 마음속에 페르소나를 형성하여 친근감과 호감을 낳는다고 합니다.
친근감과 호감은 객관적이지 않은 비합리적이고 편향적인 사고입니다.
애플과 시몬스가 인텔, 에이스와의 제품 성능 비교를 하는 전략을 펼쳤다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지금의 브랜드 충성도를 형성하기는 어려웠을 것 같네요.
당신의 제품이 고객의 편향적 사고를 자극하기 위해서 어떤 전력을 펼치고 있나요?
지난 글 한 줄 요약 : 우리는 시스템 2와 본인을 동일시하지만 사실은 시스템 1의 지배를 받고 있기 때문에 수많은 기업들은 고객의 시스템 1을 자극하려고 한다.
이번 글 한 줄 요약 : 잠재의식인 시스템 1은 빠른 판단을 위해 편향적 사고를 만들어내는데 기업이 유도하는 긍정적 편향적 사고가 바로 ‘브랜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