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에 시작한 동네책방 이야기
창업기가 조금 인기가 있는 소재인 모양이다. 늘 조용하던 브런치에 10명 가까이 '좋아요'가 표시되었다.
이 세계는 개미지옥이라던데 나도 모르게 '방문자 수'와 '좋아요 수'를 확인하게 된다.
늘 생각했던 것이지만 글쓰기는 노동과 성실함의 산물이다.시간이 쌓여 만들어진 문장이라서 거짓이 없다.
나의 브런치가 조용한 데에는 다 이유가 있는 거지.
책방 이야기를 어디 가서 적극적으로 해본 적이 없다.
브런치에서는 그림책과 일상을 연결한 이야기를 해보겠노라고 다짐했는데 3년을 운영해 온 작고 별 볼 일 없는 책방에서 일어난 일들을 기록해보는 것도 재미있겠다 싶다. 글쓰기를 하면서 깨달은 점은 일상은 관찰이라는 것. 작고 소소하다고 넘기는 것들 이사실 내게 주어진 하루치의 일상이며 관찰하지 않으면 놓치게 되는 '내 인생의 일부'이다.
책방을 하면서 큰 변화는 우리 아이들의 변화다.
책방 오픈의 가장 큰 목적은 아이들이 학원이나 키즈카페에서 친구를 찾기보다 책방 안에서 놀고, 읽고, 배우길 바라는 엄마의 마음이 가장 컸다. 처음엔 낯선 공간이 마냥 신기해서 엄마를 따라 총총 쫒아오자마자 다들 책부터 잡고 읽거나 놀았다. 그 모습이 너무나 흐뭇하여 이대로라면 우리 아이는 책으로 인생을 터득하고 엄마라면 누구나 꿈꾸는 아이의 안정적인 성장기를 나도 기대해봄직 했다.
그러나 엄마의 욕심은 늘 깨지기 마련이다. 바로 ‘이런 존재’로 아이들은 이 땅에 온 것이다. 어른들이여 욕심부리지 말라 깨우쳐주려고.
<그림책 낭독회>에 참여하는 딸내미는 언제부턴가 수업시간에 엄마와 눈을 마주치지 않았다.
책도 큰 소리로 낭독하고 청소도 도와주는 예쁜 언니였는데 동생들에게 시비도 걸고 엄마 얼굴을 쳐다보지도 않았다. 가윤이에게 이유를 물어보고는 머리를 한 대 맞은 듯 깜짝 놀랐다. “엄마가 다른 친구들한테 더 친절한 게 싫어. 더 예쁜 목소리로 말하는 게 싫다고. 집에서는 나한테 잔소리만 하면서... 나만 봐달라고...”
만들기를 할 때 가윤이에게 항상 “너는 언니고 혼자서 할 수 있어! 그리고 덜하면 나중에라도 할 수 있잖아”
라고 이야기했던 것이 아이에게 상처가 되었나 보다.
어린 친구들을 봐주고 엄마가 옆에 있을 수 있는 우리 아이한테는 기회를 나중에 주는 것이 공평하다고 생각했다. 그것이 엄마가 생각하는 공평한 기회이며 배려를 배우는 것이라 여겼지만 아이는 무작정 엄마가 자기만을 바라봐주길 바라는 존재인 것이다.
아이는 나만을 바라바주는 존재가 엄마와 아빠라고 생각하는데 어느 날 갑자기 이 사람이 선생이라며 나를 다른 아이들과 똑같이 바라봐주니 아이 입장에선 박탈감이 이만저만이 아닐 것이다.1년 동안 딸아이가 참여한 <그림책 낭독회>는 언니가 되었으니 등 떠밀어 졸업을 해드리고 나는 신입을 받아서 한동안 읽기 놀이를 계속했다.
엄마가 책방지기라서 좋은 점은 아주 많다
어깨너머 본 그림책으로 네 돌이 되기 전 한글을 깨친 2호는 나의 자랑이었다.(아주 한동안 그랬지만 한글을 빨리 깨친 것이 긍정적이지만은 않다는 사실을 알고 선행학습이라는 것에 환상을 1도 가지고 있지 않다)
애지중지 공들인 첫째에 비해 슬렁슬렁 키운다는 둘째의 비애. 그러나 책방을 드나들며 그림만 보는 줄 알았던 아기가 사교육의 입김과 엄마의 빨간펜 없이도 스스로 한글을 깨쳤다. 이렇게 기특한 아이의 첫 낭독은 엄마의 시름을 한꺼번에 눈 녹 듯 녹여주었다.
우리 옛날엔 동네 친구들과 하루 종일 부대끼며 놀았다. 그땐 놀이가 얼마나 다양했는지 작은 꽃송이나 네 잎 클로버, 붉은 벽돌만 있어도 각종 역할놀이와 뜀뛰기 놀이를 할 수 있었다. 심지어 시골에서 자란 난 올챙이 잡기의 달인이었고 우리 자매 3명은 동네 언니 오빠의 귀염둥이들로 사랑을 독차지했었다.
그렇게나 잘 놀던 기억이 아직도 반짝이는 순간들로 나의 몸에 각인되어 있는데 요즘 아이들은 어떤가.
일찍부터 셔틀버스 타고 다니는 어린이집과 유치원, 학원 두세 개는 기본이고 동네 놀이터에서 엄마의 감시를 받으며 땀 흠뻑 흘리며 놀기도 쉽지 않다.
주변은 온통 공사판이고 조금만 방심하면 큰 차가 아이들을 위협한다. 자연물을 만지고 가슴으로 느끼는 게 쉽지 않은 세상에 살고 있다. 이렇게 요즘 아이들은 불안한 환경에 늘 노출되어 있으며 다양한 놀이도 접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책방지기 엄마들은 책방을 시작하기 이전부터 모이면 늘 이런 환경을 고민해왔다.
다른 엄마들이 모여 사교육 정보공유에 시간을 할애할 때 우리는 아이들의 성장환경의 본질적인 시스템에 대하여 고민을 해왔던 것이 지금의 책방 오픈에 원동력이 되었다.
3년 차를 맞이하면서 오롯이 누구 엄마의 책방이 아닌 나의 이름 석자를 걸고 운영을 하고 있다
'글쓰기 수업' '그림책모임' '인문학 토론모임' 간간히 '북 토크'와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간판도 제대로 없는 작은 공간에서 크고 작은 연대가 일어나는 것이 마냥 신기하기만 하다.
코로나가 잠잠해지기 시작하면서 모임들을 재게 해 볼까 논의 중인데 아이들이 개학하기만 한다면 여자들이 길거리로 쏟아져 나올 예정이다.
나의 이름을 찾고 싶어서.