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의 선택을 유도하는 옵션, 디코이 효과(Decoy Effect)
커피 이야기에 앞서 혹시 참치 좋아하세요?
회사 근처 참치집 메뉴판입니다.
메뉴 구성은 나오지 않았으니 가격과 메뉴명으로 유추해서 결정할 수밖에 없겠네요.
(직관적으로!) 여러분은 어떤 메뉴를 선택하셨나요?
메모앱으로 Evernote를 사용합니다.
Free Plan을 사용하고 있었는데 어느 날 Free Plan 노트 제한이 엄청나게 줄어들었습니다.
50개의 노트라니 사실상 유료앱이 되어버린 것이죠.
에버노트의 유료 요금제입니다. 어떤 상품에 눈길이 가시나요?
Professional Plan은 좀 과해 보이는데 Personal Plan이 합리적으로 보이네요.
고객이 상품을 선택할 때 합리적이지 않거나 상대적으로 열등한 선택지를 제공하여 다른 선택지가 더 매력적으로 보이게 하는 것을 디코이 효과(Decoy Effect)라고 합니다.
가장 유명한 사례를 찾아보도록 하죠
이코노미스트(The Economist)는 원래 아래 두 가지 구독 옵션을 제공했고 대부분의 고객은 저렴한 59달러의 온라인 전용 상품을 선택하였습니다.
- 온라인 전용: 59달러
- 인쇄본 및 온라인: 125달러
이후 이코노미스트는 인쇄본 전용 125달러 옵션을 추가했습니다.
- 온라인 전용: 59달러
- 인쇄본 및 온라인: 125달러
- 인쇄본 전용 : 125달러
세 번째 옵션이 추가된 이후 인쇄본 및 온라인 전용 상품의 판매는 43%가 증가했습니다.
상품의 본질은 변하지 않았는데 세 번째 옵션 때문에 고객들은 59달러와 125달러를 비교하기보다는 125달러의 두 가지 옵션 중 더 좋은 혜택을 비교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MIT 교수 Dan Ariely는 학생들에게 이 이코노미스트 사례를 실험해 보았는데요.
제3의 옵션이 함께 제공되었을 때, 84%의 학생들이 인쇄본 및 온라인 125달러 옵션을 선택하였습니다.
유명한 해외 사례를 하나 더 살펴볼까요?
NewYork Times의 구독 상품입니다.
- Weekday (월요일~금요일) : 4.99달러
- Weekend (토요일~일요일) : 2.50달러
- Extended Weekend (금요일~일요일) : 2.50달러
- Daily (주 7일) : 4.99달러
앞선 두 가지 옵션이 뒤에 두 개의 옵션을 돋보이게 해서 주 7일 4.99달러 상품을 매우 합리적인 가격처럼 보입니다.
우리 주변에서 디코이 효과는 스타벅스나 영화관 팝콘에서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스타벅스 아메리카노 용량과 가격을 볼까요.
일행 두 명이서 벤티 한잔을 사서 나눠먹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 소비지만 스타벅스에서는 종이컵을 제공하지 않습니다.
이 메뉴판을 고객에게 보여줬을 때 많은 고객들이 Tall 사이즈를 주문합니다. Grande는 너무 클 것 같고, Short에 비해 ML당 가격이 가장 급격하게 줄어들기 때문에 가장 합리적이라고 느끼죠.
하지만 국내 스타벅스 메뉴판에는 Short 사이즈가 사라졌습니다.
(실제로 Short 사이즈는 판매되지만 메뉴판에서만 삭제되었습니다.)
메뉴판에서 Short 사이즈가 사라지니 Tall 사이즈가 미끼 옵션이 됩니다. 고객에게 Venti는 너무 크고 Grande가 가장 가성비가 좋은 옵션이 됩니다.
스타벅스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이 전략 이후 국내 그란데 사이즈의 판매량이 기존보다 훨씬 증가했을 것으로 추측합니다.
피자를 주문하실 땐 어떤가요?
메뉴에 S(P) 사이즈와 R사이즈가 있는 경우에 많은 고객들이 S사이즈를 선택하게 되겠지만, L사이즈가 추가되면 R사이즈의 피자가 굉장히 합리적인 선택으로 보입니다.
게다가 S(P) 사이즈와 R사이즈의 가격은 9천 원 ~ 1만 원 정도 차이가 나는 반면에 R사이즈와 L사이즈의 가격은 7천 원 ~ 8천 정도밖에 차이가 나지 않습니다.
L사이즈는 판매 목적이면서 R사이즈를 돋보이게 하는 미끼 옵션인 것입니다.
아이폰 구매 시 128G, 256G, 512G, 1T 라인업 중 두 번째 256G의 선호가 가장 높다든지, 영화관의 팝콘에 M보다 500원 비싼 L 사이즈를 구매하는 것 모두 디코이 효과를 전략적으로 사용한 예입니다.
디코이(Decoy)는 바람잡이, 유인용 미끼라는 뜻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디코이 효과를 유도하기 위한 메뉴는 가성비가 좋을 이유가 없죠. 오히려 비합리적으로 보여도 무관합니다.
디코이 효과를 유도하기 위해 '세 가지 옵션 전략'이 가장 유용합니다.
1. 타깃 옵션 (Target) : 고객이 선택하기 원하는 옵션
2. 경쟁 옵션 (Competitor) : 고객이 선택하지 않았으면 하는 옵션
3. 미끼 옵션 (Decoy) : Competitor의 선택을 방해하면서도 고객이 선택하지 않았으면 하는 옵션
타깃 옵션을 가장 고객이 원하는 것(원해야 하는 것)으로 구성해 놓았다면, 미끼 옵션은 타깃 옵션보다 살짝 열등한 상태가 되어야 합니다.
미끼 옵션은 타깃 옵션과 경쟁 옵션이 직접적으로 비교되지 않도록 방해하는 역할을 하면서 타깃 옵션을 돋보이게 만들어야 합니다. 미끼 옵션이 너무 매력적이어서 타깃 옵션보다 더 많은 선택을 받는다거나 경쟁 옵션을 견제하지 못한다면 실패한 전략입니다.
특히 주의해야 할 점은 디코이 효과는 옵션이 증가할수록 약해진다는 것입니다.
지난 글 한 줄 요약 : 준거점(reference point)은 사람들이 자신의 상황이나 성과를 평가할 때 기준으로 삼는 특정 기준점입니다. 그리고 처음 받아들인 정보로 인해 후속 판단이나 행동이 비합리적이거나 왜곡되는 현상을 앵커링(Anchoring) 효과라고 합니다.
이번 글 한 줄 요약 : 열등한 선택지를 제공하여 다른 선택지가 더 매력적으로 보이게 하는 것을 디코이 효과(Decoy Effect)라고 하는데 세 가지 옵션 전략은 디코이 효과를 가장 극대화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