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INKI Sep 19. 2024

아이폰 16 Pro는 이번에도 '그 가격'으로 출시될까

기대이론과 앵커링 효과

같은 정보라도 제시되는 방식에 따라 그 정보를 다르게 해석하고, 이에 따라 다른 결정을 내리는 심리적 현상을 '프레이밍 효과(Framing Effect)'라고 합니다. <연재 5화_링크>


6화부터는 다양한 프레이밍 효과들의 사례를 알아보고자 합니다.


앞으로의 연재에서 설명드리는 프레이밍 효과를 본인이 담당하시는 사업체, 제품, 업무에 어떻게 접목할 수 있을지 상상하면서 읽으시길 추천드립니다.



파리 올림픽 즐겁게 응원하셨나요?

미국 심리학협회는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이후 재미있는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그들은 은메달을 딴 선수들보다 동메달을 딴 선수들의 표정이 훨씬 밝은 것을 이상하게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동메달리스트들이 은메달리스트보다 낮은 성적에도 불구하여도 훨씬 더 행복해한다는 경향성을 발견했습니다.


왜 동메달리스트가 더 행복해할까요?


자, 그릇 3개에 물을 담습니다.

한쪽 그릇에는 얼음을 넣은 아주 차가운 물을 한쪽에는 40도에 가까운 뜨거운 물을 넣고 가운데는 마지근한 물을 둡니다. 차가운 물과 뜨거운 물에 한 손씩 넣고 시간이 지난 뒤 가운데 미지금한 물에 양손은 넣으면 어떻게 느껴질까요?

차가운 물에 있던 손은 따뜻하게 뜨거운 물에 있던 손은 시원하게 느껴질 것입니다.

똑같은 물이지만 다르게 느껴집니다.


이것은 심리적인 반응은 아니지만 동메달 리스트의 행복을 설명해 줄 수 있는 예입니다.


'미지근한 물'을, '메달'을 평가하는 준거점이 어디인가라는 것이죠.


준거점(reference point)은 사람들이 자신의 상황이나 성과를 평가할 때 기준으로 삼는 특정 기준점 또는 표준을 의미합니다.

평상시 준거점은 현재의 상태를 의미합니다. 그러나 상황에 따라 기대감이나 성취욕, 만족감 등이 준거점에 영향을 미칩니다. 


은메달리스트에게는 금메달을 향한 기대감이 준거점이 됩니다.

기대감이 준거점이 된 그 선수에게 은메달은 성취가 아니라 손실입니다.


동메달 리스트는 어떨까요?

그에게는 메달을 딸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손실에 대한 공포감이 준거점입니다.

동메달은 그 경기에서 취할 수 있는 최고의 성취가 되는 것입니다.


사람들이 의사결정을 하거나 무엇을 평가할 때 객관적으로 하기보다는 주관적인 기대 즉, 준거점에 따라 평가한다는 주장이 다니엘 카너먼(Daniel Kahneman)과 아모스 트버스키(Amos Tversky)가 제안한 기대 이론(Prospect Theory)입니다.



기업이 자신들의 상품을 고객들에게 높게 평가받기 위해서는 경쟁사보다 압도적인 품질을 제공하면 됩니다.

하지만 현대에 이르러 초격차를 가지는 기술력이나 디자인을 독점적으로 확보하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기업들은 고객들의 준거점을 흔들고 싶어 합니다.

준거점을 높이거나 낮추면 불필요한 제품도 생활필수품으로 보이고 비합리적으로 높은 가격도 지불할만한 범주로 인지합니다.  

좋아 보이게 만들기 위해서는 고객의 준거점을 흔들어야 합니다.


고객의 준거점을 흔들기 위해 기업들이 사용하는 앵커링 전략에 대해 알아보도록 합시다.



첫인상은 오래갑니다.

어떤 연구에서 첫인상은 3개월 정도 유지된다고 하는데, 더 길게 편견으로 남는 경우도 있는 것 같습니다.


첫인상처럼 사람은 의사결정 단계에서 초기 정보에 강한 영향을 받습니다.


처음 받아들인 정보로 인해 후속 판단이나 행동이 비합리적이거나 왜곡되는 현상을 앵커링(Anchoring) 효과라고 합니다.


3천만 원짜리 차를 구매하려던 고객이 자동차 대리점에서 1억짜리 대형차에 대해 설명을 듣다 보면 5천만 원 차가 저렴해 보인다던지, 몇억 짜리 집을 분양받아 잔금을 내다보면 백만 원짜리 가구 옵션은 저렴해 보여서 쉽게 선택하게 된다던지, 개별적인 소비가 합리적인지 앞선 정보와 연관이 전혀 없음에도 앞선 정보들은 우리의 선택을 왜곡시킵니다.

앞선 정보가 고객의 평가의 준거점, 기준점을 흔들어 버리는 것입니다.  


찾기 쉬운 다른 사례를 좀 볼까요.



국내외 대형마트의 가격 표기 전략은 유명한 앵커링 효과의 사례로 인용됩니다.

19,900원 표기는 20,000원과 100원 차이지만 앞자리가 바뀜으로 해당 품목이 '싸다', '저렴하다'라고 왜곡 인지하게 합니다.


우리는 숫자를 앞자리부터 읽고 인지하는데 앞자리를 바꿈으로 처음 받아들이는 정보를 살짝 비튼 것이죠.


최근 이같은 앵커링 전략은 오프라인 매장보다도 온라인 커머스에서 훨씬 더 다양하게 이루어지는데 온라인 커머스가 고객의 구매를 유도하는 전략은 별도의 챕터로 다뤄보려고 합니다.


긴 호흡의 앵커링 효과를 애플의 아이폰 가격 전략에서 엿볼 수 있습니다.

아이폰 16

애플의 가격 전략을 정확하게 알기 위해 달러 기준으로 이야기해 보도록 하죠.


2017년 11월 아이폰 X 64G 제품은 999달러로 출시되었습니다.

아이폰 X의 기능과 디자인을 떠나 기존보다 크게 인상된 가격에 소비자들은 반발이 심했습니다.

100만 원이 넘는 스마트폰이라니요. OMG!


그리고 2년 뒤 2019년 출시된 아이폰 11의 가격입니다.

애플은 아이폰 11부터 고성능 플래그십 모델인 Pro 라인을 출시했고 Pro 엔트리 모델 가격을 999달러로 책정했습니다.

여론은 2년 전과 조금 달랐습니다.


플래그쉽 고성능 모델이 2년전과 동일하게 999달러니 고객들은 가격 거부감이 크지 않게 고성능 모델을 선택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어떤 고객들은 아이폰 11 일반 모델 라인업을 보면서 저렴하다, 합리적인 가격이다라고 생각합니다.

만약에 아이폰 X가 699달러였다면 어땠을까요?

아이폰 11의 8개 상위 모델들이 모두 매우 비싸보였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 이후 출시된 아이폰 12~15까지 Pro 모델의 가격입니다.

이 정도가 되면 고객들은 "기능이 개선되었는데 가격이 그대로라니 이것은 혁신이고 합리적이다"라고 인지하기 시작합니다.

일반 모델의 가격이 올라도, Max 라인 가격이 더 올라도, 999달러가 주는 힘은 매우 강력합니다.


이제 아이폰의 혁신은 999달러라는 가격입니다.


당연히 올해 출시 예정인 아이폰 16 Pro 도 999달러에 출시 예정입니다.




앵커링은 비단 마케팅의 영역에 국한하는 것은 아닙니다. 협상, 정치 등에서도 활발하게 이용됩니다.

저 역시 실무를 하면서 이해관계자들과의 대화에서 앵커링을 적극적으로 활용합니다.  

상대방에게 불리한 제안이 협상의 준거점이 된다면 작은 양보에도 상대의 반응을 이끌어낼 수 있습니다.


당신이 제품을 기획하고 마케팅하는 실무자라면 자사의 제품이 좋아 보이게 하기 위해 우리는 어떤 정보를 먼저 제공해야 할지 고민해 보시길 바랍니다.




지난 글 한 줄 요약 : 같은 정보라도 제시되는 방식에 따라 그 정보를 다르게 해석하고, 이에 따라 다른 결정을 내리는 심리적 현상을 '프레이밍 효과(Framing Effect)'라고 한다.


이번 글 한 줄 요약 : 준거점(reference point)은 사람들이 자신의 상황이나 성과를 평가할 때 기준으로 삼는 특정 기준점입니다. 그리고 처음 받아들인 정보로 인해 후속 판단이나 행동이 비합리적이거나 왜곡되는 현상을 앵커링(Anchoring) 효과라고 합니다.









이전 05화 저지방 우유는 왜 더 비쌀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